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388

한 때의 영화, 옥방정류소_20211030

한 때 동해로 가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머무르던 옥방정류장은 높은 답운재를 넘기 전 잠시 동안 긴 한숨을 들이쉬던 길목으로 여기서부터 구부정 고갯길이 시작되지만 이제는 조급한 문명의 직선에 외면당해 과거의 영화를 마냥 기다리는 곳이다. 마을 부근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생수터가 있어 옆에 차를 세워 놓고 한 모금 물을 들이키자 영락없는 생수다. 힘차게 넘치는 생수가 아닌 우물처럼 고여 있는 물을 길러야 되는데 그리 차갑지는 않고 시린이빨이 걱정되는 사람에겐 딱이다. '산삼의 고장 옥방생약수'란 표지석이 있는 것 보면, 그 위에 제사 지내듯 종이컵 물 한 잔을 드려놓은 것 보면 나름 지역 분들이 신성시하는 약수터겠지? 바로 도로 옆이라 물 긷기 편한데 우물처럼 고인 물에 떠있는 건데기를 잘 봐야 되겠다...

깊어가는 통고산 가을_20211029

해 질 무렵 이번 가을의 마지막 페이지에 살짝 책갈피 끼운다. 하루 해가 지고 남은 땅거미와 그 아래 어스름 피어난 가을 물감이 잠들기 전, 흔들어 깨우는 속삭임에 부시시 영근 미소로 울긋불긋 화답하는 인사가 끝나면 겨울 피해 깊은 잠에 빠져 들겠지? 잠시 잡은 손 놓기 싫어 잰걸음으로 길을 타지만 어느새 졸음 참지 못하고 하나둘 가을 등불이 눈을 감는다. 불영 가을 습격 사건_20141101 이제 희귀해져 버린 가을을 본격적인 사냥에 나서기로 한 프로젝트 1탄, 이름하야 불영 계곡 가을 습격 사건 개봉 박두~ 두둥!! 10월의 마지막 밤에 급작스런 회사 일정으로 늦게 끝나 버렸어 ㅠ meta-roid.tistory.com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

울진에서의 가을 안부_20211029

영양에서 곧장 여기를 달려온 이유, 명소의 가을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닌 이유와 같다. 오래된 것들과 이미 사라져 고독해져 가는 것들의 조화로움에 가을이 깃들어 기억의 액자로 남은 장면을 꼭 만나야만 했다. 하나만 보자면 그리 이채로울 게 없는, 축 처진 나뭇가지와 오래되어 낡고 지독한 인적의 그리움에 찌든 인공 구조물은 두 개가 함께 만나 각자의 공허함을 상충시켜 비움에서 채움으로 극복했다. 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여전히 산골에 남아 서성이는 만추의 풍경이 그리운 가을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아쉬운 발로일까? 바다와 산을 아우를 수 있는 통고산으로 가는 길은 늦은 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 meta-roid.tistory.com 설 익은 가을을 떠나며_20161016 시간은 참 야속..

고이 간직한 영양의 가을, 일월산 자생화 공원_20211029

한데 어우러져 다정한 애정을 협주하는 가을 찬가. 모두 아름다우면 역치의 경계가 무너졌겠지만 한무리 아름다움으로 인해 행복은 걷잡을 수 없고, 가을은 더욱 사무친다. 수하계곡에서 자생화공원으로 향하다 보면 여전히 오지로 남은 영양 일대 도로변 가을도 충분히 감상할 여지가 많았고, 이로 인해 하나의 목적지를 찍긴 해도 과정 또한 지나칠 수 없어 구름이 흐르듯 천천히 주행하며 무얼 찾는 것 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려 틈틈이 감상했다.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meta-roid.tistory.com 가을을 따라 영양..

영양 수하계곡의 가을 이야기_20211029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이다지도 가볍고 설렐까? 텅 빈 도로에도 가을 빛결 흘러넘쳐 틀어 놓은 음악소리는 파도가 되고, 굽이치는 바람은 젖는 노가 되어 동심원 따라 항해하는 가을 대기에 심연에 숨어있던 자연의 자취가 총총히 발을 내딛는다. 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울나라 오지 중 하나인 경북 영양인데 같은 오지 동무 중 봉화는 도로가 좋아져 쉽게 갈 수 있지만 영양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여전히 봉화나 안동에서도 한참을 지루 meta-roid.tistory.com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

