냥이_20240413 집에 녀석과 단둘이 있었는데 눈을 감고 잠이 든 순간부터 이튿날 일어난 순간까지 녀석은 나한테 붙어 있었다.현실판 악몽이라면 털뭉치 해삼이 내내 붙어 있는 것.왜냐, 자다가 뒤척이는 순간에도 암흑 사이로 녀석의 실루엣이 끼어 들어 깜놀했다.근데 묘하게도 그게 싫지 않았다.잠들기 전 가슴 위에 붙어 있던 녀석이 잠을 깬 순간에도 가슴 위 제자리 마냥 붙어있었다.심폐소생술을 깨우친 털뭉치 해삼이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07.01
기나긴 여정의 끝, 안동 학가산온천_20240412 돌아서는 길은 늘 허전한 지 석양의 뒷모습 또한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근래 물가 대비 온천을 통틀어 6,500원이란 수를 본 게 얼마 만인지.착한 가격 때문이라도 좋은 인상만 남을 수밖에.안동학가산온천은 천년고찰 광흥사를 품에 안은 학가산의 동남쪽에 위치하며, 조선 세조 때에는 길 떠난 중앙관료나 일반인들이 여행길에 쉬어가는 두솔원이 있던 자리였습니다.학가산 줄기 지하암반 690~940m에서 용출되는 깨끗한 수질과 하루 1,325t의 풍부한 수량으로 1,200여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현대식 시설입니다. 알카리성 중탄산나트륨형 온천으로 수질이 부드럽고 온열에 의한 진정작용이 있어 특히 혈액순환, 신경통, 불면증, 피로회복 등에 좋습니다.특히 수면방에 설치된 산소공급기는, 분당 8ℓ의 산소를 발생.. 문명에 대한 사색 2024.07.01
정감 어린 간이역, 군위 화본역_20240412 군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여정은 화본역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한몫한 곳이었다. 그런 걸 보면 문화 컨텐츠의 위력은 문명의 파도에 떠밀린 간이역을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시킬 만큼 파급력은 실로 어마했다.화본역은 중앙선의 철도역으로 대구광역시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에 소재한 역으로 국가철도공단 공식 소개 문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소개되었다. 인근 지역에서는 여객열차 역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며, 군위 거주자나 철도 동호인이 아닌 이상 아예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이후에는 실제로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선로가 산성면 윗동네인 의흥면으로 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의흥면 .. 문명에 대한 사색 2024.07.01
역사는 잠들고, 봄은 분주한 화산마을. 화산산성, 하늘/풍차전망대_20240412 꽃잎이 떨어지듯 기나긴 봄 여정의 꽃망울도 시들었다.돌아가는 길에 내륙 깊이 은둔한 도로를 경유하여 군위에 들러 포토 스팟으로 종종 고개를 내밀던 풍차 전망대에 들러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 견고히 살아가는 세상과 더불어 화본역도 덩달아 들렀고, 잔잔한 들판 아지랑이 공백을 유영할 때 어디선가 시선을 유혹하는 도화 물결도 만났다.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역사의 애잔한 그늘에선 무심히 진달래 하나 슬픈 역사를 기리는데 그 무심한 역치는 얼마나 깊은지 성곽의 돌무더기는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지만 자연은 봄이불을 덮어 쓰라린 상흔을 어루만져 흉터도 지우고 있었다.아직 남은 벚꽃 구름의 눈발을 쫓아, 산허리 넘실대는 진달래를 쫓아 떠난 여정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흘러가 버리고, 인간이 애써 이룩한 역사의 처절한 무..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7.01
고원의 봄 전령사들, 대구 비슬산_20240411 비슬산의 채 여물지 않은 핑크빛 바다를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외길 고독한 선을 밟으며 잡념과 사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사유의 존립을 채찍질했다.계절은 지독한 질서의 인내를 극복하여 신뢰와 감탄을 주건만 조급한 결론과 필론의 가두리 양식장 속에서 스스로를 학대하며, 타인을 핍박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런 정당화에 속고, 속이는 걸까?되물음과 되짚음의 교착에 빠질 즈음 지상에서 그리 거대하고 위대했던 비슬산은 여느 산일 뿐, 한 걸음 떨어져 통찰도 얻지만 두 걸음 떨어져 위장의 장막도 만들어 내던 동굴은 만천하 같았지만, 좁은 아집과도 같았다.그렇게 산 정상에서 세상을 넘어선 자연과 계절에 경탄하며 가슴 저민 감동도 얻는다.진달래를 보기 위해 산에 올라 하나를 초월한 화답을 듣던 날이기도 했다.비슬산은 대..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6.27
