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21

냥이_20241101

집에 돌아온 날을 증명하듯 녀석이 밤새도록 떠나지 않고 곁에서 한잠 늘어졌다.주중 며칠을 못 본 애틋함이라 치자.처음엔 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다리가 저렸고, 허리가 욱신했지만 이제 집사도 대책을 마련하여 무릎 위엔 쿠션을 둬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녀석으로 말미암아 땀이 차지 않았던 데다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무릎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다보면 다리가 결리던 걸 무릎 아래 목침 같은 쿠션으로 해결하여 힘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 되었다.잠자리에 옮겨 이불을 덮어주면 밤새 옆에 붙어서 잠에 늘어지던 녀석으로 말미암아 집에 왔다는 걸 거듭 실감하던 날이었다.

촉촉한 11월의 비처럼 찰진 오송 김가네 한정식_20241101

오송 출장길에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짧은 일정을 끝내고 점심까지 준비된 자리라 네비를 찍고 찾아간 곳은 작은 언덕 넘어 한적한 가을 전경이 짙게 서린 철길 옆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해서 대부분 빈 그릇으로 만들었고,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취지를 발표한 뒤 빗길을 헤쳐 회사로 도착했다.최근에 갔던 집 부근 한정식당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가짓수보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푸짐한 데다 단맛이 조금 강하긴 해도 컨디션이 괜춘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회사 짬밥이 꽤 괜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갓 지은 밥과 같아 쌀알이 혓바닥에 그대로 굴러 다녔고,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회사 짬밥이 아무리 좋아도 단체 급식의 태생적 한계가 밥이 쪄서 떡밥 아니더냐.

세숫대야 짬뽕을 봤나!, 진천 짬뽕왕_20241031

푸짐한 비주얼로 눈이 즐거운 짬뽕에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진천에 온 뒤로 그나마 짬뽕다운 음식을 먹은 곳은 뜬금없이 시골마을이었다.여긴 짬뽕 내용물의 비주얼보단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압권이기도 했다.내 손이 정말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접 사이즈가 웬만한 그릇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천의 화평냉면만큼 양이 있는 건 아니라 기 죽을 필요까진 없다.10월 마지막 밤을 가성비 괜춘한 짬뽕으로 채운 뒤 숙소 인근의 비교적 번화한 펍에서 마무리했다.지난번 만뢰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라 때마침 겨울 만뢰산 능선길을 계획한 상태였는데 가는 길에 이곳 짬뽕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대로 심취할 만한 여정을 나서야 되겠다.요즘 워낙 찰진 탕수육을 먹어서 그런지 평범한 탕수육보단 통통한 새우살의 깐쇼명하..

일상_20241030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가을색 완연하게 물들어 아름다움의 진가를 드러냈고, 홀린 듯 이끌려 언덕길로 올라 체육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산으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꽤 큰 나무들이 줄지어 강한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제각기 불규칙적인 무늬를 드러낸 나무들, 그 불규칙적인 무늬들로 인해 볼 재미가 더 만발했고, 햇살에 굴절된 빛깔로 더욱 황홀했다.홀로 핀 꽃이 제철을 잊어 조금 생뚱맞긴 해도 돋보이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작은 언덕배기 산에 무성히 자란 수풀이 남은 가을로 물들어 녹음과 뒤섞여 거친 야생과 다듬어진 정갈함이 공존했다.살짝 피부를 적신 땀방울이 배어 나와 적당한 성취감에 응수했다.역시 가을 내음이 물씬하게 풍겨 걷는 수고보다 허공을 활보하는 욕망이 메아리쳤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이 꺾여 가을..

일상_20241029

조금 욕심을 내어 점심시간에 먼 코스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더불어 가을 정취에 흠뻑 젖었다.꽃은 겨울이 오기 전 제 매력을 한껏 발산했고, 그 유혹에 벌은 겨울이 접어들기 전 바쁜 날갯짓으로 화답했다.보행로 옆에 늘어선 꽃과 벌의 조합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걷기 시작하여 저수지 뚝방 위를 걸어 언덕길을 돌아 회사로 돌아오는 길을 택했는데 가쁜 숨은 그렇다 치더라도 시간이 확실히 빠듯했다.얼마 남지 않은 가을 정취를 느끼느라 어느새 가쁜 숨은 잊고 하늘 아래 자욱한 가을에 도치되었다.저수지를 둘러싼 가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이채롭고 정감 어렸다.물은 겨울을 제외한다면 늘 같은 모습에 믿음이 갔고, 그 주변을 감싼 대지는 잊지 않고 정해진 변화에 단장하며 사시사철 모습의 다양한 정취에 믿음이 갔다.저..

