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창원 도심의 말끔한 고수부지, 창원천_20240410

사려울 2024. 6. 27. 01:17

해가 지고 난 뒤, 땅거미 아래 도심은 어설픈 조명이 켜지고 꺼졌다.
그에 맞춰 의식의 불을 끄고 본능이 닿는 대로 걸으며 이 땅에 발을 들이고 움튼 자연의 태동과 그들의 저마다 뿌리내린 자리에서 단잠을 청했다.
그 일상이 때때로 체감하기 힘든 평온으로 화답할 때, 자각하지 못한 행복이 아니었을까.
간편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아직 남은 하루의 빛을 찾아 가벼이 도보 여행을 했다.
작은 하천변 촘촘히 올라오는 신록의 태동 사이로 걷다 어느새 하늘과 지상의 불빛이 교대하는 틈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보였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사람들과 뒤섞여 지친 가운데 안식의 그림자로 빨려 들었다.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환한 공원을 걷노라면 남녘 이른 봄을 읽으며 다가올 봄의 정점도 예측할 수 있었는데 그로 인해 완연한 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도 했다.
그런 봄 속의 행복감에 젖어 꽤나 많이 걷게 되었고, 하루의 빛이 완전 꺼질 무렵 숙소로 돌아가 긴장의 먼지를 털어냈다.

창원천은 비음산(510m)에서 발원하여 서류하다 창원시 반지동 부근에서 남서 방향으로 유로를 바꾸면서 명곡천과 합류하고, 신창원역을 지나면서 내동천과 합류한 후, 본류인 남천으로 유입한다.
창원천은 창원시가지를 흐르는 하천이다. 창원이란 명칭은 조선 태종 때 의창현과 회원현의 두 현을 합하여 의창의 ‘창(昌)’자와 회원의 ‘원(原)’자를 따서 ‘창원(昌原)’으로 고치고 부(府)를 설치한 데서 유래한다.
[출처] 창원천_한국학중앙연구원
 

창원천 - 디지털창원문화대전

[정의] 경상남도 창원시 비음산에서 발원하여 반송동, 반지동을 서류하다 남천으로 흘러드는 하천. [개설] 창원천은 비음산(510m)에서 발원하여 서류하다 창원시 반지동 부근에서 남서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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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빠져나올 무렵 호텔 문주?에 도촬? 몰카족?의 흔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동상이었다.

전날 숙소에 도착하여 저녁 식사 겸 산책을 나갔던 길에 주변을 이미 훑어봤고, 탁 트인 창원천 고수부지를 눈여겨봤던 터라 가벼운 차림과 신발을 신고 수달처럼 홀가분하게 튀어나와 곧장 창원천으로 향했다.

고수부지는 규모가 너른데 반해 길은 상대적으로 좁았고, 나머지는 여러 가지 녹색 풀이 자라 도리어 걷기엔 경기도 안성맞춤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이렇게 많이 걸었다.

하루 해는 지고 자욱한 땅거미와 노을도 점점 꺼짐과 동시에 지상엔 하나둘 등불을 밝혔다.

벚꽃잎이 어느 정도 떨어졌지만 거기에 뒤섞인 가로등 불빛이 밝혀지자 새로이 달린 꽃처럼 어여쁜 모습을 드러냈다.

산책로를 제외하곤 이제 막 태동하는 신록이 무성했는데 도리어 이런 길이 좋아 제동을 잊은 채 계속 걸었다.
은근 일대 도심의 모습이 이뻤다.

하천 이름은 창원천.
여기저기 생태를 강조한 간판들이 보였다.

친숙한 돌다리를 건널까 말까 고민하다 그냥 길 따라 계속 걷기로.
낮엔 비교적 봄날치고 더운 감이 있었는데 저녁이 되자 전형적인 봄의 날씨로 돌아와 활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고, 헤드폰 음악 소리가 더해져 천주산을 다녀온 피로감조차 느낄 수 없었다.

대규모 공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산책로가 끝나 다시 돌아 나오며 바로 옆 자줏빛 목련에 이끌려 고수부지를 벗어나 공원에 들어섰다.

람사르 생태공원이라 명명된 공원은 초입에 잔잔한 습지가 있었고, 공원 전체적으로 불이 들어오는 시간이라 어둡지 않았다.

공원에 총총히 불이 들어오고 암흑이 밀려나자 평범하던 길이 새 단장한 것처럼 이쁜 모습을 드러냈다.

람사르 생태공원을 지나 하나로 이어진 교통공원에 들어서자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이 있어 거기로 접어들었다.
일대가 어린이교통공원이란다.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어 교통공원 내부로 들어섰다.

어느 정도 어둑해졌음에도 공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만발한 벚꽃이 눈에 띄었다.

교통공원이라 도로와 교통 표지판을 재현해 놨다.

자줏빛 목련이 만발하게 펴 잠시 불빛 아래 서서 감상에 빠졌다.
가로등불빛이 뒤섞여 왜캐 이쁜지 통째 떠다가 화분에 옮기고 싶어졌다.
공원 테니스장에서 연신 라켓으로 공을 퉁기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던 걸 제외한다면 공원 내 인적은 전혀 없었다.

람사르 생태공원을 통해 빠져 나가기 위해 진입했던 곳으로 향했다.
이 또한 절묘하게 이뻤다.

가로등과 봄의 새로운 부활이 만나 요맘때만 볼 수 있는 찰나의 꽃 같은 아름다움이랄까?

람사르 생태공원으로 돌아와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미동이 거의 없는 하천에 돌다리가 있어 하나둘 밟고 가는데 평화로운 수면이 만든 반영 사진이 멋들어졌다.

잰걸음으로 귀가하는 사람들과 뒤섞여 걷는 사이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창원천 육교를 넘었다.
앞서 갈 때 봤던 돌다리를 건너 고수부지 반대편으로 넘어갔는데 거긴 도보길이 따로 있지 않았고, 키가 낮은 잡초가 너무 무성해서 이내 뚝방으로 올라와 인도를 따라 걷다 병원 맞은편 육교를 넘었던 것.

얼마 남지 않은 벚꽃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숙소에 도착. 안도가 불러온 식욕으로 KFC에 들어가 치킨을 갈기갈기 뜯곤 이내 후회했다.
초저녁 먹은 식사가 금세 사그라들었고, 돌아왔을 무렵엔 실내가 훤한 패스트푸드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KFC로 들어갔는데 때마침 문을 닫기 직전이라 얼른 포장해서 숙소에서 먹었더니 포만감에 도리어 불편해서 늦게 잠에 빠져 들었다.
먼 길 가야 되는데 피곤에 쩔어!
마지막 창원의 밤은 이렇게 꺼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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