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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의 알을 깨고 세상으로,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_20240309

철길이 유일한 이동 통로인 곳, 영화 '기적'의 배경이 되는 양원역 일대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철길을 중심으로 도보길이 실타래처럼 얽힌 세 평하늘길에 당도했다.지난 대관령 여정에서 함께 둘러볼 심산이었으나, 당시 동해역 부근 허름한 모텔조차 15만원이라 잠시 미뤘고, 일주일 지나 그 땅을 밟았다.세평하늘길은 지자체에서 트레킹 코스로 만들어 둘레길 중 한 곳인 승부역 초대 역무원의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라는 시에서 착안, 세평하늘길이 되었는데 분천역에서부터 양원역을 거쳐 승부역까지 약 12km 둘레길로 겨울이면 오지의 협곡에 잉태한 눈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이동 수단인 열차를 타고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2004년에 유일한 민자(?) 간이역인 양원역을 어렵게 찾은 적 있었는데 당시 양원역은 서..

냥이_20240302

녀석은 집착적으로 막힌 공간을 싫어했다.그래서 녀석을 입양 했을 때 내 기준으로 가장 멋진 숨숨집을 사줬건만 냥무시했고, 이후 마약쿠션도 냥무시하는 바람에 한동안 개방 쿠션을 마련해줬는데 그러다 펫샵에 간 김에 쥔장의 조언으로 녀석의 침실을 꾸며줬건만 며칠 동안 머무르는가 싶더니 다시 냥무시해 버렸다.사람이라면 명확한 의사 표현을 주고 받겠지만 냥댕이들은 그렇지 못한 고로 서로 간극을 좁히는 노력의 한계가 있는지, 그래서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다.그러던가 말던가 녀석은 집사에게 끊임없는 애정표현이 한결같다.사강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대형 펫샵이 있어 방문, 녀석이 필요할까 싶어 업어왔는데 역시나 취향이 아닌가보다.녀석의 취향이 아닌 내 취향 아닌가 싶기도 하고.저 심퉁한 표정, 원래 생겨먹은 꼬락..

갖잡은 어패류를 파는 화성 사강시장_20240302

송산 사강시장에 가면 서해 갯벌에서 춤추는 각종 어패류, 특히 조개와 쭈꾸미가 춤을 춘다.추위의 습격으로 조용한 장날이라 떠들썩한 장터 구경은 못했지만 바지락, 쭈꾸미와 낙지를 납치해서 덮밥으로, 칼국수로 먹으면 가출한 입맛도 냉큼 돌아오겠다.뜨거운 호떡은 덤~원래는 북적이는 장날이라는데 꽃샘추위가 오던 날이라 시장과 그 주변은 한산했다.서해가 인척이라 거기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산물, 특히 싱싱한 바지락이나 쭈꾸미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그래서 저녁엔 외식 대신 집에서 쭈꾸미 덮밥을 먹었는데 쭈꾸미만 먹어도 배가 터지겠다.

불완전한 옹심이칼국수_20240301

횡계에 도착하여 예전 생각에 중화요리 식당을 방문했지만 재료 소진으로 조기 영업 마감하는 바람에 아쉬운 대로 인척에 있는 옹심이 식당을 방문, 옹심이 칼국수를 시켰는데 때마침 몰려든 손님들로 한참 걸려 요리가 나와 허겁지겁 흡입했다.담백하면서 적절한 간이 배어 먹을만했으나, 내가 기억하던 옹심이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내 기억이 시간으로 인하여 오염되어 버린 걸까?내 기준으로 칼국수 양은 조금 아쉽긴 해도 적당한 편-칼국수에 환장한 족속이라-이었고, 상대적으로 옹심이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식당을 나와 차량을 주차한 방향으로 출발하려는데 옆에 쌓인 눈 보소!이번 겨울 동안 유별나게 폭설 소식이 많이 들렸던 강원도였다.다음 목적지는 삼척으로 잡으려다 그냥 일정을 포기했다.황금연휴라 그런지 숙소 가격이 장난 ..

봄이 불어오는 끝없는 설경, 대관령 선자령_20240301

대관령 옛길은...대관령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파노라마 같다. 발 아래로 급히 낮아지는 지형을 따라 산줄기와 계곡은 넓게 펼쳐지고 저 멀리 자리한 강릉시내와 경포호,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동해의 푸른 물은 청량하기 그지없다. 보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광활한 풍경이다. 대관령 고개에서 해오름의 방향, 즉 동쪽 산하를 바라보는 모습은 이렇게 아름답다. 아득히 먼 옛날 대관령을 넘던 신사임당은 이 고갯마루에 올라 산 아래로 멀리 펼쳐진 고향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향집의 노모를 떠올리고는 애틋한 마음에 젖는다.대관령은 큰 고개다.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과 함께 백두대간을 넘는 4대령 중의 하나로 오늘날 강원도의 영동과 영서 지방을 연결하는 길 중에서 가장 이..

이상과 동경을 찾아서, 정선 증산역_20050329

평생 동안 여행을 거의 다니지 않으신 행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정선 가던 날, 제천에 주차한 뒤 제천역에서 달려와 증산역에 내려 역사 밖으로 나와 때마침 선 장터 구경에 나섰다. 제천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열차가 고속으로 운행할 수 없어 한참을 걸렸는데 대략적인 기억에 3시간이 더 걸렸었다.장터 구경을 하고 옆에 커피샵이란 간판이 보여 들어갔더니 다방이었는데 차를 주문하자 이쁜 아줌씨께서 옆에 앉으셨고 마실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새삼스럽게 괜한 부담은 무엇? 정선을 갈려면 증산역에서 내려 유일한 정선행 열차인 정선꼬마열차를 타야했는데 그 기다림 동안 주변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더군다나 정선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동경이 뒤섞여 기다리는 마음은 마치 허공을 질주하는 갈매기 같았다.

추억의 사색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