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516

출렁이는 가을 물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_20241105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막바지 가을맞이에 나선 사람들로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였다.그나마 여주에서 달려온 행님은 워낙 부처 같은 분이라-정말 주변 사람들조차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분이긴 했다- 카페에서 너그러이 기다려주셨고, 부랴부랴 소금산으로 향했다.작년 12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부론에서 칼국수를 먹은 게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라 11개월 정도 지난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다.[이전 관련글] 간현 출렁다리_20180226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meta-roid.tistory.com 거대한 스..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

냥이_20241103

녀석으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면 대화가 늘었다.집 나간 가족들도, 집을 지키는 가족들도 녀석에 대한 대화에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심지어 녀석을 마음을 얻기 위해 감정팔이까지 하는 가족도 있었다.녀석은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줄곧 간식과 놀이를 즐긴 가족들에게 마음을 줬고, 뒤늦게 녀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시크한 녀석에게 원망보단 관심 동냥을 바랬다.오후에 오산 세교로 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동안 이제는 눈치가 빠른 녀석이 유독 눈앞에 따라다녔다.외출을 위해 옷을 주섬주섬 입는 동안 녀석은 멀리 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현관이 한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 묘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두 족발을 이렇게 하는 건 뭐냥?깨물어 달란 거냥?어엿한 성묘인데도 냥이들은 귀여움과 동시에 묘한 애수로..

일상_20241102

가을밤이 무르익어 동탄에 도착, 잠시도 뜸을 들이지 않고 곧장 야심한 산책을 나섰다.이 가을이 무심히 지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있다는 자책이 들어 늦은 밤에도 길을 나섰는데 막상 거리에 나서자 길을 걷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아마도 나처럼 자연이 준 축복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닐까?많은 단풍이 떨어졌음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절정의 고운 빛깔이 남아 있었다.때마침 바람이 살랑이며 이파리를 흔들자 가로등 불빛도 매료되었는지 이파리에 맞춰 살랑이는 춤을 췄다.벤치에 앉아 지나는 바람이 주변을 돌아보란다.빛을 굴절시킨 단풍은 여전히 초록의 꿈을 놓치지 않은 채 바람의 선율에 맞춰 춤을 췄다.단풍의 이파리가 초록일지라도 가을의 성숙이 물들어 강렬한 초록이 아닌 봄의 그것처럼 고운 초록을 흩뿌렸고, ..

종종 딤섬을 즐기는 곳, 페럼 몽중헌_20241102

저녁 약속을 깜빡하고 오산 세교에 있었는데 다행히 약속 시간을 1시간 늦추자는 전화를 받고 서둘러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몽중헌에 온 게 얼마 만인지 생각이 가물거릴 정도로 오래 지난 거 같은데 그나마 경부고속도로가 비교적 적게 막혀 1시간 반 만에 도착했고, 미리 예약된 룸에서 허기진 배를 정신없이 채웠다.내부는 술파티가 벌어졌는지 비교적 시끌벅적했지만, 혀 끝을 간지럽히는 딤섬과 코스에 맞춰 줄줄이 나오는 음식은 여전히 정갈했고, 식사 말미에 나온 짬뽕은 역시나 칼칼하면서 구수한 국물이 일품이었다.식사가 끝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후식도 욕심이 날 만큼 괜춘했다.식사를 마치고 동탄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로 갈 때와 달리 한적해서 느긋한 드라이브를 즐겼던, 정말로 정신없..

냥이_20241102

껌딱지가 떨어질 땐 퍼질러 자거나 햇살이 좋아 일광 소독을 할 때인데 특히나 가을볕이 좋던 주말에 집사들이 모여 녀석의 심리적 안정감이 극도에 달하면서 햇살이 쏟아지던 따스한 창가에서 일광 소독을 준비했다.가을 햇살이 따스하게 여겨질 무렵이 이맘때쯤이라 녀석 또한 창을 열어 시원한 바람 속에서 그 따스함을 만끽하며 그루밍 중이었다.집사들이 쇼파에 앉아 있나 꼼꼼히 훑어본 뒤 녀석은 그대로 퍼질러 누웠다.어디든 누우면 제 잠자리가 되고, 쉼터가 되었다.한참을 일광 소독한 뒤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쇼파에 드러누워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집사들은 평소처럼 생활을 해도 녀석은 여간해서 잠을 떨치지 않았다.그만큼 제 영역이라 여긴 집 안에서 낙천적으로 변했다.녀석이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집을 나와 오산으로 ..

