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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 우뚝 선 부산 금련산과 황령산_20240610

도심을 가르는 황령산과 금련산은 부산의 터줏대감이자 도심 야경의 진수를 확인시켜 주는 거대 탑이기도 하다.전날 소주 몇 잔으로 아쉽게 야경은 물 건너가 버렸고, 부산을 떠나기 전 들러 나란히 하는 금련산에 이어 황령산에 차로 이동하여 연무 서린 도심을 둘러봤는데 가장 먼저 금련산에서 가던 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해운대에 서린 뿌연 안개가 하나의 그림을 남겼기 때문이었다.금련산은 부산 연제구, 수영구, 남구에 걸쳐 있는 해발 413.6m로 바로 옆 황령산보다는 약간 낮다. 부산시민들이 황령산이라고 말하면 실제 황령산뿐만 아니라 옆의 금련산까지 포함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산의 봉우리는 거리도 멀지 않고 도로로 금방 연결된다. 산자락에 금련산청소년수련원과 폐업한 지 오래인 실내 스키장 스노우캐슬이 있..

베란다의 봄 야생화_20240501

업어온 금낭화와 세이지는 무럭무럭 자라는 어린이처럼 가지는 튼실해지고, 꽃은 활력이 넘쳤다.베란다로 넘어온 바람에 출렁이자 금낭화는 방울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고, 세이지는 미묘한 향을 뿌렸다. 어김 없이 봄, 봉화_20240429때마침 지나던 길에 5일 장터가 열려 구경도 하고, 양질의 식료품도 저렴하게 득템했다.게다가 금낭화와 핫립세이지 모종도 모셔왔는데 몇 해 전 집에서 있던 금낭화가 서거하시어 또 한 번 도meta-roid.tistory.com역시나 금낭화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참을 넋놓고 바라봤다.핫립세이지는 꽃망울이 어느새 터져 구입한 모종에 비해 확연히 풍성해져 역시 들이길 잘했다.

정감 어린 간이역, 군위 화본역_20240412

군위를 떠나기 전 마지막 여정은 화본역으로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한몫한 곳이었다. 그런 걸 보면 문화 컨텐츠의 위력은 문명의 파도에 떠밀린 간이역을 특별한 존재로 재탄생시킬 만큼 파급력은 실로 어마했다.화본역은 중앙선의 철도역으로 대구광역시 군위군 산성면 산성가음로 711-9에 소재한 역으로 국가철도공단 공식 소개 문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소개되었다. 인근 지역에서는 여객열차 역보다는 관광지로 더 유명하며, 군위 거주자나 철도 동호인이 아닌 이상 아예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4년 이후에는 실제로 더 이상 열차가 정차하지 않게 되는데, 이는 중앙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선로가 산성면 윗동네인 의흥면으로 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의흥면 ..

역사는 잠들고, 봄은 분주한 화산마을. 화산산성, 하늘/풍차전망대_20240412

꽃잎이 떨어지듯 기나긴 봄 여정의 꽃망울도 시들었다.돌아가는 길에 내륙 깊이 은둔한 도로를 경유하여 군위에 들러 포토 스팟으로 종종 고개를 내밀던 풍차 전망대에 들러 이글거리는 햇볕 아래 견고히 살아가는 세상과 더불어 화본역도 덩달아 들렀고, 잔잔한 들판 아지랑이 공백을 유영할 때 어디선가 시선을 유혹하는 도화 물결도 만났다.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역사의 애잔한 그늘에선 무심히 진달래 하나 슬픈 역사를 기리는데 그 무심한 역치는 얼마나 깊은지 성곽의 돌무더기는 도저히 움직일 기미가 없었지만 자연은 봄이불을 덮어 쓰라린 상흔을 어루만져 흉터도 지우고 있었다.아직 남은 벚꽃 구름의 눈발을 쫓아, 산허리 넘실대는 진달래를 쫓아 떠난 여정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흘러가 버리고, 인간이 애써 이룩한 역사의 처절한 무..

고원의 봄 전령사들, 대구 비슬산_20240411

비슬산의 채 여물지 않은 핑크빛 바다를 뒤로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외길 고독한 선을 밟으며 잡념과 사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사유의 존립을 채찍질했다.계절은 지독한 질서의 인내를 극복하여 신뢰와 감탄을 주건만 조급한 결론과 필론의 가두리 양식장 속에서 스스로를 학대하며, 타인을 핍박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런 정당화에 속고, 속이는 걸까?되물음과 되짚음의 교착에 빠질 즈음 지상에서 그리 거대하고 위대했던 비슬산은 여느 산일 뿐, 한 걸음 떨어져 통찰도 얻지만 두 걸음 떨어져 위장의 장막도 만들어 내던 동굴은 만천하 같았지만, 좁은 아집과도 같았다.그렇게 산 정상에서 세상을 넘어선 자연과 계절에 경탄하며 가슴 저민 감동도 얻는다.진달래를 보기 위해 산에 올라 하나를 초월한 화답을 듣던 날이기도 했다.비슬산은 대..

