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낮이 부쩍 짧아져 서둘러 하루 해가 등을 돌려 사라져간 잔해만 보인다. 시나브로 찾아든 가을이 문턱을 넘는 이 시기, 문득 뜨거운 노을처럼 가슴은 따스해지고, 무겁던 시야는 초롱이 불 밝힌다. 초저녁에 단양 소재 소백산 휴양림으로 출발, 단양에 들러 식재료를 마련한 사이 어느새 밤이 내려 도착했다. 평일치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여긴 산중 다른 세상 같다. 남한강이 발치에 내려다 보이는 공원이기도 하고 숲속이기도 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을 헤치며 잠시 걷는 동안 발치에 소리 없이 지나는 남한강을 마주했다. 휴양림 내 타워전망대를 따라 무심히 쳐진 거미줄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전망대에 서서 사방을 찬찬히 살피는데 정적 속에서 평온의 기운이 자욱했다. 잡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