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410

기습적인 눈꽃_20150118

밤이 되자 급작스럽게 대기를 가르던 눈송이가 금새 소복히 쌓여 탐스런 눈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함박눈이 내릴 때만 부드러운 층을 겹겹이 쌓아 풍성하게 피는 눈꽃은 눈이 그치고 나면 점점 사그라 들면서 품고 있던 겨울 바람들을 떠나 보내버리고 이내 시들어 버린다. 새하얗게 얼린 우유를 곱게 갈아서 만든 눈꽃 빙수처럼 잡다디한 스펙트럼을 흡수해 버린다. 눈꽃은 차별이란 걸 모른다.어디에 나려서 만개하든 겨울의 움츠러든 빛깔들을 눈꽃의 화사함을 입혀서 풍성하고 눈부시게 복돋아 준다. 극단적으로 추운 겨울일지라도 눈꽃의 그 미세한 꽃잎들은 부드럽게 찬 겨울 바람들을 감싸 품고는 목화솜처럼 풍성하고 떠다니는 구름처럼 보드랍고 벚꽃보다 더 화사해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겨울을 잊게 만들어 추위에 지친 세상을 위로해..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_20150110

2003년 5월 예술의 전당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1년 12월 공연 종료까지 4,396회에 걸쳐 33만 관객을 동원한 대히트작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의 후속작인데 트래킹 일행의 강추로 보게 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투!오후에 만나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바로 극장으로 습격하여 관람했다. 연극이 시작하기 전, 객석에 착석하면서 무대를 살짝 찍었는데 앞자리 대신 일부러 뒷자리에 넓직하게 앉아 편하게 봤다.재개발에 떠밀려 세탁소도 위기에 처하지만 세탁소는 주인 강태국의 의지대로 운영을 계속하기로 하는, 생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유쾌한 작품이다.그래서 많이 웃게 하면서도 공감 되는 부분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놓았는데 착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세상의 단면이 씁쓸하게 와닿는다.영화가 아닌 연극..

새해 첫 외출_20150102

새해 들어 형제들끼리 가까운데 여행 가자고 제안했더니 전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 징검다리 연휴라 숙소가 잡기 어려워 고민하다 충주 봉황휴양림 통나무집으로 잡고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모여서 바로 출발했더니 집에서 1시간 좀 더 걸려 수월하게 도착했다.미리 휴양림에 전화해서 밤9시 넘어 도착하리란 귀띔을 해 주고 막상 도착하자 휴양림 답게 무척 조용하다. 내부도, 외부도 완죤 나무라 이 겨울엔 정말 포근한 분위기가 연출된다.예전엔 에어컨도 없었는데 몇 년 사이 에어컨 입고, 바닥은 금새 절절 끓어대는 전기 패널.이때는 10시가 넘은 시각이라 이불 깔고 잘 준비를 잽싸게 하곤 스원한 맥주 한 사발 땡겼다. 통나무 집 앞에 바로 주차가 가능해서 차 속에 둔 물품 꺼내러 갔다가 잠시 겨울 바람 쐬고 있으려니 ..

부활 콘서트_20141227

건국대에서 펼쳐진 부활콘서트에 갈 수 있었던 건 완전 행운이었다. 그날 무척 추워서 입이며 다리가 얼어 붙는 줄 알았던데다 조촐하게 대학로에서 연극이나 볼 심산이었기 때문이었다.근데 넷서핑 중 부활콘서트를 알게 되어 트래킹 일행과 의기투합(?)해서 급하게 건국대학교로 고고씽~ 빠듯하게 도착해서 급하게 사진 찍고 숨 돌릴 겨를 없이 바로 입장했다.좋은 자리는 예약이 끝나서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 뒷좌석보단 첫 줄 가장자리가 남아 거기로 했다.아마 예약하신 분들이 취소하신게 아닐까?재밌는 멤버 사진이 있는데 좌측부터 드럼 채제민, 베이스 서재혁, 보칼 김동명, 기타와 리더 김태원 되시겠다. 서막을 알리는 간단한 연주 후 멤버들 입장~보이는 대로 자리는 베이스 서재혁님 바로 앞인데 바로 옆에 대형 스피커 덕분에..

