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20

가을 복사골 카페, 음성 카페이목_20240928

충주 능암온천에서 약 1시간 가량 온천욕을 즐긴 뒤 금왕을 거쳐 진천에 도착하자 하늘에 이따금 흐르던 구름이 무리를 이루어 자욱하게 흘렀고, 그런 가을 전경들이 못내 아쉬워 광혜원 인근 카페를 찾았다.광혜원과 경계가 불분명했는데 어느새 음성이었고, 그것도 인척인 대소가 아닌 삼성이라.이 작은 땅에 선을 그어 이 동네, 저 동네 나누는데 반해 하늘은 그 경계도 없거니와 인위적인 선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더없이 맑고 넓었다.카페이목은 앞서 방문했던 스몰콤마나 뤁스퀘어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복숭아밭을 배후에 두고 탁 트인 전망에 어스름 기운 구릉지대에 서 있어 땅이면 땅, 하늘이면 하늘 모두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했다.카페 너머 남쪽과 우측인 서쪽은 온통 복숭아 과수원이라 전망..

아련한 시대의 자취, 충주 고구려비_20240928

충주고구려비(忠州高句麗碑)는 충청북도 충주시(忠州市) 중앙탑면(中央塔面) 용전리(龍田里)에 있는 사각 기둥 형태의 고구려비이다. 발견된 곳의 당시 행정 구역이 중원군(中原郡)이어서 중원고구려비라고 명명하였으나, 중원군이 충주시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충주고구려비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글자의 마모가 심하여 판독에 어려움이 있지만 5~6세기경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다.충주고구려비는 1979년 단국대학교 박물관 학술조사단에 의해 발견 조사되었다. 충주고구려비는 오랫동안 선돌[立石]로 여겨졌기에 비가 서 있던 마을 이름도 입석 마을이었고, 비를 조사할 당시에도 일부 주민들에게는 신앙의 대상이었다. 충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들의 제보가 있어 현지 조사를 한 결과 삼국 시..

남한강을 따라 흐르는 시선, 충주 장미산성_20240928

충주 장미산성을 계획한 날,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충주에 도착했고, 때마침 고구려 축제가 있어 차량 행렬이 비교적 눈에 띄었다.광활한 고구려의 의미를 기리듯 청명한 가을하늘은 더할 나위 없었는데 더불어 여정을 즐기기에도 최적의 날씨라 출발 전부터 기분은 공중부양 상태였다.장미산성은 해발 337.5m인 장미산을 중심으로 계곡을 감싸, 돌로 쌓은 산성이다. 수로 및 육로교통의 요충지이자 삼국시대에 전략적 거점이기도 한 이곳에는 백제시기의 유물이 많이 발견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산성의 원류는 고구려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충주 고구려비’와 관련하여 고구려 세력의 남하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대림산성과 장미산성 내 설명판) 이 성과 관련하여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충주의..

작은 화원이 품은 카페, 진천 뤁스퀘어_20230923

발음이 좀 어려운데 반해 내부 분위기는 신선한 뤁스퀘어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사우가 추천하여 퇴근 후 함께 찾았다.앞서 산자락 초입에 걸쳐진 스몰콤마와 달리 여긴 허허벌판에 나지막하게 들어선 카페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첫 대면에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어 붙여놓은 인상이었는데 막상 내부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규모의 비교적 너른 실내에 작은 정원이 자리 잡았고, 그 정원에 카페 테이블이 비집고 들어간 모양새였다.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왔건만 확실히 낮이 부쩍 짧아져 벌써 어둑해지려 했다.허허벌판에 아주 살짝 솟은 구릉지대 같은 지형에 도로에서 접어들면 잡초가 무성한 공터와 같아 여기가 맞나 싶었지만, 길 따라 들어오면 된다는 작은 입간판을 믿어 보기로 하고 더 진행하자 테슬라 슈퍼차저가 가장 먼저 맞이했..

