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원래 의도한 대로 상동을 지나 산으로 난 도로를 따라 다시 출발했다.상동은 언제나 마지막 여정의 반환점이었고, 그래서 상동에 도착할 즈음이면 언제나 해는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인데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동네라 저녁이 일찍 찾아와 상동을 지나는 이 산길은 '언젠가'라는 막연한 여운만 남겨 뒀었는데 이번엔 영월에서 일찍 출발 했거니와 이른 오후 시간이라 막연한 계획을 실현시킬 확신이 생겼다.상동도 조용한데 상동 꼴두바위를 얼마 지나지 않자 인가는 전혀 없고 도로 양 옆 산줄기는 그 틈을 더욱 좁혔다. 이내 차선은 사라지고 오르막길은 가팔라져 이제는 산줄기 가운데가 아닌 산 언저리 포장된 길에 접어 들었고, 그와 함께 인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이 짙은 가을 숲 내음과 적막을 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