빙판길_20141220

특히나 추운 날이었던데다 눈이 내린 후 바로 비가 내리더니 한파가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 놓았다. 주말이라 도로 상황도 마찬가지고 해서 자전거를 포기하는 대신 도보 산책을 하는데 이거 넘무넘무 미끄러워서 몇 발 걷는 것도 조심스럽다. 길에 광택이 자르르 흐르니 보기는 좋다만 그날 몇 번 벌러덩할 뻔 했다규. 비가 내리던 전날만 해도 날이 포근했는데 비가 오자마자 이렇게 바로 따라 오는 한파도 정말 희귀한 일이다.

겨울 바닷가_20141213

전날 퇴근해서 바로 동서울터미널로 가서 울진행 버스를 탔지만 원주 지날 무렵부터 대책없는 폭설로 더디게 나아갔다.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나마 눈발이 날리기 시작할때 즈음이라 생각보단 이동 속도가 괜찮았고 강릉을 지날때 밖을 보니 그짓말처럼 화창해서 밤하늘에 별이 쫑알쫑알 빛나는 중이었다.6시간 채 걸리지 않았으니 그나마 선방했다고 봐야지. 완전 텅빈 울진 터미널에 도착해서 일행을 만나기 전에 올라가는 차편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벱이쥐.일단 아이뽕으로 시간표 정도는 챙겨 놓고~동서울에서 출발한 고속버스는 삼척-임원-호산-부구-죽변을 거쳐 울진을 종착점으로 하는데 앞 터미널에서 내리는 승객들이 많아 마지막 울진에선 나를 포함 3명 뿐이었다.추운 겨울에 적막한 터미널 안은 자그마한 ..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흔적_20141207

휴일이고 해서 그간 일상을 못 벗어나던 때를 과감히 집어 던지기 위해 가출을 감행, 다른데 가는 건 귀찮고 해서 동탄과 병점 사이에 놓인 구봉산으로 도보 산책에 나섰다. 앞만 보고 도착한 구봉산 정상에 다다를 무렵 해가 기울기 시작하길래 동탄 푸른마을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 거기로 가면 금새 내려갈 거 같아 급 피어나는 귀찮음을 채울 수 있겠더라.내려오는 길에 보니 이런 사당? 제실?이 보인다.앞이 남향의 급격한 경사라 전망은 따봉이겠지. 평지에 내려와 보니 폐허가 된 마을 같다.여기 동탄신도시로 개발 붐이 일기 전, 능2리 였나보다.옆이 능동이니까 리에서 동으로 승격한 걸 짐작할 수 있겠다. 요따구로 폐허가 된 집들이며 공장들이 널려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건물이 이거여.다음 지도를 보니 산삼그린..

사북 떠나는 날, 11월도 떠난다_20141130

이제 오길 바라지 않았던, 떠나는 약속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등을 떠밀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리며 첩첩산중에 구름솜을 뿌려 놓은 장관이 차라리 없었더라면...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미련 없이 훌훌 떠나버릴 수 있도록 유혹하지 않았더라면...그저 일상처럼 쨍한 햇살을 뿌리며 고독한듯 건조한 바람에 발길 자욱한 낙엽만 굴렀더라면... 피부에 닿으면 겨울 답지 않게 부드러운 입맞춤처럼 사각이던 보슬비가 이내 굵은 빗방울이 되어 가려는 길을 추적추적 적셔 놓는다.그저 평이했다면 기억에 산만히 흩어져 있을 터이지만 가는 길, 11월 마지막 날은 기억에 집착하는 그 모든 것들로 인해 고스란히 남아서 구름 조각을 덮어 놓았다.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파티를 하고 깊은 잠에 취해 버렸다. 서울에서 출발할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던 피로와 더불어 후딱 비운 맥주가 갑자기 풀린 긴장을 더 이완시키면서 늦잠을 자게 될 줄이야. 하이캐슬리조트에서 베란다에 나와서 보니 역시 지대가 높긴하다.강원랜드가 밑발치에 보이는데 완전 산으로 둘러싸여 절경이 따로 없다.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나 이따금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 쬐이는데 비 온 후라 그런지 대기가 깨끗해서 왠쥐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만 같다.느낌 아니까~ 원래 지도 없는 여행이라 당일 지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