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241018

금요일 퇴근 후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출발하던 중 오며 가며 봤던 비교적 규모가 큰 냥이 용품점에 스크래쳐가 필요해 들렀다.쥔장께선 상품을 정리하시느라 내가 들어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고, 한창 바쁘신 듯하여 기다리던 참에 잠시 매장을 둘러봤는데 냥이 분양 코너도 있어 거기에 시선을 강탈당했다.브리티쉬 숏헤어, 러시안블루, 스코티쉬 폴더, 렉돌 아깽이들이 있었고, 그중 유난히 귀여운 요 녀석에게 시선이 꽂혀 심장에 꽤나 부담이 생겼다.나중에 쥔장이 다가와 원반 형태의 스크래쳐를 구입하곤 요 녀석에게 다시 다가가자 쥔장께선 아깽이를 끄집어 내 가슴에 잠시 안았는데 외모와 달리 녀석은 무척 똥꼬발랄하여 쥔장의 가슴에서 탈출, 매장 안을 활보했다.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쥔장의 손에 붙잡혔고, 거짓말처럼 녀..

일상_20241015

가을은 여러 존재들이 감동을 표현하는 계절이다.전날 퇴근 무렵 하늘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하늘이 서쪽에서 연이은 영상을 펼치며, 그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결을 만들어 장관을 연출했다.물론 비소식과 함께.이튿날 어김없이 비는 내렸고, 지나칠 법한 빗방울이 심약한 빛을 굴절시켜 영롱한 보석을 만들었다.빗방울도, 가을을 관통한 파란 이파리도 하나씩 뜯어보면 별달리 특별할 게 없건만 계절의 후원으로 두 존재가 만나 뜻하지 않게 감동을 연출했다.그러고 보면 감동을 표현하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지만, 감동으로 귀결되었다.들판과 공원에 핀 꽃에 빗방울이 알알이 박혀 걸음은 번번이 끊어지기 일쑤.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것들이 가을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표현했고, 빗방울이 내려 그 꿈에 반짝이는 희망을 달았다...

비운이 빚은 절경, 영월 서강 선돌_20241013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존재가 굳어 절경의 표식이 되어 버린 서강의 선돌은 어쩌다 가끔 지나는 길에 들러 굳어버린 비운의 입맞춤을 상상하곤 했다.그럼에도 변치 않는 모습에서 그 이면의 안도를 재차 확인하며 돌아서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갖춘 모습처럼 마음도 변치 않았다.선돌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에 위치한 명승.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길목인 영월 방절리의 서강변에 위치하며 거대한 바위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선돌은 높이 약 70m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명승이다.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2008년 지정)로 유배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게 되었는데..

첩첩산중 그 위에 서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41013

그 많은 산들이 모여 숨어 있던 곳, 구름 이불을 덮어 월동준비로 분주한 가리왕산의 절경 앞에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미려한 자연의 화음에 감동하고, 그리하여 이 자리에 서서 숨죽였던 감성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모든 지나치는 찰나가 다르겠지만 이 순간도 수많은 찰나 중 하나의 조각이며 파란만장한 작품의 일부였다.[이전 관련글]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31121 meta-roid.tistory.com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meta-roid.tistory.com지상엔 앳된 가을이 젖어들었고, 산..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

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물 흐르듯 오고 갔다.회사 숙박 프로그램은 정신머리가 없어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아쉽게도 뒤뜰을 둘러본 걸로 위안 삼았다. 가리왕산케이블카가리왕산케이블카, 케이블카, 정선케이블카, 강원특별자치도, 가리왕산, 정선, 올림픽, 정선관광, 관광, 강원특별자치도케이블카, 가리왕산케이블카gariwangsancablecar.com[이전 관련글]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

