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냥이_20241009

가을 햇살이 따스하면서 환희 넘치던 한글날, 그 햇살을 찾아 녀석이 베란다에 잠들었다.좀전까지 바깥 세상을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즐기던 녀석이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정말 냥이들 발자국 소리만큼 소리소문 없이 잠들었다 이내 다가와 발끝에 붙어 있기 일쑤.그렇게 곤히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집사 발끝에 따라붙다 장실 앞에 식빵을 굽고 있었다.난 이럴 때 항상 손으로 식빵 자르는 시늉을 했고, 그럴 때마다 녀석은 덤덤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쇼파에 집사들 옆에 자리를 잡고 거만하게 앉아 있는 녀석이 신기해 "왜 주뎅이가 고따구로 생겼냐?" 그랬더니 녀석은 말 뜻은 모르고 그저 눈인사를 연신 날렸다.오후가 되어서도 역시 바깥 세상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몰래 다가가 녀석 뒤에 서서 나 또한 삼매경에..

냥이_20241008

아침 일찍 서둘러 인덕원으로 출발, 생각보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 덕에 집을 털어내곤 돌아왔을 때도 이른 오후였다.남 집사가 없을 땐 축쳐져 있다 집으로 돌아오자 녀석은 다시 철 없는 수컷으로 돌아와 철 없는 짓을 일삼았다.냥냥거려서 얼른 한 번 놀아주자 실컷 놀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베란다로 향하는 녀석.어찌나 느긋하게 걷는지 베란다까지 가는데 한참 걸렸다.베란다로 나간 녀석이 감감무소식이라 녀석을 찾으로 나왔는데 여 집사와 함께 바깥 구경과 더불어 가을볕을 쪼이다 녀석은 금세 잠들었단다.왠지 집안이 평화롭더라니.하루 종일 집사들의 발끝에 붙어다니던 녀석이었는데 밤에 마실 산책 다녀오자 녀석은 또 새근새근 잠들어 온 집안이 조용했다.그러니 녀석이 눈에 밟히지 않겠나.

동탄에서의 가을 밤 산책_20241008

그야말로 생활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낮엔 활동하기에 있어 조금 덥긴 했지만, 해가 지고 밤이 깊어갈수록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마음에 쏙 들어맞는 날씨와 기온이었다.조금 빠르게 걷는다면 기분 좋은 범위 안에서 체온이 올라가며 거북하지 않은 선에서 등판에 살포시 땀의 흔적이 느껴졌고, 가만히 있으면 전형적인 가을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앉은 자리에서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킨 기분이었다.원래 그리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밤 마실 산책을 나섰지만 인덕원 일도 잘 마무리된 여운이 더해져 살짝 기분이 중력을 이긴 상태라 동탄여울공원을 거쳐 반석산을 우회하여 노작문학관을 지나 무장애길을 타고 복합문화센터까지 꽤 많은 걸음수를 채웠다.그래도 체력적인 버거움을 전혀 눈치 못 챈 건 역시나 가을의 힘..

가을 전주곡, 동탄 반석산_20241006

전날 내린 비와 아직 남은 구름이 묘한 가을 정취를 연출했고, 그로 인해 가을은 한층 익어 그립던 제 빛깔을 되찾아 세상을 활보했다.반석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로 향하며 매년 가을마다 습관처럼 육교에 서서 길을 따라 번지는 가을에 중독되어 버렸다.이 나무의 이름도 모른 채 십여 년 이상 가을마다 나무 사잇길로 지나다녔다.대왕참나무?이 나무들도 가을이 깊어질 때면 붉게 물들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기겠지?반석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초입에 묘한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냥이 녀석이 쳐다보고 있었다.집사라고 꽁꽁 숨어 있는 녀석을 단번에 알아보다니.한동안 쳐다보던 녀석이 내가 아는 척을 하자 두 발짝 멀어졌다.녀석에게 있어 내가 공포의 대상이라 얼른 자리를 벗어나 언제나처럼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보폭을 ..

