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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세련미, 허나 딱 한 번 오미자터널_20210306

옛 철도 터널을 추억의 장소처럼 재현시켜 오미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색찬란한 빛과 색을 옛 정취 남은 터널에 입혀 놓자 완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되었고, 그리 긴 구간은 아니지만 손이 간 흔적은 꽤 많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테마 파크라 입장료는 기본이고, 터널 내 카페와 상점을 뺀다면 주말치곤 조용하다. 여기서 판매하는 제품은 문경 특산물이 아니라 조금 뜬금없다. 한 병 구입한 와인이 충북 영동산이라고? 근래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옛 정취 위에 독특한 컨셉을 살짝 가미했다. 이런 정취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줄곧 빈티지 위에 세련미를 덧씌웠다. 직접 그린 건데 낡은 철도 터널 벽화는 재밌고 독특했다. 이건 이쁘다. 벽화와 소품을 활용했지만 뼈대는 옛 기차터..

고립을 넘어선 회룡포_20210306

조만간 만나야 될 낙동강이 그토록 설레고 그리웠던지 흐르던 강도 잠시 주춤하여 어눌한 듯 발걸음도 굽이치어 오히려 그 자취는 휘몰아치는 붓끝처럼 육지 속에 아름다운 섬을 만들었고, 그 환각을 잊지 못해 발길 끊어질 새 없이 소박한 다리가 강 위를 떠다닌다. 회룡포는 그 자체로도 지형이 특이하지만 그를 둘러싼 나지막한 산새 또한 허투루 하게 넘길 수 없다. 회룡포의 풍류 가득한 지형을 볼 수 있고, 그러기 전에 내성천 위를 위태롭게 가로막는 뿅뿅다리는 자연히 걸음을 유혹한다. 회룡포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회룡포(回龍浦)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일대에 있는 농촌마을이자 관광지이다. 명승 제16호로 지정되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일대에 ko..

먼 길 떠나기 전, 삼강주막_20210306

강의 두물머리에 옛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던 자취는 덩그러니 터만 남아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야속하게 바라보며 속절 없이 웅크리고 있다. 어쩌면 시간 앞에서 자연도 휘청이는데 사람인들 건재할 수 있을까? 유별난 강바람도 계절 따라 분주히 오갈뿐 무심한 시간에 떠밀린 옛터의 흔적처럼 벙어리 되어 유유한 강물에 투정이다.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상류에 회룡포가 있다. 전형적인 겨울의 강변 정취다. 나루배를 재현시켜 놓았는데 이마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삼강의 물결이 한데 합쳐지는 두물머리에 삼강절경? 표지석이 눈에 띈다. 삼강문화단지에 옛 모습을 재현시켜 놓았다. 낙동강을 건너면 행정구역상 문경이고, 이렇게 두 고을을 잇는 달봉교는 특이하게도 전망대까지 설치하여 여행객에 대해 배려해 놓았..

냥이_20210304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반긴다. 오래 집을 비우면 모든 봇짐과 옷을 검열하고, 잠깐이면 바로 몸을 비벼 댄다. 이번처럼 비교적 오래 떨어져 있으면 그 동안 못했던 스담을 많이 해줘야 되고, 그렇게 되면 그 동안 듣지 못했던 골골이를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게 다리를 철통 수비하고 검열을 한다. 짐과 방을 정리하는 사이 주변을 맴돌며 원래 직업인 스토커가 되어 일거수일투족 감시레이다를 쏜다. 그러다 자리를 잡고 방심을 하는 사이 바로 무릎 위로 올라와 점거하게 되고 그러면 스킨쉽은 의무가 된다. 냥이 눈망울을 자세히 보면 수정구슬 같은 어안렌즈다.

안타까운 절경, 서강 선돌_20210304

함께 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숙명에 구슬픈 서강 줄기는 말없이 흐른다. 어느덧 선돌 머리에 봄을 예고하는 전령사들만 분주할 뿐 여전히 그를 둘러싼 세상은 바람 소리만 사치로 들린다. 산수유 망울이 여차 하면 터질 기세다. 여차 하면 봄이 뿌리 내린다는 것. 양지바른 곳이라 주변을 세심히 둘러보면 봄소식을 품은 흔적들이 보인다. 영화 '가을로'에서 바로 이 구도로 나왔다. 바닥에 넙쭉 달라붙어 매일 조금씩 봄이 전해주는 기운을 영양 삼아 땅을 박차고 나온다. 만나려 해도 만날 수 없는 두 수직 바위는 갈망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숙명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그 슬픔을 절경이라 부르고 감탄이라 되씹는다. 흥행하지 않았지만 소설로, 영화로 가을 매력을 흠뻑 발산한 교과서 같은 '가을로'에 살짝 언급되..

