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충무공의 영혼, 현충사_20200211

사려울 2021. 7. 19. 22:19

곡교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금세 도착한 현충사는 따가운 햇살 충만한 풍경에 마치 활기찬 봄의 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다녀왔던 기억은 이미 퇴색되어 버렸지만 그 위대한 업적은 어찌 잊을까.

무게감보다 진중함에 압도당하는 현충사.

이 자리에 서자 나도 모르게 향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으로 조심스레 자리를 벗어났다.

현충사가 아우르는 곳에 아산이 있고, 아산은 현충사를 품고 있다.

현충사를 수놓는 나무는 감탄사를 늘어 놓아도 모자람 없는, 하나같이 범상한 굴곡이 있다.

현충사를 빠져 나올 무렵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장면이 아름다운 동행의 상형문자 같다.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역사의 큰 획과 같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자취가 깊게 새겨진 곳, 현충사는 사치와도 같은 과하게 너른 공간 같지만, 행적과 위업을 대입한다면 반문할 수 없는 사찰이다.

넋을 기리기 위해서건 가족들과 함께 조용한 사찰에서의 소소한 산책을 하거나 연인의 데이트 장소이건 역사적 위인의 자취는 변색되지 않는다.

아산이라고 하면 늘 대명사처럼 함께 동반해 주는 현충사에서 진중한 사색을 통해 잡념을 물리치고, 돌아서면 잊게 되는 자랑스런 역사적 인물을 회상함으로써 단단한 돌 위에 무수히 많은 정을 들이대며 조각되는 작품을 기억에 각인하게 된다.

짧은 산책이 아니었지만 걷던 내내 훈풍처럼 다가와 뺨을 스치는 햇살이 고귀한 인간의 삶을 귀띔해 주던 가르침은 달디단 통찰과도 같았다.

 

PS - '반일'이 아니다. '항일'이라 부르자. 역사가 없으면 자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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