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떠 있는 한반도를 찾아서, 초평호_20200211

사려울 2021. 8. 3. 22:16

금강과 그 지류를 통틀어 무주와 함께 가장 멋진 절경을 품을 수 있는 곳이 다음 여행지인 진천에 있었다.
아산에서 수월하게 이동하여 이곳 초평호에 도착하자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평화로운 정취가 물씬 풍겼다.
아산과 함께 한국 교민들을 포용으로 보듬어 안은 곳, 진천은 과거 제약 회사에 근무할 당시 음성 금왕과 인척이라 여기를 떠오르는 순간부터 흥겹던 시절을 회상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고, 더불어 가는 길 내내 강렬하게 사방을 가득 채우던 락음악이 더해져 풍선 마냥 한없이 가슴 벅차기만 했다.

초평호 인근 전망대 초입의 붕어마을에 도착하면 너른 주차장이 있어 거기에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주차를 한 뒤 초평호 반대 방향 산등성이를 째려보면 이렇게 아득한 위치에 전망대가 보이긴 하지만 가는 길이 말끔하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이라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걷기로 했다.게다가 차량 통행 금지 푯말도 있지만 그건 좀 유명무실한 게 아주 가끔 들락거리는 일반 차량이 있어 처음 취지대로 도보를 선택했다.

때론 걷는 시간이 행복할 때가 있는데 초평호 일대가 그런 기회를 준거라 내 기분에 충실하기로 하자.

붕어 마을을 지나 여기 올 때 이용했던 34번 국도 아래 토끼굴을 지나면 인가가 없는 한적한 길로 접어든다.

이렇게 매끈하게 포장된데다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큰 힘 들이지 않고 가눌 수 있는 가쁜 숨만 아니라면 마치 동네 언덕길을 산책하는 기분과 별반 차이 없었다.

목적지까지 포장된 길이 지그재그로 완만한 오르막길이었지만 도중 질러 가는 숲길이 있어 그 길로 접어 들었지만 그마저도 그리 급한 경사길은 아니었고, 다시 포장된 길과 합류하게 되었는데 그 합류 지점에 친절한 이정표가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붕어마을에서 1.4km 이동한 것치곤 생각보다 더디게 이동했나보다.

목적지인 전망대까지는 1.12km 남았군.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르자 다시 마주하는 이정표.

자고로 전망 좋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여기도 얼마 전까지는 그런 목적성이 강한 곳이 아니었나 싶다.

사격장삼거리니 통신이니 하는 단어가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정표도 아니지만 설사 그렇더라도 이렇게 표현하는 것 조차 더욱 흔하지 않으니까.

뿌듯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를 수록 한반도 형태가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까지 다다르면 이정표가 없어도 목적지가 가까웠음을 느끼게 되는데 오르막길 따라 올라온 가쁜 숨은 어쩔 수 없지만 이내 그 가쁜 숨을 잊게 된다.

서녘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태양이지만 날카로운 예봉은 무뎌지다 못해 따사롭다.

비록 앙상한 나무가지지만 어찌보면 인간의 혈관이 떠오르는 모양새라 나무와 사람은 공존해야 된다는 상형문자 같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 전망대는 단양 스카이워크처럼 둥근 철조 구조물을 따라 오르면 된다.

여기서도 충분히 한반도지형을 전망할 수 있지만 갑자기 조급해진 마음에 등이 떠밀려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아래 테라스는 여기까지 오르며 쌓인 가쁜 숨을 달래기 위해 이 멋진 경관을 눈앞에 두고 털고 잊으라는 배려라 볼 수 있다.

성취감과 멋진 조망에 대한 감탄사를 뱉으며 덩달아 피로감도 떨어져 나갔다.

전망대에 오르면 절경이 위로해 준다.

한 쪽은 미호천 초평호가 눈이 시원할 만큼 펼쳐져 있고, 다른 한 쪽은 두타산자락의 매끈한 능선이 시린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것들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

한반도지형을 둘러싸고 크게 굽이치는 곡선은 꿈틀대는 용으로 비유하다니!!!

이 멋진 발상을 누가 했을까?

카메라와 아이폰 화각은 한계가 있어 좀 더 광각인 고프로가 매력을 굴절시켜 주는데 확실히 이런 멋진 전경에 어울리는 화각은 초광각 렌즈가 캐미 만점이다.

그래서 10mm 정도 렌즈에 급 뽐뿌 오는 순간이다.

한참을 전망대 위에 서성이다 자리를 뜨며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동반자랄까?

흔히 한반도지형이라면 영월 서강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의미심장한 형체를 띄며, 심지어 주변 형세도 흡사하다.
작년 여름부터 염두해 두고 있었던 곳이라 이번 발길은 어쩌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초평호 전망대를 향하게 되었고, 그 길의 끝에 설 무렵 감회는 남달랐다.
세찬 바람에 흔들리는 텅빈 전망대에 한참을 머무르며 발치에 펼쳐진 전망을 신중하게 바라보는 순간들 중 어느 하나 허투루함이 없었고, 기상 예보의 답습대로 미세 먼지가 비교적 자욱 했지만 몰입된 절경을 한터럭도 해가 됨이 없었다.
강과 산이 미려하게 조각한 억겁의 시간 앞에서 숭고한 자연의 품에 기대었다.
바람도, 햇살도 기쁜 곡조를 뽐내며 함께 어울리던 시간은 꿈처럼 달콤 했지만 흩어지지 않는현실의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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