냥이_20241006

새근새근 낮잠을 자는 녀석에게 녀석의 모포를 덮어주자 그 따스함을 몸으로, 표정으로 표현하며 더욱 달달한 잠에 빠져들었다.녀석을 보는 시선을 눈치 챈건지 얼굴을 모포 깊숙히 파묻고 계속 잠을 청했다.이럴 땐 흔들어 깨우고 싶을 정도로 장난치고 싶었다.몸부림을 많이 치는 녀석인데 그래도 따스함이 좋았던지 모포는 밀어제치지 않고 마빡만 내밀었다.냥이에 대해 지식이 거의 없을 초창기엔 무조건 손을 뻗어 스담해줬었는데 이제는 녀석의 휴식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나도 누군가 멋대로 만지면 귀찮아서 쫑따구 내니까.한 잠 때린 뒤 일어난 녀석은 습관대로 식탁 아래 의자에 자리를 잡곤 출석 체크 중이었다.있어야 될 집사들이 제대로 있는지, 그게 녀석의 낙이자 안정을 찾는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니까.

냥이_20241005

녀석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마냥 하루 죙일 퍼질러 잤다.집사의 괜한 욕심으로 녀석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바엔 차라리 원래처럼 외출할 땐 집에 두고 CCTV를 활용해야 스것다.낮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자 녀석은 볕이 좋은 곳에서 연신 잠을 잤다.전날까지 극도로 동공 지진을 보였기 땜시롱 많이 피곤했겠지?오후가 되어서야 녀석은 일상으로 돌아왔는지 사람한테 안겨서 졸다가 대화도 엿듣다 하며 원래의 똥꼬발랄한 모습을 보였다.녀석은 내려올 생각이 없었던지 자는 척만 했고 잠에 빠져든 건 아니었다.손을 갖다대자 슴가를 스담해 달라고 팔을 벌려 슴가를 보여줬다.손을 떼자 '왜 스담 더 안하냥?'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뇬석아, 자는 척 하지 말고 내려와!오후 해가 많이 기울 무렵 반석..

냥이_20241004

역시나 냥이는 영역 동물이었던가!길 생활은 어느새 잊었는지 처음과 달리 낯선 환경에선 이불 속에서만 있었다.장실은 하루 종일 딱 한 번만 갔고, 잘 먹던 밥도 거의 입에 대질 않았다.하루 정도 만에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창 너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졸다가 다시 눈을 떴다가를 반복했는데 잘 키우던 냥이가 집을 나가면 찾기 힘들다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하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에 다시 동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집에 돌아오자 금방 녀석은 제 집을 알아채곤 가장 먼저 장실에 갔다 김치냉장고 위로 올라가 주뎅이만 내민 채 한 시간을 그렇게 잤다.다음부터 녀석을 데리고 외출하는 건 절대 엄금!진천 집에는 녀석의 채취가 있을 테니 진천과 동탄만 데리고 다니기로 ..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느지막한 오전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가벼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장대 같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긴 했으나 금세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라 우산을 챙겨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살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올여름 폭염에 심신이 지쳤는지 뺨에 느껴질 듯 말 듯 휘날리던 보슬비조차 전형적인 가을 기온과 맞닿아 제대로 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 내음과 바람을 만끽하는 게 더욱 본능의 이끌림이 강해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져 쉴 새 없이 걸었다.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

오르지 못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_20241001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떠나 21번 국도로 진입하여 진천읍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문득 잣고개를 넘어서자 산림욕장 팻말이 보여 길가 여유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산림욕장으로 향했다.한창 공사 중인건지 어디선가 중장비 건설 기계의 묵직한 소음이 들렸는데 공원길치고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수록 중장비 기계가 내는 소음이 점점 또렷하게 들렸고, 예측이 들어 맞았다.석재 타일이 깔린 길엔 내린 비로 인해 군데군데 진흙이 타일 위를 덮고 있어 걷는 길이 미끄러웠는데 위로 조금 오르자 공사장 기계 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내려갈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디뎠다.잣나무숲 산림욕장이라 그런지 비가 내려 소강 상태인데도 특유의 잣나무숲 향기가 그윽해서 공사가 끝난 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