애잔한 강물의 흐름처럼, 아우라지_20210303

더 이상 철마는 달리지 않지만 시간이 견고히 다져놓은 철길엔 레일바이크가 지나며 간이역처럼 잠시 머물러 아직도 식지 않은 추억의 향수를 심어 놓았다. 지금은 비록 두터운 눈에 덮여 있지만 이 길이 섞어 문드러지지 않는 한 출렁이는 바퀴는 철로에 의지한다. 설경 위에 서린 평온. 레일보다 더 높이 쌓인 눈을 밟으며 이리저리 오가는데 초소에서 한 사람이 나와 뭐라고 소리친다. 뭐라는 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만간 열차가 지나가니까 조심하란 게 아닐까? 과거엔 이 철길이 주인공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레일바이크를 위해 가끔 달리는 귀여운 열차로 재탄생했다. 애틋한 심정을 아리랑에 녹여낸 정선아리랑의 고향이자 두 강이 바다를 향한 갈망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두물머리가 아우라지란다. 전설과 민담은 괜한 투정이나..

겨울잠에 빠진 오장폭포_20210303

여전히 눈부신 하늘 아래 눈은 미동도 않고 포근히 세상을 포옹하며, 심지어 쉼없이 중력에 이끌리던 폭포수마저 잠시 쉬게 한다. 깊은 산중을 비집고 뻗어 있는 길 따라 찾아간 곳은 오장폭포지만 한 해의 분주한 활동의 기지개를 켜기 전 취하는 휴식을 깨우지 않고 눈인사를 건네며 뒤돌아선다. 10년이 훨씬 이전, 수마가 할퀸 산사태 복구 현장은 여전히 깊은 상처를 드러낸 채 오롯이 아물기만 기다리며 기약 없는 겨울잠에 빠져 있다. 여긴 눈이 더 많이 내렸는지 눈이 덮힌 길을 내딛자 20여 cm 정도 발이 푹푹 빠지는 걸 보면 그 이상 폭설이 헤집고 갔나 보다. 폭포와 소나무의 조합, 우연일지라도 필연이 된다. 하얀 눈에 덮혀 깊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오장폭포. 10년 훨씬 지난 상흔이지만 아직 그 흉터는 선명..

보고 싶다, 정선아_20210303

눈이 내린 상태라 병방산으로 가던 중 진입로 오르막길에서 계속된 슬립으로 차를 돌려 구절리 방향으로 여정을 급히 선회했다. 다행히 구절리까지 도로 컨디션이 좋아 오아시스 음악을 틀어 한적하게 운전했는데 정선 일대 내린 눈이 여행객들을 모두 내쫓았는지 도로는 그 어느 때보다 한적했다. 이럴 때 뱉는 말, 왕재수! 여전히 위압적인 가리왕산이 창 너머 세상에 버티고 있다. 저 길 따라 가리왕산을 오르면 시간이 얼마 걸릴까? 아직은 알파인 트랙을 통해서 입산은 금지되어 있단다. 숙소를 나서기 전, 고봉들 사이로 뻗은 숙암계곡 너머 눈 덮인 갈미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백석봉 또한 내린 눈을 품고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단장한 상태. 식사를 하기 위해 정선에 들렀다 간만에 '보고 싶다, 정선아' 계단을 찾는다. 긴 ..

그래서 올 수 밖에 없는 파크로쉬_20210302

다음 숙소로 옮겨 봇짐을 풀고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며 그리 멀지는 않지만 운행의 걸림돌이자 멋진 동반자 였던 눈길에서의 긴장 또한 훌훌 털어낸다.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오는 사이 속속들이 알게 된 덕분에 이제는 발길이 뒤섞이지 않고 익숙하게 찾아낸다. 창가에 놓인 자리에 앉아 고압적인 풍채의 가리왕산을 보는 게 이곳의 뷰포인트로 생각 이상으로 규모가 거대한 데다 봉우리는 아니지만 그에 걸맞은 고도가 한눈에 보여 누구든 매료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리왕산 반대편 백석봉은 가리왕산의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나 특이하면서 독특한 산줄기를 보노라면 그 매력의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고, 다만 미려한 산결을 어느새 시선으로 붙잡아 미로를 그리듯 눈길을 뗄 수 없다. 한바탕 퍼붓다 그친 눈보라는 대기의 잡티를 모..

하얀 겨울 낙원, 정선 설원_20210302

수줍음 많은 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의 시선을 피하려 들겠지? 지상의 피조물과 올올이 엮여 잠시 쉬는 모습이 결 하얀 아기 피부 같아 가던 길에 서서 잠시 눈을 밟아본다. 아직은 눈이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끝을 간지럽히는 보드라운 잔향이 전해지는데 가끔 보이는 눈 위 발자국 또한 나와 같은 기분을 가진 게 분명하다. 다음 숙소로 가는 동안 길머리에 있는 샘터에 들러 물 한모금 들이키자 눈 내린 세상을 질주한 긴장이 역력했는지 긴장과 갈증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고스란히 안도와 만족이 들어찬다. 가는 길에 정선 치곤 꽤 넓은 평원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에 반하여 다시 차를 돌려 다리를 건넌다. 평온한 마을의 첫인상이 정선이구나 싶다. 오대천길은 꽤 자주 다닌 길인데 눈이 내려서야 비로소 숨겨진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