일상_20240922

한 주가 지나지 않았는데 한가위 연휴에 그리도 사람을 괴롭히던 폭염은 순식간에 물러나고 그토록 바라던 전형적인 가을이 다가왔다.전날 이케아에 갔다 기운이 쏙 뽑혀 늦잠을 자고 일어나 뒤늦게 산책을 나서 맨발 걷기의 메카가 된 반석산으로 향했고, 겁나 쾌적한 날씨 속에서 만 보를 훌쩍 넘겨도 피로감을 느낄 수 없었던 천국에 있었다.폭염이 불과 며칠 전이라 갑자기 북녘에서 밀려온 서늘한 바람이 밤에는 상대적으로 춥게 느껴졌건만 활동을 시작하자 최적의 기온으로 맞춰졌고, 게다가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 외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가을하늘은 언제 봐도 감동이란 단어를 능가할 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았다.그만큼 눈을 뜨고 활동하는 자체로 행복의 달달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반석산에 오르자 금요일 밤부터 전날 ..

시골 산자락의 포근한 분위기 카페, 진천 스몰콤마_20240920

정말 이쁜 카페를 진천에서 만났다.요즘 죽이 잘 맞는 회사 사우를 따라 진천의 이쁜 카페로 출발하여 도착할 무렵, 극명하게 짧아진 낮을 실감 하며 카페로 들어서는데 일몰 후의 여명이 잘 어우러져 카페가 어찌나 이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조금 감탄사를 뱉긴 했다.그런데 19시 반까지 오더를 받는다고!가을 어스름 아래 말끔히 단장한 카페의 모습은 이쁘다는 말 외엔 그리 대체할 만한 표현 방법이 없었고, 시원스런 통유리창 너머 따스한 불빛과 널찍한 공간 배치, 거기에 맞춰 편하게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이었다.내부에 들어오자 밖에서 보던 톤과 달리 조금 차갑긴 해도 나무와 아이보리가 적절히 조합을 이룬 포근한 분위기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2층도 있긴 했지만 영업 마감이 임박하여 이용할 수..

냥이_20240920

그야말로 샤워기로 뿌리는 물폭포 수준의 폭우를 뚫고 밤이 깊어서야 겨우 도착하자 오뉴월 봄눈 녹듯 몸에 긴장이 풀리며 액체가 되기 직전, 녀석이 한사코 안겨서 내려올 생각은 커녕 언제나처럼 퍼질러 잤다.묘하게도 녀석과 있으면 수면이 극도로 몰려드는데 두 수컷이 어김없이 함께 졸았다.간만에 넷플 영화 한 판 땡기려다 오늘도 무산되었고, 이참에 넷플도 해지 예약을 걸어버렸다.한 달에 영화 한 편 겨우 볼 정도로 접속을 거의 하지 않아 차라리 그 돈으로 녀석 츄르나 사고, 내 방 냉장고에 하이볼이나 장만하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어서다.내가 없을 때는 맨날 방에 들어와 두리번거리며 냥냥거리기 일수라는데 그런 소리들으면 내가 충실한 집사로서 인정을 받긴 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녀석의 애정도 어지간하다.이렇게..

냥이_20240918

생긴 건 무시무시하게 생겨 먹었는데 애교와 정이 많은 울집 냥이, 코코.연휴 동안 폭염에 갇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틀어 박혀 있었는데 한사코 사람한테 앵기는 짓을 보면 녀석이 변한 게 아니라 녀석으로 인해 사람들이 변해 급기야 냥이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늘 보면 불쌍해 보이는 건 뭐지?베이비 스키마에 더해 어미의 포근한 품을 일찍 떠난 아련함과 함께 어느 몹쓸 닝겐의 학대 흔적으로 인한 동정심도 한몫했다.그래도 같은 가족이라 다행이다.연휴 마지막 날이라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진천으로 떠나야 하는데 그러면 한동안 녀석도 방을 오가며 냥냥 울어대겠지?녀석으로 인해 내 생각이 많이도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