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사려울 2024. 6. 27. 01:08
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가지마다 무리 지어 피는 모습은 고향을 잊고 사는 우리에게 잠시 유년의 추억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노래했다. 꽃 대궐의 울타리는 산 능선을 이어 달리듯 펼쳐진 자그마한 키의 아기 진달래 꽃밭으로 만들어진다. 더 예쁘게 만들기 위하여 육종이란 이름의 성형수술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 미인이다.
진달래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라며 키가 3미터 정도이고 밑에서부터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자란다. 우리나라 산의 큰 나무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대표라면 작은 나무의 대표는 진달래다. 이처럼 진달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대표 꽃이다. 선비들의 시가 속에 수없이 등장하며 꽃잎을 따다 두견주를 담아 마시고 꽃전을 부쳐서 나누어 먹으며 봄날의 하루를 즐기기도 했다.
[출처] 김상진 저 - 우리나무의 세계1
 

진달래

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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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산은 창원시와 함안군에 걸쳐있는 해발 639m의 산이다. 주봉우리는 용지봉으로 주변에 진달래가 군락을 이룬다. 진달래가 피는 4월이면 천주산 용지봉 일대에서 천주산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천주산은 '하늘을 받치고 있다'는 뜻으로 청룡산, 담산, 작대산 등으로도 불린다. 천주산은 전형적인 육산으로 초보자들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가 작사한 '고향의 봄'의 창작 배경지이기도 하다.
천주산에서 흘러내린 달천계곡은 울창한 숲과 넓은 반석, 맑은 계곡물이 어우러져 여름 피서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다. 달천계곡은 조선시대 재상인 허목 선생이 낙향해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천주산은 등산로만큼 둘레길도 유명하다. 천주산 둘레길은 마재고개에서 도계체육공원을 잇는 총연장 24.1km구간.
전체 구간은 4개 코스로 구분돼 있다.
(1구간 마재구개+제2금강산 약수터 7.7km / 2구간 제2금강산 약수터-6쉼터 5.6km / 3구간 6쉼터~굴현고개 4.8km / 4구간 굴현고개
-도계 체육관 6km)
여행문의
•의창구산림농정과 055)212-4661.
•창원종합버스터미널 1688-0882
•KTX 1544-7788
[출처] 천주산_창원시청
 

창원시 문화관광

창원시 문화관광, 경상남도 창원

culture.changwon.go.kr

고향의 봄에서 등장하는 진달래 배경이 천주산이라고, 그래서 여러 잡념을 배제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진달래를 찾아 창원 천주산에 왔다.
창원 분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 북녘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처럼 정상 부근에 군락지가 있어 산행은 필수.
사실 여수 영취산만 다녀온 입장이라 이번엔 창원 천주산과 대구 비슬산을 찾기로 했는데 절정의 만개라 주차에서부터 오를 때까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달래 군락지에서 잠시나마 봄의 진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젖었고, 모처럼 산행의 성취감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었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날이자 총선이 있던 날이라-이미 사전투표로 미리 휴일 계획을 잡을 수 있는 민첩함이란-아점을 먹고, 곧장 천주암으로 향했으나, 도심에서 이어지는 동정동부터 차량 행렬은 긴 꼬리를 문 채 심지어 편도 1차로 천주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사정이 그러한데 천주암 일대는 엄두를 못내 순간 머릿속에 진달래 축제가 달천에서 열린다는 문구가 퍼뜩 뇌리를 스쳐 바로 아이폰에 지도를 실행시켜 달천계곡으로 향했지만 거기 또한 만만찮았다.
그나마 차량이 조금씩 진행되어 꼬리에 붙어 계속 진행하다 전형적인 시골마을 풍의 달천길로 따라 들어갔고, 계속 진행하던 중 괜히 달천계곡 주차장으로 잘못 줄을 서면 도로에서 시간을 지새울 것 같아 고민하던 차에 남해고속도로 고가 아래 10대 조금 안 되는 규모의 공터에서 차량 한 대가 빠져나와 얼른 집어넣어 주차를 하곤 거기서부터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뜩이나 좁은 진입로는 양옆에 차량이 주차된 상태에서 빠져나가는 차량들과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뒤엉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에 심지어 고성도 오가는 진풍경을 뒤로하고 잰걸음으로 인파에 뒤섞여 산을 향해 걸었다.
4월 초 날씨치곤 좋게 표현하면 지나치게 포근했고,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미친 날씨였음에도 국경일이라 사람들은 물밀듯 밀려들어 천주산으로 향하는 길은 흐르는 강물처럼 인파의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달천 주차장을 조금 못 가 바로 아래 공사가 진행 중인 공터를 지날 무렵 그제서야 숨 막히던 정신을 털어내고 주변을 둘러보자 멋진 천주산의 산세가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임실과 달리 창원의 벚꽃은 이미 눈이 되어 흩뿌려져 있었고, 다만 훤칠한 자태에 감탄했다.
이런 전경을 보면 달달한 감성 멜로디의 '허각 - 4월의 눈'이 머릿속에 영상처럼 펼쳐졌다.
이참에 한 번 들어볼까?