냥이_20241027

일상의 루틴이 새벽부터 일어나 식사를 한 뒤 집사들을 찾아 다니며 기웃거리는 녀석이 대낮이 되면 집사들을 모두 깨워놓곤 잠자리를 교대했다.그럴거면 왜 깨우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티비 소리가 크게 들리는 데도 녀석은 꼼짝하지 않고 제 잠에 충실했고, 집사들은 부스스 일어나 아점을 차려먹었다.이렇게 잠든 모습을 보면 한 없이 평화롭기만 한데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졸졸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평화는 잠들고 질기고 질긴 생고무 같았다.한잠 들면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긴 해도 여간해서는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어느 순간 일어나는 공통점이 있다.바로 집사들 식사가 끝나면 녀석은 일어나 잠을 떨치며 동시에 평화도 떨쳤다.한 번 거나하게 놀아주고 나면 녀석은 다시 잠을 청했고, 잠자던 평화는 기지개를 ..

냥이_20241026

낮엔 유능한 교수로부터 유익한 가르침을 받았고, 밤엔 녀석에게서 메말라가는 감정에 애정의 윤기를 받았다.무릇 생명은 다른 생명에게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는다는 것, 살면서 뒤늦게 통찰했다.저 주뎅이에 손을 대면 녀석은 어김없이 하찮은 주뎅이를 내밀어 실룩거리며 비볐다.손끝에 닿는 그 느낌이 뭐라고 신경세포는 하나같이 춤을 췄다.잠시 동안 내 무릎 위에서 깊은 잠을 자거라, 주뎅아!

가을과 마지막 교육의 아쉬움, 그리고 후련함_20241026

등교부터 교육을 받고 하교하는 길이 그토록 힘들던-투정을 부려도 눈치 보지 않을 정도로- 교육의 마지막 날, 그 모든 고행이 무색할 만큼 가을 캠퍼스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물론 감상에 젖느라 사진보다 눈으로 담았지만, 그 기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햇살과 정취, 그리고 기억이 아름다운 날이었다.마지막 수료식이 생각보다 길어도, 노련한 교수의 강의가 통째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있어도 마지막이라는 꼬리표에 늘 따라붙는 아쉬움.나무와 하늘, 그리고 무심히 길바닥을 뒹구는 낙엽조차 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로 아름답던 시간이었다.점심 식사를 끝내고 학우들과 습관처럼 야외에서 커피 한 잔에 대화를 곁들이며, 모두가 헤쳐나가야 될 공부와 경험들을 겸허히 나눔과 동시에 수료식에서 서로를 위한 함성과 갈채..

냥이_20241025

집에 오면 불변의 법칙!녀석은 밤새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녀석의 쿠션은 유명무실한 솜뭉치가 된다.원래 녀석은 폐쇄된 공간이나 이불 속은 극도로 혐호했는데 이럴 땐 그 혐오가 일시적이나마 사라졌고, 그 어느 때보다 따스하고 평화로운 표정으로 한잠이 들었다.씻고 나와도 녀석은 이불 속에서 잠들어 있었고, 다만 흰양말 솜방망이만 눈에 보여 녀석이 있으리라 유추, 아니 확신이 들었다.

일상_20241025

바지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츄르를 크로스백에 넣어 두고 와서 하는 수없이 녀석들 평화를 깨지 않는 걸로 하고 우회해서 지나쳤다.아깽이들은 얼마 전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녀석의 아이 같았다.그러고 보면 모성애가 없는 생명은 없다.다만 인간의 기준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표현 방법을 없는 걸로 단정 지었을 뿐.대략 2달 정도 된 아깽이들이라 실제 보면 무척 귀여웠다.멀리서 다가오던 턱시도 냥이가 발치에서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줬다.츄르를 챙기지 않았던 게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드는 건 뭐지?녀석아, 미안~ 쏘리~다음엔 꼭 챙겨오마.그때까지 건강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