창원 도심의 말끔한 고수부지, 창원천_20240410 해가 지고 난 뒤, 땅거미 아래 도심은 어설픈 조명이 켜지고 꺼졌다.그에 맞춰 의식의 불을 끄고 본능이 닿는 대로 걸으며 이 땅에 발을 들이고 움튼 자연의 태동과 그들의 저마다 뿌리내린 자리에서 단잠을 청했다.그 일상이 때때로 체감하기 힘든 평온으로 화답할 때, 자각하지 못한 행복이 아니었을까.간편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직 남은 하루의 빛을 찾아 가벼이 도보 여행을 했다.작은 하천변 촘촘히 올라오는 신록의 태동 사이로 걷다 어느새 하늘과 지상의 불빛이 교대하는 틈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보였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사람들과 뒤섞여 지친 가운데 안식의 그림자로 빨려 들었다.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환한 공원을 걷노라면 남녘 이른 봄을 읽으며 다가올 봄의 정점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6.27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고향의 봄에서 등장하는 진달래 배경이 천주산이라고, 그래서 여러 잡념을 배제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진달래를 찾아 창원 천주산에 왔다.창원 분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 북녘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처럼 정상 부근에 군락지가 있어 산행은 필수.사실 여수 영취산만 다녀온 입장이라 이번엔 창원 천주산과 대구 비슬산을 찾기로 했는데 절정의 만개라 주차에서부터 오를 때까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달래 군락지에서 잠시나마 봄의 진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젖었고, 모처럼 산행의 성취감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었다.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6.27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반듯한 창원_20240409 창원에서 숙박은 처음인데 반듯하게 정비된 도시 한가운데,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주택단지 전망으로 우뚝 솟은 곳이라 이거 누가 책임질지 기분이 까리뽕했다.저녁 식사 해결을 위해 부근에 잔치국숫집으로 출발했는데 정문 앞 광장을 철통 방어 중인 백호들이 어찌나 정교한 지 하마터면 츄르를 들이밀고, 눈인사할 뻔 했다.-냥이 집사의 성향이라 가끔 길 가다 냥이들과 마주치면 습관적으로 눈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걸 이해 못 하는 주위 사람들은 눈이 아픈 줄 알고 인공눈물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작은 여울을 낀 멋들어진 인도를 걸으며, 때마침 서녘 집으로 돌아가는 뜨거운 석양이 태우는 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이전 관련글]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전날 창원으로 가게 .. 문명에 대한 사색 2024.06.22
시나브로 흐르는 남강과 시간, 진주 남가람공원_20240409 진주에 다다른 건 바람에 푸른 노래를 떼창 하는 대숲과 그 너머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촉석루를 보기 위함이었다.애석하게도 대숲은 공사중이란 푯말과 함께 출입 금지되어 남녘 이른 봄의 연가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놀라운 건 10년 전 기억이 전혀 변색되거나 오염되지 않았다.언제 개방될 지 몰라도 마냥 기다릴 수 없었고, 명확한 다음 목적지인 창원 천주산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털고 떠났다.진주 촉석루(晋州 矗石樓)는 경상남도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내에 위치해 있는 누각이다. 남강변 절벽 뒤편에 있는 촉석루는 진주성의 남쪽 장대로서, 군사를 지휘하는 사람이 올라서서 명령하던 대이기도 했다. 일명 장원루라고도 한다.1365년에 처음 건립되었으며, 세운 후 7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쳤다. 그 뒤..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6.19
벚꽃잎 바람결에 흥겨운 붕어섬, 임실 옥정호에서_20240409 가는 길도, 주변을 아우르는 풍광도, 하다 못해 이름조차 이쁜 옥정호의 평온에 헤엄치는 붕어섬은 어느덧 붕어빵 이상의 명물이 되어 관광지로 다듬어졌다.비록 황사와 미세먼지 연합 방해 작전이 있었음에도 사유를 넘어선 본질을 흐트릴 수 없다.잠깐의 오르막 이상으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심연의 세상에서 봄어항 속 잠자는 붕어 한 마리 낚아 휘날리는 벚꽃잎을 뿌린 뒤 마음의 견고한 벽에 걸어둔다.머나먼 길 달려왔다 다시 머나먼 곳으로 떠나야 되는 게 고행이라면 거치는 경험들은 값진 통찰이다.그리하여 다음 통찰을 위해 진주로 떠난다.옥정호는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는 호수로 섬진강 상류수계에 있는 인공호수.운암호라 불리기도 하며, 총 조수용량은 4억 6600만t이고, 면적은 16㎢이나 만수위 때는 ..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