누리길 시종점이 달천계곡 방면이라 조금 더 진행하면 달천약수터에 근접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이 임도라 걷기 수월했다.

달천약수터 조금 못 간 지점에서 갈림길이 나왔고, 이른 더위로 갈증이 있어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약수터로 방향을 잡았는데 초입에 장승이 돌무더기에 뒤덮여 있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소망이 실현되지 않을까?

약수터에서부터 임도를 버리고 숲길로 방향을 잡았으나, 가공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완만하고 많은 사람들의 걸음으로 다져진 길이라 비교적 수월하게 만남의 광장까지 올랐다.
차 한 대 너끈히 지날 정도의 임도와 산길들이 만나는 능선의 너른 고갯길이자 쉼터라 만남의 광장이라 할만했다.
결과적으로 천주산은 만남의 광장을 전후로 두 개의 얼굴을 드러냈다.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하여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길 따라 가장 난이도 높은 구간이 바로 이 깔딱고개-그냥 내가 붙인 이름-로 만남의 광장에서 조금 지난 시점부터 첫 번째 헬기장까지였다.

깔딱고개에 오르면 정상까지 완만한 구간으로 길 우측엔 아주 멋진 잣나무 군락지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뜨거운 땡볕을 피해 잣나무숲길을 많이 이용했다.
정말 인상적인 잣나무숲이었다는 걸 하산하는 길에 알게 되었다.

마치 제단 같은 바위.
자연이 만들어 무척 정교한데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칠 법한 곳임에도 쉽게 시선을 줄 수 있는 길 바로 옆이었다.

천주산 정상까지 1.1km 남았다.
완만한 능선길이라 걸음을 내딛기는 수월했지만 햇살이 워낙 강한 날이라 바로 느긋하게 마음먹고 산행을 한다면 길 우측 거대한 잣나무숲으로 걸어도 괜찮겠다.

진달래 군락지의 유명세에 가려졌지만 천주산 잣나무숲은 명함을 내밀어도 좋을 만큼 규모는 꽤 넓었다.
또한 밀도감도 높아서 양지바른 능선길 바로 옆 숲에만 들어가도 어둑할 정도.
진달래는 연중 짧은 시기지만 잣나무는 365일 중 360일 와도 좋을 만큼 매력적인 숲이었다.

이런 센스쟁이~!

햇살 강한 날임에도 첫 산행지라 무턱대고 쏟아지는 햇살을 뚫고 걸었다.
아직도 길 옆 잣나무숲이 이어진 걸 보면 흔한 규모가 아닌 건 분명했다.

