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20

냥이_20241004

역시나 냥이는 영역 동물이었던가!길 생활은 어느새 잊었는지 처음과 달리 낯선 환경에선 이불 속에서만 있었다.장실은 하루 종일 딱 한 번만 갔고, 잘 먹던 밥도 거의 입에 대질 않았다.하루 정도 만에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창 너머 사람들의 소리를 듣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졸다가 다시 눈을 떴다가를 반복했는데 잘 키우던 냥이가 집을 나가면 찾기 힘들다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하는 수 없이 금요일 저녁에 다시 동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집에 돌아오자 금방 녀석은 제 집을 알아채곤 가장 먼저 장실에 갔다 김치냉장고 위로 올라가 주뎅이만 내민 채 한 시간을 그렇게 잤다.다음부터 녀석을 데리고 외출하는 건 절대 엄금!진천 집에는 녀석의 채취가 있을 테니 진천과 동탄만 데리고 다니기로 ..

냥이_20241003

가족들을 초대하기 위해 전날 집에 도착한 뒤 아침에 일어나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있노라니 녀석이 티비 앞에 냉큼 자리를 잡았다.연신 눈을 맞히는 녀석.내가 없는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방에 들어가 냥냥거렸다던데 모처럼 집사를 보자 계속 따라붙었다.그래도 사진 찍으려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버리는 녀석.한 번 놀아주고 쇼파에 쉬고 있는 녀석을 캐리어에 집어 넣어야 되는데 얼마나 진땀을 뺄 지 안봐도 뻔했다.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녀석을 겨우 캐리어에 넣고 진천으로 궈궈!진천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을 지나면서 빗방울은 굵어졌는데 창문을 열어놔서 비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온 김에 진천에서 유명한 막국수는 먹어야지.어차피 비가 들어왔으면 닦아내면 그..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느지막한 오전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가벼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장대 같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긴 했으나 금세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라 우산을 챙겨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살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올여름 폭염에 심신이 지쳤는지 뺨에 느껴질 듯 말 듯 휘날리던 보슬비조차 전형적인 가을 기온과 맞닿아 제대로 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 내음과 바람을 만끽하는 게 더욱 본능의 이끌림이 강해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져 쉴 새 없이 걸었다.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

오르지 못한 진천 잣고개 산림욕장_20241001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떠나 21번 국도로 진입하여 진천읍 방향으로 달리는 길에 문득 잣고개를 넘어서자 산림욕장 팻말이 보여 길가 여유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 뒤 산림욕장으로 향했다.한창 공사 중인건지 어디선가 중장비 건설 기계의 묵직한 소음이 들렸는데 공원길치고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수록 중장비 기계가 내는 소음이 점점 또렷하게 들렸고, 예측이 들어 맞았다.석재 타일이 깔린 길엔 내린 비로 인해 군데군데 진흙이 타일 위를 덮고 있어 걷는 길이 미끄러웠는데 위로 조금 오르자 공사장 기계 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고, 내려갈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걸음을 디뎠다.잣나무숲 산림욕장이라 그런지 비가 내려 소강 상태인데도 특유의 잣나무숲 향기가 그윽해서 공사가 끝난 뒤 다..

신라 공신 김유신의 뿌리, 진천 김유신 탄생지_20241001

임시 공휴일을 뒤늦게 알곤 밤새 내린 가을 장맛비가 아침에 일어나자 비교적 가늘어졌고, 그 틈을 이용해 만뢰산 방향으로 여정을 떠났다.진천이란 곳이 워낙 도로망이 잘 되어 있어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금세 만뢰산 초입에 도착했고, 길목에 휑하니 너른 잔디밭과 깔끔하게 조성한 유적지가 있어 곁길로 잠시 샜는데 통일신라의 공신이 김유신장군의 탄생지라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다.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어 관리인 차량이겠거니 했는데 한창 장실 내음의 주범인 은행을 줍던 분들이었고, 주차를 한 뒤 성큼성큼 걸어가자 노부부는 은행 줍던 걸 멈춰 걸음아 날 살려라 떠나셨다.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딱히 신라에 대해 좋거나 아님 나쁜 감정이 없어 김유신장군에 대한 경의 또한 별로 없던 터라 너른 잔디밭과 그 위에..