가을 인사, 통고산_20211029

가을 정취가 인사하는 싱그러운 아침. 무심한 표정 같지만 단아하고 이채로운 가을의 설레는 느낌이 반갑다. 차 위에서 쉬고 있는 한 마리 벌도 가을 여정에 잠시 한숨 돌리고 있나 보다. 영양으로 출발하기 전, 숙소 현관을 열자 탐스럽게 익은 가을이 첫인사를 한다. 무거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집어 첫인사를 담는다. 이번 가을은 차라리 소박하더라도 가을빛 질감은 살아있다.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잰걸음으로 태백에서 넘어왔지만 석양은 끝끝내 뒤를 밟고 따라와 어둑해져서야 통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백의 도로에 몸을 싣고 높은 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을 여정길에 만난 정겨움 meta-roid.tistory.com 특별하지 않다고 모든 게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은하수 여울 소리, 통고산_20211028

잰걸음으로 태백에서 넘어왔지만 석양은 끝끝내 뒤를 밟고 따라와 어둑해져서야 통고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백의 도로에 몸을 싣고 높은 산,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을 여정길에 만난 정겨움은 배가 되고, 막연히 그립던 마음은 온 세상이 잠든 밤이 되어 날갯짓하며 옅은 운무를 조금씩 벗겨냈다. 카메라 하나 동여매고 통고산 휴양림의 가장 깊은 공터에 다다를 무렵 희미하게나마 운해 너머 이따금씩 밤하늘 별들이 하나둘 불을 밝혔다. 통고산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광회리·왕피리에 걸쳐 있는 산.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서서히 구름이 자리를 뜰 무렵 암흑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은하수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더 이상 진척이 없을 것 같아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앞에서 혹시나 하..

막연한 그리움, 만항재를 스치다_20211028

만항재의 스팟라이트에 가려진 만항재가 아닌 것들. 그래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 만항재 풍경과 달리 인척임에도 지나는 이들을 그리워한다. 이미 만추를 지나 겨울로 접어들어 지는 석양의 가느다란 빛조차 간절한 현실을 방불케 한다. 태백오투전망대를 마지막으로 정선 일대 여정을 접고 백두대간을 넘어 또 다른 가을을 찾으러 떠난다. 만항재 풍력발전소와 그 아래 산허리가 길게 이어진 운탄고도가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화방재에서 함백산로드를 따라 만항재로 가는 오르막길은 그리 버거운 건 아니다. 일대 고도가 1천m 이상이라 도로가 이어진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도 그래서 까마득한 높이가 아니지만 일대 거대한 골짜기를 마주한다면 빼곡하게 중첩된 능선과 골짜기에 모세혈관처럼 이어진 작은 골짜기들이 높은 고도를 새삼 느끼..

솔고개와 상동에 깃든 가을_20211028

곡선이 익숙한 솔고개에서 심지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조차 온통 뒤틀리고 휘어진 곡선일진대 가끔 그 곡선을 훼방 놓는 직선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라 둥근 망막에 굴절된 시선마저 불편하다. 암담한 막장으로 가는 길은 뒤틀린 심보 마냥 구부정 산길의 원치 않는 쏠림을 겪다 못해 멀미까지 일으킬 심산이지만 고개 마루에 서 있는 소나무는 지나는 이들의 엉킨 심경이 곧 미래의 매듭임을 깨쳐준다. 그리 높지 않은 솔고개 모퉁이를 돌아 앞을 보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나무를 응시하게 되고, 그 시선의 첫인상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신선 같다. 더불어 소나무 너머 그 이상의 통찰에도 경거망동하지 않는 단풍산의 멋진 산세는 급박한 심경조차 이완시켜 잠시 쉬는 동안 이마에 구슬진 땀방울을 너스레 미소와 함께 털어준다. 사라진 광..

첫 걸음과 마지막 걸음, 운탄고도 화절령_20211027

막장의 상처를 자연이 치유한 흔적인 도롱이연못에 도착하여 주변을 돌며 이따금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로 공간에 대한 공유와 공감을 아우른다. 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전날 늦은 밤, 신고한 터미널에 도착했을땐 이미 빗방울이 추적추적 내리는 중이었는데 일행을 만나 다른 곳은 둘러볼 겨를 없이 강원랜드 부근 하이캐슬리조트로 가서 체크인 후 조촐한 맥주 meta-roid.tistory.com 가을 열매 설익은 하늘숲길, 화절령 가는 길_20201007 가을이면 달골 마냥 찾는 곳 중 하나가 정선 하늘숲길(사북의 잃어버린 탄광마을_20141129,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로 고산지대에 조급한 가을과 더불 meta-roid.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