어느 순간 진달래꽃 무리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정상과 가까워져 숲이란 간판을 걸어도 좋을 만큼 조밀해졌다.
하늘에 빌었더니 진달래 만개를 늦춰 주신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정상 부근 군락지는 바로 절정의 순간이었다.

하나가 아닌 송이, 송이보단 무리일 때 그 진가는 더욱 빛나고 아름다움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세 번째 헬기장에 도착하자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정상이 다가왔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우측에 함께 동행했던 잣나무숲이 급격히 바뀌며 짙푸른 색에서 핑크빛이 펼쳐졌다.

천주산 정상 바로 아래, 바로 이 자리에 오게끔 했던 진달래 군락지의 시작이었다.
이미 발 디딜 자리엔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사진을 담느라 여념 없었다.

진달래 군락지가 만들어낸 모습을 담기 위해 조금씩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담다 보면 제대로 걸음을 디딜 수 없었다.
행여나 이 아름다운 광경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까 싶어서 카메라도, 발걸음도 계속해서 진달래에 렌즈를 거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봄의 전령사, 진달래는 겨울색이 남은 벌판을 뚫고 진한 봄의 빛깔을 터트리기 때문에 더욱 눈에 부각되었다.
거기에 벌도 신이 나 이와 잇몸처럼 움직였다.

핑크만 추슬렀는데 그냥 핑크가 아닌 향기가 농후한 핑크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없는 틈을 찾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이 한둘씩 모여들어 점점 앞에 사람들이 늘어나 양보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걸음을 옮기기 전 하나 더.

카메라는 늘 같은 거라 이 사진이 이쁜 건 봄이 이쁘기 때문이었고, 우리의 갈망이 아름다움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천주산까지 오르는 과정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으나 이 자리에 서는 순간 땀이 베인 과정들을 잊어버렸다.

천주산 정상에 가까워 비교적 가파른 산허리에 진달래 치마 입은 양 곱게 단장했다.
이래서 봄이고, 그래서 진달래다.

진달래밭 사잇길로 데크가 깔려져 있어 인파에 뒤섞여 흐르듯 그 길로 걷다 산허리 작은 전망대를 만났는데 뷰가 살짝 어중간해서 얼른 다른 사람들한테 자리를 양보해 주고, 붐비는 계단을 천천히 따라 흐르며 다음 전망대에서 진달래와 잣나무숲을 바라봤다.
도리어 아래 전망대보다 여기가 훨 낫구만.

한층 봉우리에 근접한 전망대라 육각정이 손 뻗으면 닿을 듯하게 가까워졌다.
미세먼지로 대기가 뿌옇지만 봄바람에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름의 결이 일목요연했다.

천주산 남쪽 거대한 분지 지형이 창원과 마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진달래 군락지는 창원 반대 방면인 북쪽 자락이라 실제 창원 도심에선 붉게 타는 산등성이를 볼 수 없었다.
능선 북쪽 등성이가 진달래 군락지로 꽤나 가팔라 그 속살을 일일이 파헤칠 수 없었다.
그 매크로한 유추로 인해 더 신비감이 버무려진 산의 상상이 더해져 더 아름다웠다.

봄과 현실과 이상이 하나로 찍혔다.
산허리 진달래, 산 정상, 그리고 하늘…

사람들의 신난 표정에 덩달아 흥은 배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정상에서 남쪽인 창원의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멋졌다.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지만, 그리고 미세먼지로 대기가 얇은 커튼을 드리운 듯 뿌옇게 착색되었음에도 인간들은 그 이성 위에 감성을 입혔다.
전체적으로 창원을 바라보면 도시 주변을 산들이 장벽처럼 둘러싸여 있었고, 한가운데엔 작은 산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산이 미치지 않는 한쪽 면은 대신 바다가 보호를 하면서도 시선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줬다.
참 멋진 도시구먼!