냥이_20241101

집에 돌아온 날을 증명하듯 녀석이 밤새도록 떠나지 않고 곁에서 한잠 늘어졌다.주중 며칠을 못 본 애틋함이라 치자.처음엔 한 자세를 유지하는데 다리가 저렸고, 허리가 욱신했지만 이제 집사도 대책을 마련하여 무릎 위엔 쿠션을 둬 인간보다 체온이 높은 녀석으로 말미암아 땀이 차지 않았던 데다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으며, 무릎에 지속적으로 힘을 쓰다보면 다리가 결리던 걸 무릎 아래 목침 같은 쿠션으로 해결하여 힘을 들이지 않아도 해결 되었다.잠자리에 옮겨 이불을 덮어주면 밤새 옆에 붙어서 잠에 늘어지던 녀석으로 말미암아 집에 왔다는 걸 거듭 실감하던 날이었다.

촉촉한 11월의 비처럼 찰진 오송 김가네 한정식_20241101

오송 출장길에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짧은 일정을 끝내고 점심까지 준비된 자리라 네비를 찍고 찾아간 곳은 작은 언덕 넘어 한적한 가을 전경이 짙게 서린 철길 옆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정갈해서 대부분 빈 그릇으로 만들었고, 식사가 끝난 후 간단한 취지를 발표한 뒤 빗길을 헤쳐 회사로 도착했다.최근에 갔던 집 부근 한정식당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가성비에 가짓수보다 대체적으로 음식이 푸짐한 데다 단맛이 조금 강하긴 해도 컨디션이 괜춘했다.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회사 짬밥이 꽤 괜춘한 편인데도 불구하고 집에서 갓 지은 밥과 같아 쌀알이 혓바닥에 그대로 굴러 다녔고, 특유의 탱글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회사 짬밥이 아무리 좋아도 단체 급식의 태생적 한계가 밥이 쪄서 떡밥 아니더냐.

세숫대야 짬뽕을 봤나!, 진천 짬뽕왕_20241031

푸짐한 비주얼로 눈이 즐거운 짬뽕에 큰 재미를 못 봤는데 진천에 온 뒤로 그나마 짬뽕다운 음식을 먹은 곳은 뜬금없이 시골마을이었다.여긴 짬뽕 내용물의 비주얼보단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압권이기도 했다.내 손이 정말 귀엽게 보일 정도로 대접 사이즈가 웬만한 그릇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인데 그렇다고 인천의 화평냉면만큼 양이 있는 건 아니라 기 죽을 필요까진 없다.10월 마지막 밤을 가성비 괜춘한 짬뽕으로 채운 뒤 숙소 인근의 비교적 번화한 펍에서 마무리했다.지난번 만뢰산 생태공원으로 가는 길목이라 때마침 겨울 만뢰산 능선길을 계획한 상태였는데 가는 길에 이곳 짬뽕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제대로 심취할 만한 여정을 나서야 되겠다.요즘 워낙 찰진 탕수육을 먹어서 그런지 평범한 탕수육보단 통통한 새우살의 깐쇼명하..

일상_20241030

10월 하순이 되어서야 가을색 완연하게 물들어 아름다움의 진가를 드러냈고, 홀린 듯 이끌려 언덕길로 올라 체육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산으로 포장된 길을 오르면 꽤 큰 나무들이 줄지어 강한 햇살을 등지고 서 있었다.제각기 불규칙적인 무늬를 드러낸 나무들, 그 불규칙적인 무늬들로 인해 볼 재미가 더 만발했고, 햇살에 굴절된 빛깔로 더욱 황홀했다.홀로 핀 꽃이 제철을 잊어 조금 생뚱맞긴 해도 돋보이는 원색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다.작은 언덕배기 산에 무성히 자란 수풀이 남은 가을로 물들어 녹음과 뒤섞여 거친 야생과 다듬어진 정갈함이 공존했다.살짝 피부를 적신 땀방울이 배어 나와 적당한 성취감에 응수했다.역시 가을 내음이 물씬하게 풍겨 걷는 수고보다 허공을 활보하는 욕망이 메아리쳤다.여름에 무성하던 풀이 꺾여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