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 소백산 휴양림_20210909

사려울 2023. 2. 3. 15:31

어느 순간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낮이 부쩍 짧아져 서둘러 하루 해가 등을 돌려 사라져간 잔해만 보인다.
시나브로 찾아든 가을이 문턱을 넘는 이 시기, 문득 뜨거운 노을처럼 가슴은 따스해지고, 무겁던 시야는 초롱이 불 밝힌다.

초저녁에 단양 소재 소백산 휴양림으로 출발, 단양에 들러 식재료를 마련한 사이 어느새 밤이 내려 도착했다.

평일치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여긴 산중 다른 세상 같다.

남한강이 발치에 내려다 보이는 공원이기도 하고 숲속이기도 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을 헤치며 잠시 걷는 동안 발치에 소리 없이 지나는 남한강을 마주했다.

휴양림 내 타워전망대를 따라 무심히 쳐진 거미줄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전망대에 서서 사방을 찬찬히 살피는데 정적 속에서 평온의 기운이 자욱했다.

잡고 싶은 밤이 흐르는 강물도 무색할 만큼 빠르다.

1년 채 안 된 앳된 녀석이 갑자기 주변을 맴돌기 시작, 경계심 사이에서 고민한다.

점점 경계심을 풀고 거리를 좁히며 조심스레 다가오는 녀석이다.

몇 번 먹다 한참을 주저하다 다시 몇 번 먹기를 반복, 그래도 새벽에 말끔히 비웠다.

꽤 오랫동안 녀석과 테라스에서 노닥거렸는데 숙소에 들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밖에서 구슬피 울어대며 나를 찾는단다.

마치 다른 세상을 밟은 양 산언저리에 잘 꾸며진 휴양림에서 하루 짐을 풀고 허기를 채운 사이 다른 녀석이 다가와 치열한 삶을 넋두리한다.
처음에 보인 경계심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숙소까지 따라와 구슬픈 가락을 울리는 녀석의 목청에서 애달픈 삶의 흔적이 선명하다.
한참을 같이 머물다 암흑 속 어디론가 돌아서는 녀석과 여운이 긴 작별을 한다.
나는 녀석에게 한 끼 식사만 대접하고, 그 보답으로 녀석에게 동절기 대비 춥지 마라고 잔뜩 털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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