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98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상동 가는 길_20190422

만경사를 거쳐 상동으로 가던 중 통과 의례로 거치게 되는 솔고개는 나도 모르게 주차를 하고 카메라를 주섬주섬 챙겨 천천히 오르게 된다.하루 종일 따가울 만큼 강렬한 햇살이 내리 쬐이며 그에 더해 힘겹게 오르던 솔고개를 넘어 서자 하나의 성취감과 더불어 단조롭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특이한 풍채에 반해서 마법의 덫에 걸린 양 끌려 가는게 아닐까? 솔고개의 주인공 소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면밀하게 살펴보면 세월의 굴곡이 무척이나 많이 패여 있다.한 해가 지나도록 뭐가 그리 달라 졌겠냐마는 자주 올 수 없는 길이라 변화를 찾는게 아닌 존재 과시에 안도한다. 솔고개 너머 단풍산은 여전히 아래를 굽이 살피며 그 자리에 머물러 산신령처럼 이 지역을 다스린다.늘 무고하게, 그리고 앞으로도 둥지처럼 평온하게 지키는 파..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첫 목적지 망경대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도사리는 봄 물결이 발목을 붙들어 가는 길이 쉽지 않다.분명 몇 년 전에 비한다면 도로는 산을 뚫고, 강을 넘어 쉽사리 첩첩한 산골로 이어져 수월해 졌지만, 시선에 미련의 덫을 놓는 봄 운치로 체증이 심한 도로를 힘겹게 전진하는 품세다.이미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난 봄의 전령사들이 북녘으로 넘어 가기 전 이 골짜기에서 긴 여정을 위해 한숨을 고르며 쉬고 있나 보다. 영월 시내를 지나 남한강이 흐르는 협곡에서 양 옆 산세에 널려 있는 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어느 정도 달리다 고씨동굴 조금 못 간 지점 베리골 교차로 버스정류장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 몇 장을 찍는데 햇살이 워찌나 따가운지 홀라당 익는 줄 알았다.전형적인 봄이라고 하기엔 약한 더위를..

일상_20190402

이른 아침에 여명을 따라 움직이는 그믐달이 외로울새라 샛별 하나 말동무인 양 따라 다니며 외로움을 달래준다.청명한 새벽 하늘 답게 단조로운 듯 하면서도 경계를 알 수 없는 빛의 스펙트럼 속에 아주 차거나 아주 뜨거운 그 사이의 모든 질감을 찰나의 순간 천상에 밝힌다. 오후가 훌쩍 지나 해가 몽환적인 시간이 시작되는 4월 초, 무심코 오른 반석산 둘레길 따라 온화한 봄기운을 찾으러 나섰고, 그리 어렵지 않게 계절의 현장감을 포착할 수 있었다.향그러운 봄 내음에 이끌린 건 나 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봄이 깊어감에 따라 점점 다양해지는 봄 야생화들이 제각기 미모를 뽐내느라 혼란하다.반석산 둘레길에 발을 내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녀석이 산책길에 힘내라는 응원을 해준다.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절정인 시기로 ..

봄이 오는 소리_20190310

밀려나고 밀어내는 게 아니라 다음을 위해 양보하고 함께 대지를 살찌우는 자연과 계절.아쉬움은 여기까지, 기대와 설렘은 지금부터.모든 계절이 윤택한 축복을 빗방울처럼 골고루 나눠주는 자연의 포용을 누리던 하루.달콤한 늦잠을 잠깐 참으면 좀 더 광활한 계절의 파동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흔하디 흔한 버드나무의 강아지가 잠시 고개를 돌려 관심의 안경을 쓰자 이런 아름다움이 있었나 싶을 만큼 잊혀진 기억을 되살려 준다. 봄의 첨병과도 같은 산수유 꽃망울이 품고 있던 탐스런 노랭이를 한껏 발산시킬 의지를 펼치고 있다. 냉이꽃?한 순간의 화려함 대신 오래, 꾸준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 소박함을 선택했다. 하늘 향해 한껏 팔을 벌려 계절의 풍요를 흡수하는 나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석양은 정해진 시간에..

