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21

가을 일상_20241019

거의 한 달에 한 번 마빡 잡초 뽑는 날.워낙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라 예약한 시각보다 훨씬 앞당겨 느긋하게 걸어 헤어샾에 도착했다.무심하게도 모처럼 떠난 여정 중엔 연일 청명하던 날이 미세먼지로 안타깝게 하더니 다녀온 뒤로 연일 청명했다.멀리 칠보산, 건달산도 선명하게 보이던 날이라 3km 넘는 거리를 걸어 단골 헤어샾으로 출발.화성 전체가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자 온통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동탄에서 웬만한 아파트 단지나 밀집 지역의 공원엔 축제와 장터가 열려 사람이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쳤는데 2동탄으로 넘어오자 그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어 여울공원을 걷던 중에도 멀리 축제 소리가 요란했다.부쩍 짧아진 낮이 아까워 얼른 머리 잡초를 뽑고 밖을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요란한 축제의 장터로 스며들자.여울공원은..

냥이_20241019

항상 집사들 곁에 붙어 있는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요근래 구토 몇 번을 했고, 심할 경우 장액까지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던 데다 식욕이 부쩍 떨어져 그제야 녀석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아챘다.볕 좋은 낮에 쇼파에 앉아 있는 동안 녀석이 계속 눈앞에 붙어 있었다.늘 그랬던 만큼 냥이들 하는 꼬락서니는 귀엽고 하는 짓은 애교가 넘쳤다.심지어 테이블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빤히 째려봤다.그러다 오후 들어 부쩍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맑은 콧물이 많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고, 집사들한테 냥냥거리며 쫓아다녔다.집사들 발끝에 거의 떠나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묘하게 불편한 몸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겨우 녀석을 켄넬에 넣어 후딱 병원으로 이동, 잠시 대기하는..

일상_20241018

금요일 퇴근 후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출발하던 중 오며 가며 봤던 비교적 규모가 큰 냥이 용품점에 스크래쳐가 필요해 들렀다.쥔장께선 상품을 정리하시느라 내가 들어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고, 한창 바쁘신 듯하여 기다리던 참에 잠시 매장을 둘러봤는데 냥이 분양 코너도 있어 거기에 시선을 강탈당했다.브리티쉬 숏헤어, 러시안블루, 스코티쉬 폴더, 렉돌 아깽이들이 있었고, 그중 유난히 귀여운 요 녀석에게 시선이 꽂혀 심장에 꽤나 부담이 생겼다.나중에 쥔장이 다가와 원반 형태의 스크래쳐를 구입하곤 요 녀석에게 다시 다가가자 쥔장께선 아깽이를 끄집어 내 가슴에 잠시 안았는데 외모와 달리 녀석은 무척 똥꼬발랄하여 쥔장의 가슴에서 탈출, 매장 안을 활보했다.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쥔장의 손에 붙잡혔고, 거짓말처럼 녀..

일상_20241015

가을은 여러 존재들이 감동을 표현하는 계절이다.전날 퇴근 무렵 하늘엔 손 뻗으면 닿을 듯한 하늘이 서쪽에서 연이은 영상을 펼치며, 그 무엇도 흉내 낼 수 없는 결을 만들어 장관을 연출했다.물론 비소식과 함께.이튿날 어김없이 비는 내렸고, 지나칠 법한 빗방울이 심약한 빛을 굴절시켜 영롱한 보석을 만들었다.빗방울도, 가을을 관통한 파란 이파리도 하나씩 뜯어보면 별달리 특별할 게 없건만 계절의 후원으로 두 존재가 만나 뜻하지 않게 감동을 연출했다.그러고 보면 감동을 표현하는 방법도 제각기 다르지만, 감동으로 귀결되었다.들판과 공원에 핀 꽃에 빗방울이 알알이 박혀 걸음은 번번이 끊어지기 일쑤.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것들이 가을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표현했고, 빗방울이 내려 그 꿈에 반짝이는 희망을 달았다...

비운이 빚은 절경, 영월 서강 선돌_20241013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존재가 굳어 절경의 표식이 되어 버린 서강의 선돌은 어쩌다 가끔 지나는 길에 들러 굳어버린 비운의 입맞춤을 상상하곤 했다.그럼에도 변치 않는 모습에서 그 이면의 안도를 재차 확인하며 돌아서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갖춘 모습처럼 마음도 변치 않았다.선돌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에 위치한 명승.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길목인 영월 방절리의 서강변에 위치하며 거대한 바위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선돌은 높이 약 70m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명승이다.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2008년 지정)로 유배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게 되었는데..

첩첩산중 그 위에 서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41013

그 많은 산들이 모여 숨어 있던 곳, 구름 이불을 덮어 월동준비로 분주한 가리왕산의 절경 앞에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미려한 자연의 화음에 감동하고, 그리하여 이 자리에 서서 숨죽였던 감성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모든 지나치는 찰나가 다르겠지만 이 순간도 수많은 찰나 중 하나의 조각이며 파란만장한 작품의 일부였다.[이전 관련글]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31121 meta-roid.tistory.com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meta-roid.tistory.com지상엔 앳된 가을이 젖어들었고, 산..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

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물 흐르듯 오고 갔다.회사 숙박 프로그램은 정신머리가 없어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아쉽게도 뒤뜰을 둘러본 걸로 위안 삼았다. 가리왕산케이블카가리왕산케이블카, 케이블카, 정선케이블카, 강원특별자치도, 가리왕산, 정선, 올림픽, 정선관광, 관광, 강원특별자치도케이블카, 가리왕산케이블카gariwangsancablecar.com[이전 관련글]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