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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_20240503

2019년 만추에 뒤늦게 상봉한 외삼촌은 결국 별이 되었다.유난히 뜨거운 봄의 끝자락에서 이제 인연의 횃불 하나가 꺼져 뜨거운 날씨와 달리 마음 한구석은 싸늘했다.인간은 결국 헤어질 수 밖에 없다는 비탄이 제법 묵직하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던 날.장례식장 앞에 멋진 생태늪도 이렇게 슬픈 가슴을 달랠 수 없었다.점점 소멸해가는 시골에서 옛정취를 끝까지 부여잡은 징표.지독한 외로움에 공중전화 부스엔 뽀얀 먼지가 채색되었다.마지막 떠나는 길에 가슴으로 남긴 한 마디.'외삼촌, 부디 편히 잠드소서'

아버지 산소_20240503

장례식장 들르기 전에 아버지 산소를 먼저 들러 참배 드렸다.늬우스에 화젯거리로 때이른 고온이 일면 기사를 장식했고, 그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따가운 햇살이 소나기처럼 퍼부어 지면이 잔뜩 달궈져 양지 바른 곳에 잠시만 있어도 홀라당 익는 기분, 심지어 노출된 부위는 바늘로 찔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그래서 후딱 참배 드리고 얼른 자리를 떴는데 기나긴 하행길도, 다음 목적지인 장례식장 가는 길도, 그리고 상행길에 들렀던 문경에서도 하루 종일 뜨거웠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따가운 햇살이 더해져 마치 여름을 방불케 했다.관리사무소에서 내려가는 길에 항상 사진을 담아두는 곳.시간이 훌쩍 지난 만큼 이 구도 또한 변하지 않은 큰 틀에서 세세하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작은 틀을 담고 있었다.얼른 내려가서 자리를 정리..

냥이_20240502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고, 냥이가 늘어붙기 시작하면 잠도 재우지 않는다.속담에 비추어 냥이도 알고 보면 애교가 많고, 덩달아 한 번 붙으면 도저히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녀석이 앉아 있는 책상 옆에 벌러덩 드러누워 그루밍 중이었다.은근 집사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워밍업 중 하나였는데 벌써 시선을 사로잡아 버렸다.하필 집사가 겨우 이끌어낸 집중력을 산산히 깨부수는 이유는 뭐냥?그 심중을 알아차렸는지 그루밍을 멈추고 집사를 빤히 쳐다봤다.그러다 몸을 굴려 등을 보이고선 잠깐 그루밍을 하는가 싶더니이내 다시 몸을 굴려 집사와 눈이 마주쳤다.이제는 집에 가족의 연을 맺은지 4년이 넘었고, 나이는 5년이 넘은 성묘인데도 여전히 애교의 눈칫밥 고수인 이유는?냥이가 까칠하고 독립적이란 말, ..

아까시향 바람, 동탄_20240501

모처럼 동네 산책으로 10km 이상 걷기 도전.여느 해와 비교해 봐도 아까시향이 풍년이라 20km를 걸어도 입에 개거품이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역시 행복한 오감의 위력을 절감했다.아카시향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거기에 이팝을 비롯하여 각종 봄꽃들과 들판을 뚫고 나오는 신록이 더해져 국토종주를 해도 될 만큼 발자욱마다 희열도 넘치던 날이었다.아까시나무는 미국 원산의 콩목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아카시아는 사실 미국 원산의 이 아까시나무로, 호주 원산의 아카시아와는 다른 식물이다. 실제로 아까시나무에서는 하얀 꽃이 피고, 아카시아에서는 노란 꽃이 핀다.과거에 미국 원산의 이 나무(pseudoacacia)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아카시아'로 잘못 불리게 되었는데, 일본의 영향을 받았던 과거 한..

베란다의 봄 야생화_20240501

업어온 금낭화와 세이지는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처럼 가지는 튼실해지고, 꽃은 활력이 넘쳤다.베란다로 넘어온 바람에 출렁이자 금낭화는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고, 세이지는 미묘한 향을 뿌렸다. 어김 없이 봄, 봉화_20240429때마침 지나던 길에 5일 장터가 열려 구경도 하고, 양질의 식료품도 저렴하게 득템했다.게다가 금낭화와 핫립세이지 모종도 모셔왔는데 몇 해 전 집에서 있던 금낭화가 서거하시어 또 한 번 도meta-roid.tistory.com역시나 금낭화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참을 넋놓고 바라봤다.핫립세이지는 꽃망울이 어느새 터져 구입한 모종에 비해 확연히 풍성해져 역시 들이길 잘했다.

냥이_20240430

이래서 댕냥이 같은 반려생명과 함께하는 가정들은 외출이 불편하다.집으로 돌아온 즉시 문어처럼 달라붙어 피를 쪽쪽 빨아먹는 자세로 떨어지지 않는다.양날의 검처럼 녀석이 걱정되어 CCTV를 보긴 하나 보고 나면 마음이 짠해져 도통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그래서 맛집을 찾아 다니며 먹어야 그나마 한술이라도 더 먹게 되는걸까?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자 녀석이 찰거머리처럼 달라 붙어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안스러운 마음에 녀석이 어느 정도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놔두고 한참 지나서 쿠션에 옮겨놓았다.

어김 없이 봄, 봉화_20240429

때마침 지나던 길에 5일 장터가 열려 구경도 하고, 양질의 식료품도 저렴하게 득템했다.게다가 금낭화와 핫립세이지 모종도 모셔왔는데 몇 해 전 집에서 있던 금낭화가 서거하시어 또 한 번 도전하기로 했다.왜냐, 내가 젤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이기 때문.가시엉겅퀴는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곧추서고 높이 약 25cm,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전체에 부드러운 흰털이 난다. 뿌리잎은 줄기잎보다 크고 꽃이 필 때 남아 있다. 잎몸은 타원형 또는 도피침형이며 깃꼴로 갈라진다. 갈래조각은 난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깊이 파여 들어간 모양의 톱니와 가시가 있다. 줄기잎은 타원상 피침형이며, 촘촘히 붙어 난다. 꽃은 7~8월에 피는데 가지와 줄기 끝에 머리모양꽃차례가 1~3개씩 달리고 지름 3~5..

학업_20240427

부쩍 더워진 날씨, 아니 여름 같은 봄이라 야외 활동을 하는 사이 내가 사람인지 바베큐인지 정체성 혼란도 겪었다.햇살이 얼마나 따가웠으면 악동 까치도 정신 못차리고, 호박벌도 군고구마가 되어 버렸다.그나마 다행인 건 초저녁 무렵 다시 스원해지기 시작했단 것.학업 2주차에 피곤한 몸을 끌고 주말에 등교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하긴 쉽다면 누구나 다 했겠지만.그래도 내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여러가지 정황들 중 하나라 올해 목표인 만큼 꼭 패스해야지.햇살이 강한 대신 이파리는 따사롭게 굴절시켰다.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그런지 악동 까치가 정신을 못차렸다.내가 좋아하는, 친숙한 까치 녀석아, 힘내라, 힘.점심 시간을 활용해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데 산허리에 언뜻 전망대 데크가 보였다.잠깐 동안 양지를 걸었는데 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