일상_20190309

미세 먼지로 맑음에도 찌뿌둥하던 나날들이 모처럼 안개 걷히듯 화사해진 대기가 반갑다.하늘이 되찾은 제 본연의 빛깔이 반가워 꽃샘 추위도 덩달아 반갑던 주말, 귀한 손님 맞이하러 가는 기분으로 나선다.더불어 연지곤지 찍은 고장의 새색시 마냥 봄기운 젖어든 계절이 향그롭다. 오산천 너머 잿빛 미세 먼지로 본래의 색을 빼앗겼던 하늘이 예의 그 고유한 빛을 되찾았다. 벚꽃 눈망울이 곧 찾아올 절정의 봄을 위해 꽃잎 향연을 준비 중이다. 여전히 빛바랜 갈대는 남아 있지만 신록이 길을 헤매지 않도록 자리를 지키다 때가 되면 고스란히 새로운 갈대를 위해 양보하겠지? 한결 같을 거란 하늘이 문명의 이기로 난색을 표하는 날이 빈번해지고 있다.봄이 오는 이 시기에 불청객 같던 꽃샘 추위가 이제는 효자인 양 미세 먼지가 장..

희미한 요람의 기억을 찾아_20190304

아버지는 7형제에 친척까지 따지면 왠만한 소대 이상으로 명절이면 대규모 이동을 방불케 했다.그런 아버지 2째 형님 되시는 큰아버지 댁이 이 언덕에 기대어 자리 잡은 마을 중 초입의 이 집이었다.이왕 고령 온 김에 볕도 좋고 미세먼지 농도가 살짝 낮아진 날이라 오마니 옛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여기까지 찾아온 내 명석한 기억력! 한길에서 언덕으로 오르는 두 번째 집인데 너무 어릴 적에 왔던 기억 뿐이라 찾아 갈 수 있을까 했지만 기가 막히게 잘 찾아와 이 자리에 서자 잠자고 있던 기억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온다.명절에 설레는 기분으로 기 길목에 발을 디디면 그 때처럼 누군가 반가워해 줄 손짓이 보일 거 같다. 높은 축대와 대문녘에 붙어 있는 사랑채, 밑집 사이 위태로운 담벼락, 외양간에서 늘 되새김..

일상_20190202

비록 음력이지만...새해의 시간은 지상으로 자리를 틀고저무는 기억은 추억으로 서린다.변한 게 없는 시간이지만유별난 의미 부여로 세상 모든 게 새로이 재탄생 된다. 얼어 붙은 호수에 나리는 석양의 황금빛 파동.이 주말 휴일이 지나면 이내 설날이고 음력의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얼마 전 봤던 겨우살이는 절기와 지나는 시간을 잊은 듯 같은 모습, 같은 자리에 그대로다.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

한 해의 마지막 산책_20181231

이번 여정이 너무 편했나?충주를 다녀온 여독이 과하지 않았는지 한 해의 마지막 시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지 밤 느지막이 집을 나서 불이 환하게 밝혀진 공원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반석산 둘레길로 방향을 다시 잡았아 겨울 바람에 공허히 퍼져가는 도시 불빛을 마주했다.작은 불빛이 모여 거대하고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이루듯 작고 미약한 시간들이 퍼즐조각처럼 모여 한 해의 시간이 완성 되었다. 아쉬운 미련은 인내의 스승이 되고성취의 설렘은 자신감의 멘터가 되어, 새해엔 주먹 쥔 손에 힘과 온기가 공존하길~그토록 차갑던 도시 야경이 한 해의 마지막 끝자락에선 따스하게 느껴진다.

고마웠다, 이 공간_20181129

지난 주엔 캠퍼스와의 작별, 이번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일 주일 가량 학업을 위해 거의 살다시피한 스터디카페다.초저녁에 8명 중 2명을 제외한 6명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삼삼오오 일찍 헤어져 저녁 9시가 되기도 전에 혼자 남았다.스터디카페 사장님이 일전 부터 우리 스터디모임에 호의를 가지시고 도움도 많이 주셨다.주차 공간이며 책상 우측 봉투에 있는 찹쌀떡까지, 지나며 마주칠 때엔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카페 공간 곳곳에 비치된 작은 화분을 보며 섬세한 분이란 것도 알 수 있다. 모두가 가고 홀로 남겨진 스터디룸에 앉아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진 했던 공부를 리마인드 하며, 꽤나 많이 헝클어 놓은 내 살림살이도 완전히 정리했다.얼마만에 학업에 몰입을 했나 싶을 만큼 감회도 남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