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다도해가 품은 여수, 돌산도 케이블카_20190116

사려울 2019. 8. 7. 00:02

연일 기록적인 미세먼지가 전국을 송두리째 괴롭히다 여수 내려간 날은 잠시 찾아온 추위가 시야를 방해하는 세상 모든 잡것들을 쓸어 버렸다.

미리 알고 찾아온 게 아닌데 겹겹이 기분 좋으라고 아주 오랜만에 청명한 대기를 펼쳐 준다.

여수의 바닷바람은 무지막지한데 이 날 단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나그네를 배려해 주사 겁나 평화롭고, 햇살도 따사롭다.

여수역 일대가 신시가지라 근래 들어 밀려드는 관광객 숙소가 많이 늘어나 대부분 깔끔한 신축 호텔들이 많은데 내가 이용한 곳도 특이한 구조에 아주 깔끔하고 전망 좋은 호텔이었다.

전날 늦게 잔 것도 아닌데 걸판지게 자고 오전 느지막이 일어나 여수역까지 걸어 오는 사이 밀려 오는 애매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카페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아쿠아리움 광장이란다.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자리에 서자 시리도록 차가운 바닷바람이 두 뺨을 아린다.

 

 

베네치아 호텔 앞에서 햇살 부서지는 바다의 잔잔한 파도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바닷가로 트여 있는 베네치아 호텔 내 카페를 가기 위해 걸어가는데 방파제로 연결된 오동도가 보이고, 그 방파제에 꾸준한 인파가 끊이질 않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동도를 향하는 사람들은 육안으로도 충분히 관찰된다.

 

 

 

잠시 후 사람들이 밀려올 지언정 이 시간 만큼은 텅빈 광장과 바닷가에서 코 끝 향그로운 커피 한 사발로 여유를 만끽해야지.

게다가 어중간한 시간대라 브런치로 급한 허기를 재우기 위해 크로크무슈는 덤이다.

 

 

화사하고 몽환적인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사발 때리고 하루의 활력을 이끌어 낼 요량으로 서둘러 걷는다.

언덕배기 특이한 구조물이 케이블카로 저 지점을 출발점으로 하여 바다 건너 돌산도를 오고 가는 바다 케이블카인데 근래 케이블카를 타 본적이 없어 이참에 조용한 틈을 타 이용해 보기로 하고 덤으로 여수도 내려다 봐야겠다.

몇 년 사이 관광지로 각광 받는 곳인 만큼 어디를 가나 인파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라도에 여수, 경상도에 통영.

여수가 바다 건너 돌산도를 오고 간다면 통영은 미륵산 정상 부근으로 운행하여 사방에 바다가 펼쳐진 천해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만큼 둘 다 타 볼만한 가치가 있다.

미세먼지 홍역이 지나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지만 이 날은 자연의 선물 중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비교적 한적 했던 평일이라 제대로 된 여행은 덤~

 

 

케이블카를 타기 전 오동도를 바라보자 청정 해역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그 청정 세계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깨알처럼 작게 보인다.

평일 점심 시간 조금 못미치는 시간인데도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다.

 

 

여수엑스포 방면으로 살펴 보면 이날 기상이 좋다는 게 보인다.

모든 게 또렷하다.

좀전 들러서 커피 한 사발 때린 베네치아 호텔도 바로 코 앞처럼 보인다.

이미 마음이 부풀어 있는데 지체할 수 없어 얼른 케이블카에 올라선다.

 

 

요건 케이블카 타기 전 거대 벽화.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하면 조금 지나 산등성이 하나를 넘어 바다의 장관이 펼쳐진다.

 

 

원래 차를 이용해 돌산도로 건너는 방법은 좁은 돌산대교 뿐이었지만 이제는 이런 거북선대교가 생겨 긴 꼬리를 물지 않아도 된다.

 

 

눈 앞에 바다와 돌산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뒤를 돌아 보면 까마득하다.

케이블카 특성상 세찬 바닷바람을 만나 약간 요동을 치지만 두려움보다 억누르고 있던 설렘의 뚜껑을 열어 젖혀 바닥에 옥색 바다가 펼쳐져 있음에도 잠시 멈춰 살랑이는 물결을 살피고 싶다.

