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파주 대형 카페 문지리535와 평양손만두_20220523

한 때 공장형 카페가 성행하더니 이제는 식물원 카페도 눈에 띄었다. 규모로 따지면 왠만한 식물원 정도는 씹어 먹고도 남을 정도에 메뉴는 카페에 더해 파스타며 피자까지 가능했다. 물론 이색적이고 공감각적인 가치는 지불해야 되겠지만 어느덧 커피 한 잔 가격이 회사 부근의 점심 특선 메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 그래도 질리지 않는 한식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 운정 신도시까지 달려 이색적인 카페 체험은 간단한 약식으로 끝내자. 근래 들어 자유로를 따라 파주에 특이한 카페들이 많이 들어서는 가운데 여긴 규모면에서 가히 압도적이었다. 북한식의 꽤 깔끔한 맛으로 정평이 난 곳이란다. 운정역 바로 앞인데 너른 식당 내부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파주에서 찾은 맛집과 가성비_20220512

파주에 갈 일이 있어 용무를 보고 식사를 고민했는데 추천해 준 집으로 날아갔다. 수육 정식이 단돈 6천원!!! 심지어 된장찌개도 딸려와서 뱃속에 넣어달란다. 하루가 다르게 생활 물가가 메뚜기처럼 뛰는 마당에 푸짐한 식사 한 끼 6천원, 심지어 마늘 수육이라 맛도 괜찮았다. 거기다 2인분 정도 되는 막국수는 단돈 7천원!!! 전형적인 새콤달콤한 맛이었다. 뼈다귀칼국수는 같은 교하에 있긴 해도 완전 다른 쪽이었는데 나름 유명한 집인지 대기실도 있었다. 여긴 단돈 1만원이라 앞서 수육집의 가성비와 비교할 수 없었지만 거짓말 쪼금 보태 양은 세숫대아 수준이고, 맛은 은은하고 구수한 내 스탈이었다. 이래저래 파주에 와서 춘곤증이 더해진 식곤증과의 한 판 전쟁을 벌일 판이었다.

돌과 비누 사이_20220505

요즘 공원 같은 공공장소는 시설이나 관리가 꽤 잘 되는데 식당이나 카페 가면 그럴 때가 있다. 생겨 먹은 꼬락서니는 영락없는 비누인데 거품이 나질 않고 심지어 1년 전에 봤던 비누가 사이즈만 조금 줄어들었지 그대로 인 곳도 있다. 이걸 비누라고 불러줘야 하나, 아님 돌덩이라 불러줘야 하나? 일 년 전에 내 손을 거친 비누가 아직도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하다 못해 10년은 버틸 기세다. 상시에는 비누, 비상시에는 무기.

유희의 찬가, 치악산 종주능선과 남대봉_20220504

칼날 같은 능선은 아니지만 치악산의 종주능선길을 걷는 건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유희로 가슴 벅차다. 전형적인 오솔길로 길 폭은 한 사람 지나기에 자로 잰 듯 알맞고, 길가 유기물은 어느 하나 특별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찮은 것 하나 없이 여느 길과 완연히 다른 기분으로 착색시켜 이따금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충족된 목적에 한숨 응수하며 오를 때의 고단함을 잊게 만들었다. 길이 아름다운 건 그 길의 필연을 역설하기 때문이고, 또한 오래된 시간의 자취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이 잉태된 땅에 불쑥 들어서 환영 받지 못하는 불청객은 길로 인해 손님이 되고, 친우가 되며, 때론 제자가 된다. 비록 뿌연 대기가 세상으로 뻗어가는 시선을 시샘하고, 용인하지 않지만 이 길에서 만큼은 세속과 다른 민낯을 하나씩 열거..

신선의 세계, 상원사_20220504

중력은 약하고, 자태는 묵직한 사찰인 상원사는 남대봉으로 가는 길이라면 꼭 들러야 된다. 탐욕의 비늘이 있는 자리에 나지막이 울리는 산내음이 있고, 둔탁한 엔진소리 대신 발자국 소리마저 숙연하게 만드는 은은한 풍경소리가 있다. 치악산의 파수꾼처럼 잔혹한 세속에서 우뚝 선 절벽 위 큰 어른. 실크로드의 오아시스처럼 유혹이 난무한 산행 뒤에 눈과 가슴으로 갈증을 깨친다. 힘든 여정의 감로수, 치악산 남대봉/상원사_20210817 평소 산을 거의 타지 않는 얄팍한 체력에도 뭔가에 이끌린 듯 무작정 치악산기슭으로 오른 죄. 평면적인 지도의 수 킬로를 우습게 본 죄. 시골 출신이라 자연 녹지의 낭만만 쫓은 죄. 여전히 대 meta-roid.tistory.com 상원사에 들어서면 누구나 약속처럼 감탄사를 남발하게 ..