혁신도시의 아름다운 야경, 음성 함박산_20240930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을 앞두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잽싸게 끝낸 뒤 곧장 함박산으로 향했다.두촌성당을 지나 함박산으로 오르는 자그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랜턴과 트래킹화를 갈아 신은 뒤 사우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 구간은 함박산 정상의 전망대까지 비교적 긴 구간의 능선길이라 걸음수가 많은 대신 산행은 수월했다.야간이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가을 내음 가득 머금고 오르는 산행은 지친 여름의 시름을 달래기에 충분했고, 정상에 올라 처음으로 맞이하는 야경은 도심 야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함박산은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군자리·쌍정리·두성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천지개벽을 할 때 물에 잠겼으나 함지박 하나를 놓을 자리가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함박산에서 ..

일상_20240930

점심 시간대를 이용한 산책에서 체육공원을 넘어 비교적 상층 수종에 해당되는 나무들이 빼곡한 숲을 지나게 되었는데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져 이제는 시들할지 몰라도 초기 시민숲으로 조성할 당시엔 야심 차게 준비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숲 한가운데 데크길을 조성하여 숲의 파괴를 막음과 동시에 그런 숲을 자산으로 가꾸려 한 흔적을 보면 서울 도심에서 숲을 만나기 어려웠던 과거와 비교해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환경적 자산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만큼 이용하는 입장에서 행운이기도 했다.낙엽송을 비롯하여 비교적 다양한 상층 수종들과 그 아래 다른 수종들로 구성된 무성한 숲을 관통하는 데크길에 들어서면 특유의 경쾌한 발자국 소리가 울리면서 그와 함께 걸음 또한 가벼웠다.숲을 지나 도로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어린 냥이가 황급..

진천 마을에서 만난 미치도록 귀여운 냥이 가족_20240929

이번주는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휴식에 몰입했고, 그 휴식이 끝나는 일요일 저녁에 간단히 저녁 끼니를 해결하곤 집으로 돌아가는데 편의점 옆에서 그림자가 꼬물거렸다.가까이 다가서서 쪼그려 앉자 희한하게도 완전 하얀 냥이와 완전 까만 냥이가 같이 어울렸다.얼마 전까지는 뽀얗고 이쁜 하얀 냥이한테 관심이 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까만 냥이 매력을 알아 버린 뒤 완전 까망이한테 홀려 버렸고, 그 뒤부턴 까망이가 유독 눈에 잘 띄었다.그런데 이 녀석도 성격이 무척 좋은 1개월 가량 된 까망이였다.얼른 트렁크에서 밥을 한 움큼 집어 놓아주자 역시나 성격이 대담한 까망이가 먼저 다가와 먹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지나서야 하양이도 다가와 먹었는데 그 쯤에서 까망이가 거의 다 먹어서 한움큼 더 주자 함께 나..

숲과 가을이 주는 치유의 선물, 국립 양평 치유의 숲_20240929

휴양림은 뻔질나게 이용했어도 치유의 숲은 생애 처음 이용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여름 녹음이 완연한 가운데 부쩍 가을 내음이 선명한 시기에 숲은 가을을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선택이자 탁월한 체험이기도 했다.전날 충주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은 이유도 치유의 숲 방문을 염두에 둔 터라 양평 치유의 숲이 있는 양동까지 가는 길에 풍경들 또한 쉽게 지나칠 법한 가을 체득 중 확실한 경험이기도 했다.진천에서 출발하여 1시간 40여분 동안 이동하며 줄곧 따라오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가끔 창을 열면 밖에서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가을 내음에 도착 전부터 기분은 풋풋한 가을에 중독되어 걷잡을 수 없었다.국립 양평 치유의 숲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황거길 262-10 삼각산(538m) 남쪽자락에 위치하여, 수도권에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