 

 

밤이 되면 포장마차가 즐비한 여수 밤 바~다와 여수항, 그 너머 여수를 가르는 나지막한 산들이 모여 있다.

 

 

이제 돌산도로 건너와 육지는 바다 너머에 있다.

이렇게 빼곡히 케이블카가 운영되는데 그게 한결 같이 사람들이 타고 있지만 그나마 평일 이른 시간이라 대기 시간은 거의 없었다.

 

 

 

 

 

돌산도에 도착하면 바로 앞에 돌산공원이 연결되어 있다.

짧게 주어진 시간이지만 한 바퀴 산책하기엔 안성맞춤.

밤이면 화사한 불빛으로 변신하는 장군도와 예전부터 돌산도의 허브 역할을 하던 돌산대교가 보인다.

여수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돌산도 또한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여전히 편도1차로로 좁은 탓에 주말 휴일엔 이 다리를 건너는게 수월하지 않았고, 대책으로 이설된 거북선대교는 돌산도를 건너게 되면 하나의 도로에 돌산대교와 연결되어 있다.

 

 

케이블카 정류장을 빠져 나오면 너른 돌산공원이 있고 그 공원을 가로지르면 바로 돌산대교가 한 눈에 보인다.

 

 

돌산공원을 가볍게 산책하던 중 바다를 바라보며 사이 좋게 놀이를 하고 있던 모녀의 모습이 차가운 겨울에 다른 무엇보다 따스한 풍경으로 연출된다.

허락을 받아 이 사진을 담고 아이 어머니께 같은 사진을 전달 드렸다.

 

 

돌산공원을 한 바퀴 돌고 벤치에 앉아 쉬던 중에도 쉴 새 없이 설레는 기대를 나르는 케이블카는 여타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처럼 크리스탈과 일반 불투명 바닥이 있다.

역시나 크리스탈이 비싼데 파도가 찰랑이는 옥색 바다를 감안한다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크리스탈이 좋긴 하다.

비싼게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루 동안 꼭 가야될 곳이 있어 오래 지체하지 않고 다시 내륙으로 넘어와 잠시 겨울 바닷바람에 냉기 서린 코끝을 커피향으로 달래며 전망이 좋은 카페에서 오동도를 물끄러미 바라 봤다.

케이블카 정류장에 투썸이 있었다니!

참고로 여수엔 메이저급 카페가 상당히 많다.

그만큼 많은 외지인들이 관광과 여행을 위해 찾는 다는 반증일테고 많은 로컬 브랜드 커피가 심어 놓은 지역 눈높이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돌렸던 만큼 메이저 커피 브랜드의 진출은 시간 문제 였을 뿐 자명한 수순이었다.

처음 커피를 접하는 사람들은 '쓴맛' 음료에서 출발해 점차 깊이와 차이를 알아 가며 단순히 쓴 맛과 커피향이 풍겨 난다고 해서 같은 커피로 간주하지 않는, 다양한 커피를 접하면서 소위 입맛의 상향 평준화가 진행되는 동안 얄팍한 상술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던 사람들로 인해 맛에 집착하던 로컬 브랜드들 또한 희생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좋은 맛에 지갑을 주저 없이 열게 되면서 저렴하거나 지역 마케팅, 차별화된 분위기를 호소하던 상술에 등을 돌렸고, 저마다 최고라고 자부하던 아집에 모험을 걸지 않게 되면서 무수히 많은 카페 간판이 대형 브랜드의 간판에 묻혀 버렸다.

가성비란 건 저렴함이 우선이 아니라 품질이 우선이며, 카페의 본질은 주변 환경, 마케팅이라는 밑반찬이 아닌 바로 커피란 걸.

결국 고속 열차를 타고 철길이 놓여진 끝에 위치한 여수에도 스벅, 투썸이 성행하고 있다는 건 나머지 지역들도 상향 평준화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말이 옆으로 쌨구먼.

투썸의 통유리 너머에서도, 외부 테라스에서도 오동도는 볼 수 있지만 이왕 지사 바닷바람을 맞으며 현장감 넘치는 시선이 월등한 쾌감을 주는 여수의 다도해는 그만큼 아름답고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관대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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