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가을 복사골 카페, 음성 카페이목_20240928

사려울 2024. 10. 7. 00:50

충주 능암온천에서 약 1시간 가량 온천욕을 즐긴 뒤 금왕을 거쳐 진천에 도착하자 하늘에 이따금 흐르던 구름이 무리를 이루어 자욱하게 흘렀고, 그런 가을 전경들이 못내 아쉬워 광혜원 인근 카페를 찾았다.

광혜원과 경계가 불분명했는데 어느새 음성이었고, 그것도 인척인 대소가 아닌 삼성이라.

이 작은 땅에 선을 그어 이 동네, 저 동네 나누는데 반해 하늘은 그 경계도 없거니와 인위적인 선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더없이 맑고 넓었다.

카페이목은 앞서 방문했던 스몰콤마나 뤁스퀘어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복숭아밭을 배후에 두고 탁 트인 전망에 어스름 기운 구릉지대에 서 있어 땅이면 땅, 하늘이면 하늘 모두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했다.

카페 너머 남쪽과 우측인 서쪽은 온통 복숭아 과수원이라 전망을 가리지 않고 시야가 스원스럽게 뻗어나갔다.

카페를 관통하여 테라스에 서자 석양이 기우는 남서쪽은 이렇게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고, 이따금 지나는 구름이 강렬한 뙤약볕을 약화시켜 미간의 주름을 깊게 새기지 않아도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봄에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면 온통 핑크빛 파도가 출렁이겠다.

카페 서쪽 방향의 잔디밭 너머에도 복숭아 과수원이 감싸고 있었는데 포근한 가을볕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커피 한 잔도 계절과 함께 즐길 수 있었고,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온 퇴비 내음 또한 짙지 않아서 감상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구릉지대의 지형적 특성으로 카페가 복숭아 과수원보다 조금 높고, 멀어질수록 점점 고도가 낮아져 카페의 창 앞에서나 야외 테라스에서나 향그로운 가을 햇살이 커피 슈가만큼이나 달달했다.

광활한 가을 하늘에 둥둥 떠서 급히 한 방향으로 향하는 구름의 행렬이 멋진 날이라 잠시 하늘을 감상하며 주문한 초코라떼가 되도록 천천히 나오길 바랬다.

한적한 주말이라 카페 내부에도 손님은 거의 없어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충분히 감상했는데 들판을 가득 채운 가을 햇살이 넘쳐 통유리 넘어 카페 내부까지 가득 들어왔다.

뺨에 와닿는 바람이 비교적 서늘하여 가을 햇살이 유난히 포근했던 날이라 그 햇살을 감상하며 찬 초코라떼를 한 모금 삼키자 급히 달려왔던 하루 시간에 쉼표가 선명해졌다.

근래 진천 일대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방문했었고, 커피 가격이 작게는 5천원에서 6천원 정도, 스무디 경우는 8천원을 훌쩍 넘겨 그리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다.

평소 가성비가 좋은 커피를 마시다 가심비 커피를 접하며 호의를 가질 수 없었던 건 커피 맛은 생각보다 평이했던데 비춰 가격은 마치 경쟁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갤러리에 입장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로 투자를 한다고 해도 차량을 이용해야 되는 불편함까지 가세하여 과연 몇 번을 이용할 수 있을까?

각기 다양한 테마로 개성 있는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마당에 이제는 카페도 자본의 대형화가 주류가 되긴 해도 이 또한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커피 맛은 거의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가격과 카페의 규모가 커지며 마치 주객이 전도된 기분에 카페를 빠져나오는 기분은 씁쓸함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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