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 헌화공원
임원항 뒤편 남화산 정상에 위치한 수로부인 헌화공원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헌화가'와 '해가' 속 수로부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절세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은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다. 남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수로부인이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돌산 위에 핀 철쭉꽃을 갖고 싶어하자 마침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꺾어다가 바치고, 가사를 지어 바친 것이 4구체 향가인 '헌화가'다. 임해정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용이 나타나 수로부인을 바다 속으로 끌고 갔는데,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자 다시 수로부인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 노래가 신라가요인 '해가'다. 공원에는 이 수로부인 전설을 토대로 한 다양한 조각과 그림 등이 조성돼 있다. 이와 함께 산책로, 데크로드, 전망대, 쉼터 등이 갖춰져 있어 탁 트인 동해 바다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걷기 좋다. 공원의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수로부인 상은 높이 10.6m, 가로 15m, 세로 13m, 중량 500t에 달하며, 천연 돌로 조성돼 관광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천연오색 대리석 조각상들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바다풍경이 장관이다.
[출처] 원더풀삼척여행
신조차 부러워한 수로부인처럼 바다와 산이 만나 엮인 추임새 또한 그 못지 않다.
그 미려한 명소를 가슴에 두기 위해 구름도, 작은 생명도, 빗줄기도 그 갈 곳을 잊고 잠시 머물러 바다에 벙어리 가슴 아로새긴다.
어느새 유료로 운영 중인 공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구름과 발길을 억척스레 붙잡는 장대비를 구슬려 내딛는 보폭에서 텅 빈 공원의 헌화가 곡조가 묻어난다.
울진 도화동산에 이어 원덕에 도착, 공원을 가기 위해 처음 인사를 나누는 곳에 발을 딛는다.
앞서 도화공원처럼 이 또한 몇 차례 방문했던 곳으로 바다와 인접한 남화산은 자연적인 전망대와 같다.
지난 방문 때는 무료로 운영하던 곳이 이제는 예고했던 대로 유료 운영 중인데 보통 지역 관광지는 저렴하면서 그 가치는 충분히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임원항을 바라보면 일부 가려지긴 했어도 탁 트인 포구를 읽기 충분했다.
내리던 비가 부쩍 가늘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빗줄기를 동반한 구름이 내려앉아 포구 너머 세상은 요원했다.
원래 공원과 연결되는 길은 폐쇄되어 수풀이 무성해지고 새로이 데크로 우회길을 설치해 놓았다.
원래 길도 나쁘지 않았던 건 대숲 사이 야자매트를 깔아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는데 굳이 터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던 것들을 제거하면서 까지 이렇게 해야 되나?
여전히 보슬비는 내리고 있어 멀리서 보면 이 안개가 구름으로 보이겠지?
가까이 다가가도 요지부동, 휴식 중인 개구리.
2015년 5월 용평 도암호에서 비단개구리를 보며 이런 표현을 한 적 있는데 이 또한 나와 같은 소중한 생명인 걸 왜 뒤늦게 깨달았을까?
생긴 게 징그럽다고, 또한 어른들 말씀에 비단개구리 만진 손으로 눈 만지면 실명한다고 해서 돌로 찍어 명줄을 끊었던 비단개구리는 어린 눈에 어찌나 명줄이 긴지 여간 돌로 찍는다고 즉시 황천길로 가지도 않고 특유의 그 붉은 배를 뒤집어 나름 반항하기 일쑤였다.
근데 이게 요즘 보기 힘들어서 어릴 적의 만행이 부끄럽다.
미안해, 비단개구리들아.
같은 지구에서 잠시 기회를 빌려 사는 입장에 내가 주인 행세했으니 여기서라도 근심 없이 편하게 살아가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10여 분을 걸으면 수로부인상에 도착, 동해의 망망대해와 맞닿은 이곳은 수로부인 이상의 자연경관이 빼어나 실제 수로부인상이 초라하게 보인다.
수로부인상 아래를 지지하고 있는 이 벽화는 실제 보면 멋진 작품이다.
비가 내려 짙은 구름이 끼인 바다는 수평선을 숨겨두고 이 비가 떠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은 온통 운무로 뒤덮여 바다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바다를 데려간 운무가 이제는 수로부인을 데려가려나?
대기가 화창하고 청명한 날이면 수평선에 걸쳐진 울릉도가 보인다고?!
지난번 방문 당시 없던 십이지신상이 익살스런 표정으로 늘어서 있었다.
자칫 한 마리는 외로울 수 있어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이게 무척 따사롭다.
수로부인상은 연인들, 가족들을 위한 친근한 포토존이다.
어느새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한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이 애물단지가 되었다.
해돋이 터널을 거치면 무겁던 하늘이 걷히고 반가운 햇님이 얼굴 내밀까?
홀로 텅 빈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왔던 길을 밟으려는 찰나 멀리 농부 한 분이 지나신다.
공원 바로 옆 밭을 일구는 원주민인데 나름 공원의 정취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돌아가는 길에 장미 꽃길을 지나는데 빗방울 열매가 맺힌 꽃은 싱그러움이 더해져 시선은 덩달아 향그롭다.
희미한 대낮을 굴절시키는 빗방울은 탐욕이 가둘 수 없는 보석이다.
구름이 수로부인을 데려가지 않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동안 수평선 언저리에 쉬고 있는 대형 선박.
이내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드넓은 바다와 이따금 바다로 뻗어 나온 해안선이 어울린 동해의 멋.
어촌마을의 평온.
수평선이 다시 돌아오자 선박 하나가 교묘히 걸쳐있다.
갈매기 부대, 일동 차렷!
비가 그치고 순식간에 대기를 뒤덮은 구름이 걷혔다.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걸친 것 마냥 활동이 불편하던 비가 개고 그 매력을 숨겼던 동해가 열리자 세상을 얻은 것만 같았다.
망설였던 장호항, 촛대바위 여정을 위해 발끝에 힘을 주고 그 길로 다시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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