가을 그리움의 길, 정선 운탄고도_20241012

유독 가을이 되면 궁금하거나 그리운 곳이 잡념보다 더욱 강하게 의식의 바다에 거친 파랑을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 기억의 주춧돌 위에 되새기게 되는데 그런 곳이 전국 팔도에 꽤 많이 떠올랐다.전남 담양의 새벽 안개와 여명에 휩싸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 24번 국도 옆 담순로, 가을이 수놓은 섬진강 벌판 위에 우뚝 선 칼바위 능선의 채계산, 자연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그 아래 인간이 하나씩 걸쳐 놓은 흔적이 조화로운 선암사, 자욱한 물안개에 철새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설렘을 엿볼 수 있는 우포, 거친 이면에 아릿다운 가을 풍경이 무심한 듯 뿌려진 영양의 동맥 같은 길, 평온의 마법으로 각양각색의 가을이 서로 뽐내는 통고산, 높은 지대에서 이른 가을 나기에 들어가 겨울과 묘한 경계심을 허물고 그 아..

정선 가기 전의 길목, 제천_20241012

일행과 만나 차량 한 대로 움직이기 위해 길목과도 같은 제천에 도착, 늦잠을 잤음에도 다행히 차량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에 질주하여 1시간 만에 제천 저류지공원에 도착했다.함께 정선에 동행하기로 한 동생은 부스스 일어나기 전 출발했음에도 도착한 뒤 30여 분이 지나 도착했던 만큼 진천이 동탄보다 지리적 이점이 월등했다.정선 여정에 있어 1대의 차량을 이용하자는 약속을 미리 했던 터라 길목인 제천에서 만나기로 했던 건데 이틀 동안 마음 편하게 주차할 곳을 물색하던 중 로드뷰를 봐도 어엿한 주차장 시설에 한적한 공원과 무료로 운영 중이며, 외곽에서 접근성도 끝내줬다.이틀의 정선 여정에 있어 날씨는 맑고, 연일 청명하던 하늘에 미세 먼지 주의보가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활동하기 좋은 전형적인 가을이라 때마침..

진천 광혜원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_20241011

낮에 용무가 있어 잠시 들린 우체국.문득 윤도현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떠올랐는데 노란 은행잎과 무르익은 가을이 깃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편으론 다가오는 가을의 설렘이 더 벅찰 수도 있다.광혜원 우체국 옆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어 노래 가사처럼 노오란 은행잎처럼 가을의 진수가 빅뱅할 수 없지만 본질은 가을인 만큼 어떤 찬양으로도 부족했다.그래서 멀찍이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서성이며 가을볕 쏟아지는 양지 바른 거리에서 가을 정취를 듬뿍 받았다.바쁘게 움직이며 무언가에 꽂힌 꿀벌들의 궤적도 따라갔는데 옆에 있는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녀석은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몰아치는 바람에도 꽃에 앉아 쉴새 없이 삶을 꾸렸다.그래서 꽃과 꿀벌의 조합 또한 온화한 가을 볕 넘치는 거리에 희열의 진원지였다.표지석..

일상_20241010

해가 일찍 기울어 낮이 부쩍 짧아졌다.불과 9월 9일에 방문했었는데 한 달 차이로 비슷한 시각에 완전 다른 세상이었고, 끈질긴 폭염으로 옷차림이 간소했던데 반해 한 달 차이로 바람살은 부쩍 차가워져 얇은 코트 하나 걸쳐도 찬바람에 실린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다.지난번엔 테마공원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놓고 저수지 댐으로 올라왔었고, 이번엔 아예 댐이 있는 주차장으로 곧장 향했는데 들어오는 길이 꼬여 첫 번째 들어간 길에서 돌려 나와 다른 길로 접어들었지만 역시 댐 방향이 아닌 호수 전망의 비교적 큰 카페가 나와 하는 수없이 부근에 주차한 뒤 출렁다리를 건너 댐으로 향했다.땅거미도 거의 사라진 호수 너머의 하늘.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뺨을 스치는 저녁 바람은 제법 차가웠고, 간간히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이른 추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