핑크 쉰들러 기법은 사진 찍기 놀이를 한 단계 재미난 놀이로 업그레이드시켜줬다.
핑크만 표현을 하고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되었는데 이로 인해 영화의 조연들이 주인공을 부각시켜 주는 것처럼 조화롭게 공생하는 자연이 진달래를 부각시켜줬다.

정상 표지석은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표를 뽑아야 했다.
그래서 정상 표지석을 찍기보단 그걸 찍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찍었다.

정상에서 서쪽 방면으로 조금 내려오면 숲이 우거져 그늘 진 자리가 겨우 눈에 띄었고, 거기에 자리를 잡고 처음으로 휴식을 가지며 갈증 해소와 에너지 충전을 곁들였다.
꾸준하게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는 모습에서 봄이 어울려 제법 역동적인 정취를 느꼈고, 그렇게 앉아 쉬는 사이 옆에 대화를 나누던 분들이 천주산은 지금이 진달래가 절정이고, 비슬산은 아직 망울이 터지지 않았을 거란 말에 좀 더 구체적으로 여쭙자 비슬산은 1~2주 정도 지나면 절정이지 않을까 예상하신단다.
천주산에 이어 비슬산 여정을 계획한 입장이라 당연히 관심이 쏠려 여쭤봤던 건데 그분 예상이 겁나 정확하게 일치했다.
하긴 천주산과 비슬산은 위도 차이도 있고, 고도 차이도 있으니까 그 정도 시차는 있겠지.

능선 북쪽도 나지막한 산들이 듬성듬성 있어 천주산에서 시계는 무척 넓었다.
대략 오후 3시 20분을 막 넘긴 시간이라 하산을 위해 몸을 추슬렀다.
산길엔 하산하는 사람들의 흐름이 진했고, 종종 오르는 사람들도 한눈에 보였다.

하산하는 길이었지만 체감상 짧은 하루 시간으로 인해 마음과 발이 무거웠다.

하산길은 능선 옆 잣나무 군락지를 거쳐 가기로 했는데 경계 지점에 전망대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로는 신문 기사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천주산 진달래 사진이 바로 이 지점에서 찍은 거라고.
이게 천주산 진달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내려오는 길은 올 때와 거의 유사하지만 잣나무 군락지 숲을 관통하여 내려오다 오를 당시 약수터와 임도 갈림길에서 약수터 산길을 이용했다면 반대로 하산할 때엔 임도를 이용해 잰걸음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물론 여전히 많은 차량과 인파로 인해 달천주차장과 진입로는 북새통이었지만 가볍게 통과하여 초입의 주차된 곳에 도착하여 수월하게 달천계곡을 벗어났다.

커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날이라 창원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에 비교적 한적해진 천주암 초입에 있던 카페에 들러 바깥세상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 커피 한 잔 음미했다.
핑크로 물든 감흥에 양념을 가미한 격이었다.

도심으로 진입하자마자 유명한 소고기국밥집이 있다고, 그래서 출출함과 동시에 저녁을 해결했는데 이른 저녁 시간대였음에도 사람들은 줄지어 들어왔고, 친절한 식당이었지만 맛은 글쎄~
가격은 국밥 한 그릇에 단돈 만원.
이게 이번 천주산과의 연 중 마지막 썰이었다.

봄이 내어준 바람을 타고 산이 두른 핑크빛 파도를 만났다.

뙤약볕 노를 저으면 바람 한 줄 출렁였고,
가만히 서서 세상을 한 바퀴 둘러보면 화사한 향기 그득 안겼다.
오를 때 힘들던 산은 막상 오르면 빽빽하게 스치는 숙명의 한 땀이 되어 바삐 움직이는 벌에게 작은 동경을 한 아름 주었고, 숨은 그림 찾는 인파에 뒤섞여 아이가 되었다.
진달래 찾아 나선 여정에 막상 그 이쁜 꽃을 찾아보니 꽃은 입끝 미소에 붙었고,
봄은 숨 막힐 듯 매캐한 추억에 낙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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