'고향의 봄' 진달래꽃 피는 산골, 창원 천주산_20240410

고향의 봄에서 등장하는 진달래 배경이 천주산이라고, 그래서 여러 잡념을 배제하고 내 감정에 충실한 진달래를 찾아 창원 천주산에 왔다.창원 분지를 둘러싼 여러 산 중 북녘에 천주산은 진달래 군락지가 있는데 여수 영취산, 대구 비슬산처럼 정상 부근에 군락지가 있어 산행은 필수.사실 여수 영취산만 다녀온 입장이라 이번엔 창원 천주산과 대구 비슬산을 찾기로 했는데 절정의 만개라 주차에서부터 오를 때까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진달래 군락지에서 잠시나마 봄의 진수가 들려준 이야기에 흠뻑 젖었고, 모처럼 산행의 성취감까지 한 데 아우를 수 있었다.진달래꽃은 산 넘어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따스한 봄바람을 완연히 느낄 때 즈음에 피기 시작한다. 동네 앞산은 물론 높은 산꼭대기까지 온 산을 물들이는 꽃이다. 진분홍 꽃..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반듯한 창원_20240409

창원에서 숙박은 처음인데 반듯하게 정비된 도시 한가운데, 그것도 엄청난 규모의 주택단지 전망으로 우뚝 솟은 곳이라 이거 누가 책임질지 기분이 까리뽕했다.저녁 식사 해결을 위해 부근에 잔치국숫집으로 출발했는데 정문 앞 광장을 철통 방어 중인 백호들이 어찌나 정교한 지 하마터면 츄르를 들이밀고, 눈인사할 뻔 했다.-냥이 집사의 성향이라 가끔 길 가다 냥이들과 마주치면 습관적으로 눈인사를 하게 되는데 그걸 이해 못 하는 주위 사람들은 눈이 아픈 줄 알고 인공눈물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작은 여울을 낀 멋들어진 인도를 걸으며, 때마침 서녘 집으로 돌아가는 뜨거운 석양이 태우는 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꽤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이전 관련글]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전날 창원으로 가게 ..

시나브로 흐르는 남강과 시간, 진주 남가람공원_20240409

진주에 다다른 건 바람에 푸른 노래를 떼창 하는 대숲과 그 너머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촉석루를 보기 위함이었다.애석하게도 대숲은 공사중이란 푯말과 함께 출입 금지되어 남녘 이른 봄의 연가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래도 놀라운 건 10년 전 기억이 전혀 변색되거나 오염되지 않았다.언제 개방될 지 몰라도 마냥 기다릴 수 없었고, 명확한 다음 목적지인 창원 천주산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를 털고 떠났다.진주 촉석루(晋州 矗石樓)는 경상남도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내에 위치해 있는 누각이다. 남강변 절벽 뒤편에 있는 촉석루는 진주성의 남쪽 장대로서, 군사를 지휘하는 사람이 올라서서 명령하던 대이기도 했다. 일명 장원루라고도 한다.1365년에 처음 건립되었으며, 세운 후 7차례의 중건과 보수를 거쳤다. 그 뒤..

벚꽃잎 바람결에 흥겨운 붕어섬, 임실 옥정호에서_20240409

가는 길도, 주변을 아우르는 풍광도, 하다 못해 이름조차 이쁜 옥정호의 평온에 헤엄치는 붕어섬은 어느덧 붕어빵 이상의 명물이 되어 관광지로 다듬어졌다.비록 황사와 미세먼지 연합 방해 작전이 있었음에도 사유를 넘어선 본질을 흐트릴 수 없다.잠깐의 오르막 이상으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심연의 세상에서 봄어항 속 잠자는 붕어 한 마리 낚아 휘날리는 벚꽃잎을 뿌린 뒤 마음의 견고한 벽에 걸어둔다.머나먼 길 달려왔다 다시 머나먼 곳으로 떠나야 되는 게 고행이라면 거치는 경험들은 값진 통찰이다.그리하여 다음 통찰을 위해 진주로 떠난다.옥정호는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과 정읍시에 걸쳐 있는 호수로 섬진강 상류수계에 있는 인공호수.운암호라 불리기도 하며, 총 조수용량은 4억 6600만t이고, 면적은 16㎢이나 만수위 때는 ..

바위 신선, 임실 상사봉_20240409

무심히 들판에 솟은 멋진 바위산과 함께 봄은 그렇게 내륙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분출하는 화산의 마그마처럼 몽실몽실 피어올랐다.그래서 벌판에 화색이 돌고, 메마른 바람에 향기와 이야기를 실어 날랐다.가는 길 내내 길가 벚꽃의 앳된 환영으로 시간을 잊은 채 가던 속도를 줄여 시선을 맞춰 교감의 유희를 즐겼다. 전설에 의하면 상사봉에는 불을 뿜는 도깨비가 살았다고 해서 ‘화산火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높이 100m가 넘는 암벽을 대패로 밀어 놓은 형세다. 인근 지역 119구조대는 이곳을 암벽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상사봉은 산속의 산이다. 표주박처럼 길쭉하게 도지봉, 제비설날, 지초봉, 배나무골 등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호남정맥인 박이뫼산, 갈미봉, 경각산, 국사봉이 상사봉을 반달 모양으로 감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