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일상_20241029

조금 욕심을 내어 점심시간에 먼 코스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더불어 가을 정취에 흠뻑 젖었다.꽃은 겨울이 오기 전 제 매력을 한껏 발산했고, 그 유혹에 벌은 겨울이 접어들기 전 바쁜 날갯짓으로 화답했다.보행로 옆에 늘어선 꽃과 벌의 조합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걷기 시작하여 저수지 뚝방 위를 걸어 언덕길을 돌아 회사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는데 가쁜 숨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확실히 빠듯했다.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정취를 느끼느라 어느새 가쁜 숨은 잊고 하늘 아래 자욱한 가을에 도치되었다.저수지를 둘러싼 가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채롭고 정감 어렸다.물은 겨울을 제외한다면 늘 같은 모습에 믿음이 갔고, 그 주변을 감싼 대지는 잊지 않고 정해진 변화에 단장하며 사시사철 모습의 다양한 정취에 믿음이 갔다.저..

냥이_20241027

일상의 루틴이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집사들을 찾아 다니며 기웃거리는 녀석이 대낮이 되면 집사들을 모두 깨워놓곤 잠자리를 교대했다.그럴거면 왜 깨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티비 소리가 크게 들리는 데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고 제 잠에 충실했고, 집사들은 부스스 일어나 아점을 차려먹었다.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면 한 없이 평화롭기만 한데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평화는 잠들고 질기고 질긴 생고무 같았다.한잠 들면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긴 해도 여간해서는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어느 순간 일어나는 공통점이 있다.바로 집사들 식사가 끝나면 녀석은 일어나 잠을 떨치며 동시에 평화도 떨쳤다.한 번 거나하게 놀아주고 나면 녀석은 다시 잠을 청했고, 잠자던 평화는 기지개를 ..

냥이_20241026

낮엔 유능한 교수로부터 유익한 가르침을 받았고, 밤엔 녀석에게서 메말라가는 감정에 애정의 윤기를 받았다.무릇 생명은 다른 생명에게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 살면서 뒤늦게 통찰했다.저 주뎅이에 손을 대면 녀석은 어김없이 하찮은 주뎅이를 내밀어 실룩거리며 비볐다.손끝에 닿는 그 느낌이 뭐라고 신경세포는 하나같이 춤을 췄다.잠시 동안 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을 자거라, 주뎅아!

가을과 마지막 교육의 아쉬움, 그리고 후련함_20241026

등교부터 교육을 받고 하교하는 길이 그토록 힘들던-투정을 부려도 눈치 보지 않을 정도로- 교육의 마지막 날, 그 모든 고행이 무색할 만큼 가을 캠퍼스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물론 감상에 젖느라 사진보다 눈으로 담았지만, 그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햇살과 정취, 그리고 기억이 아름다운 날이었다.마지막 수료식이 생각보다 길어도, 노련한 교수의 강의가 통째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도 마지막이라는 꼬리표에 늘 따라붙는 아쉬움.나무와 하늘, 그리고 무심히 길바닥을 뒹구는 낙엽조차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름답던 시간이었다.점심 식사를 끝내고 학우들과 습관처럼 야외에서 커피 한 잔에 대화를 곁들이며, 모두가 헤쳐나가야 될 공부와 경험들을 겸허히 나눔과 동시에 수료식에서 서로를 위한 함성과 갈채..

냥이_20241025

집에 오면 불변의 법칙!녀석은 밤새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녀석의 쿠션은 유명무실한 솜뭉치가 된다.원래 녀석은 폐쇄된 공간이나 이불 속은 극도로 혐호했는데 이럴 땐 그 혐오가 일시적이나마 사라졌고,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한잠이 들었다.씻고 나와도 녀석은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었고, 다만 흰양말 솜방망이만 눈에 보여 녀석이 있으리라 유추, 아니 확신이 들었다.

일상_20241025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츄르를 크로스백에 넣어 두고 와서 하는 수없이 녀석들 평화를 깨지 않는 걸로 하고 우회해서 지나쳤다.아깽이들은 얼마 전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녀석의 아이 같았다.그러고 보면 모성애가 없는 생명은 없다.다만 인간의 기준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표현 방법을 없는 걸로 단정 지었을 뿐.대략 2달 정도 된 아깽이들이라 실제 보면 무척 귀여웠다.멀리서 다가오던 턱시도 냥이가 발치에서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줬다.츄르를 챙기지 않았던 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뭐지?녀석아, 미안~ 쏘리~다음엔 꼭 챙겨오마.그때까지 건강하렴.

가을 일상_20241019

거의 한 달에 한 번 마빡 잡초 뽑는 날.워낙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라 예약한 시각보다 훨씬 앞당겨 느긋하게 걸어 헤어샾에 도착했다.무심하게도 모처럼 떠난 여정 중엔 연일 청명하던 날이 미세먼지로 안타깝게 하더니 다녀온 뒤로 연일 청명했다.멀리 칠보산, 건달산도 선명하게 보이던 날이라 3km 넘는 거리를 걸어 단골 헤어샾으로 출발.화성 전체가 완연한 가을이 내려앉자 온통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동탄에서 웬만한 아파트 단지나 밀집 지역의 공원엔 축제와 장터가 열려 사람이 북적거리며 활기가 넘쳤는데 2동탄으로 넘어오자 그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어 여울공원을 걷던 중에도 멀리 축제 소리가 요란했다.부쩍 짧아진 낮이 아까워 얼른 머리 잡초를 뽑고 밖을 나와 돌아가는 길에 요란한 축제의 장터로 스며들자.여울공원은..

냥이_20241019

항상 집사들 곁에 붙어 있는 녀석에게 이상 징후가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요근래 구토 몇 번을 했고, 심할 경우 장액까지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던 데다 식욕이 부쩍 떨어져 그제야 녀석의 건강에 적신호를 알아챘다.볕 좋은 낮에 쇼파에 앉아 있는 동안 녀석이 계속 눈앞에 붙어 있었다.늘 그랬던 만큼 냥이들 하는 꼬락서니는 귀엽고 하는 짓은 애교가 넘쳤다.심지어 테이블을 두고 앉아 커피를 마시는 중에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고 빤히 째려봤다.그러다 오후 들어 부쩍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맑은 콧물이 많았고, 기력이 없어 보였고, 집사들한테 냥냥거리며 쫓아다녔다.집사들 발끝에 거의 떠나지 않는 건 마찬가진데 묘하게 불편한 몸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겨우 녀석을 켄넬에 넣어 후딱 병원으로 이동, 잠시 대기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