치악에 대한 중독, 치악산 남대봉 계곡길_20220504

모처럼 치악산에 도전, 산으로 가기 전 든든한 식사는 기본이라 가까운 원주 혁신도시에서 에너지 보충과 더불어 커피 한 사발 짊어지고 떠난다. 회사 계단 오르는 것도 턱 밑까지 숨이 차는데 치악산 남대봉에 오를 수 있을까? 첫걸음이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발을 떼고 나면 어떻게든 오르는 것 보면 저질체력이 아니라 스스로 위안하고 다독거리는 수밖에. 원주혁신도시는 처음 밟는데 무척 깨끗하고 잘 짜여져 있었다. 게다가 외곽으로 치악산이 감싸고 있어 무척 부럽기도 했다. 또한 아침 햇살이 어찌나 강렬한지 산행을 하기 전부터 등짝이 촉촉해질 정도로 날씨 또한 포근했다. 치악산의 눈물, 영원산성_20210809 이 하늘에 모든 망설임을 털고 첫걸음 내딛는다. 티 없이 맑던 하늘의 화폭에 치악산의 미려한 선이 수놓듯 ..

집으로 가는 길, 속리산 휴게소_20220503

힘겹게 넘어가는 백두대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휴게소 옆 멋진 산세는 굳이 이 휴게소를 들른 이유로 고속도로 개통으로 인한 접근성이 좋아져서 그렇지 원래 오지 중의 오지였단다. 오죽했으면 6.25가 발발했는지 모를 정도였다고. 산은 천연 요새며 생명의 어머니이자 아버지다. 먼저 아부지 산소에 들러 설 차례를 지냈다. 항상 이 자리에서 인증샷 한 컷을 찍게 되는데 계절의 특징도 잘 나타나고, 인사를 드리고 난 후의 후련함이 있기 때문이다. 남쪽 지역의 봄은 비교적 덥기도 했다. 올라오는 길에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보면 속리산 휴게소가 단골 쉼터였다. 그래서 몸에 덕지덕지 끼여 있는 노곤함을 털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전망의 구병산을 바라보게 되는데 볼 때마다 그 자태에 감탄하게 되며,..

친근한 녀석들과의 저녁 만찬, 오도산 휴양림_20220502

숙소에 들어와 모두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저녁을 준비하는데 어렴풋 꼬물이 하나가 보여 불렀더니 정말 다가왔다. 비교적 어린 냥이라 당장 줄 건 없지만 녀석은 내가 그리 적대적이지 않은 걸 눈치채곤 발코니 쪽으로 사라졌다. 여긴 종종 냥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엔 내 차가 아니라 밥이 하나도 없었지만 나 또한 눈치를 챘다. 휴양림 투숙객들이 하나둘 던져주는 고기 맛을 알고 있는 녀석들이라 아니나 다를까 회전불판에서 고기 내음이 뿜어져 나오자 발코니에 모여들어 냥냥송을 합창했다. 울가족들은 코코 이후로 전부 냥이들에 대해 호의적이고 측은해하는 편이라 하는 수 없이 고기 몇 점을 잘라 녀석들과 틈틈이 나눠 먹는 사이 밤은 깊어갔다. 숙소 출입구 앞에서 까만 무언가를 보고 혹시나 싶어 부르자 그 소리에 달려온..

거대한 핑크빛 출렁임, 합천 황매산_20220502

꽃이라고 해서 꼭 향기에만 취하는 건 아니다. 가슴속에 어렴풋 그려진 꽃이 시선을 통해 굴절된 꽃을 통해 꽃망울 필 때면 잠깐의 화려한 향이 아닌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관통하여 끝끝내 취한 나머지 행복의 추억에 가슴 찡한 향을 터트린다. 때론 선명한 실체보다 아스라한 형체가 상상의 여울이 되어 흐를 때 비로소 그 기억을 품고 사는 내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마음의 꽃밭에서 유유히 도치된다. 1년 전 황매산 행차할 때 코로나 백신 여파로 밤새 끙끙 앓았었는데 이번엔 그런 무게가 없어 한층 가벼웠고, 더불어 조카 녀석도 한 자리 차지해서 웃는 횟수도 많았다.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1,113m에 이르며,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