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다시 찾은 통고산의 가을_20181026

사려울 2019. 7. 26. 00:11

이번 여정의 마지막 방문은 통고산 휴양림이다.

각별한 추억, 특별한 가을이 있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온 통고산은 일시에 변해 버리는 가을이 아니라 제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타고 계절의 옷을 입는다.

통고산에 도착하자 여전히 비는 내리지만 빗방울은 조금 가늘어지고 가볍게 흐린 날이라 어둑하기 보단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다.

쨍하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표현이 좋고 가느다란 빗방울이라 조금 비를 맞는 감수만 한다면 활동하기 무난하다.



통고산 휴양림 초입 안내소에 잠시 내려 매년 찾아올 때마다 인사를 나눴던 분과 잠깐 대화를 하고 바로 진입 했고, 첫 만남은 여전히 인상 깊은 단풍의 향연이 나를 반겼다.

평일이라 통고산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차를 이용해 천천히 앞으로 진행해도 어느 하나 민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막해 틈틈이 내려 카메라로 사진을 담거나 아님 잠깐 정차 후 차량 내부에서 사진으로 담고 다시 거북이 걸음으로 진행했다.

물론 감탄사를 연발 하면서.






2015년 가을에 통고산 휴양림 통나무집에서 머물렀던 통나무 집은 우측에 있던 새로 조성된 집이었다.




통나무 집에서 오르는 방향에 약간 너른 터와 탁자가 있고, 거기에도 어김 없이 고운 색결의 가을이 버티고 있어 잠시 정차한 후에 잠시 둘러본다.




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깊숙한 곳으로 한참을 오르다 보면 만추의 자취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가을과 바람과 비가 쉬었다 떠날 채비를 마쳐 덩달아 떠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휴양림에서 만남의 광장 같이 야영장과 수련장, 숙박 시설인 휴양관과 목공예 전시관이 여기 일대에 모여 있다.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면 오래 되었지만 잘 짜여진 유원지처럼 여울과 팔각정 쉼터가 있고, 다시 다리를 하나 더 건너면 숲속 수련장이 빼곡한 나무숲에 숨어 있다.

산에서 발원하여 깊은 계곡을 따라 내려 오던 좁은 여울은 이곳에 와서야 비로소 너른 터를 만나 폭이 제법 넓어지며 유속도 잠시 느려져 앞만 보고 굴러 오던 수고로움을 벗고 잠시 쉴 수 있다.

관리인으로 보이는 분이 주변 정돈을 하고 바로 차를 타곤 떠날 채비를 한다.

비는 여전히 내리지만 가을비를 맞는 게 도리어 나쁘지 않아 주위 경관에만 신경 쓰기로 하자 더욱 멋진 자연 풍광에 압도당한 나머지 옷이 젖는 기우도 사라져 버렸다.

게다가 17시 가까워진 시각은 잠시 뒤면 아쉬운 낮의 불이 꺼지고 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서히 마음은 조급해지고, 그럴 수록 늑장은 게으름과 기만으로 간주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차가 오를 수 있는 가장 깊은 곳에서 턴을 하고 내려 오던 중 만남의 광장에서 여울이 한숨을 돌리며 유속이 늦춰진 것처럼 내가 가던 진행 속도도 잠시 멈추고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 보다 다시 출발, 조금만 더 내려 오다 보면 또 다시 너른 야영장을 만날 수 있다.

거기엔 이제 가을이 떠날 채비가 끝나고 만추가 잠시 터를 고른 뒤 겨울이 찾아올 암시인 양 바닥에 두툼한 낙엽이 쌓여 그 위를 걷는 발걸음걸음이 사뿐해진다.



가을이 짙어지면 허허로운 여운이 가득하듯 만추는 자연이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고독이 아닐까?





통고산 휴양림에서의 여정도 끝나고, 처음 올 때와 비교해 이제는 저녁의 정취가 짙어져 버렸다.

통고산에 등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가며 묘한 습관처럼 뒤를 훌쩍 돌아 보기를 반복했던 건 오래 머무르지 않고 떠나 버릴 가을과 계절의 정점에 대한 추회이자  아쉬움의 익숙한 표현 방법이다.

산봉우리에서 번진 가을은 산 언저리를 타고 내려와 대지를 물 들였고, 뒤 따르던 만추도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

집착의 그물에 가둬 놓은 사랑은 끝끝내 애뜻함을 태워 버리는 것처럼 결국 가을과 만추도 경이의 배터리가 소진된다.

사랑은 가장 아름다울 때 추억을 각인하듯 가을도 잠시 스치는 여운의 아쉬움이 미련을 각인한다.

다시 돌아올 줄 알기에 다시 놓아주는 작별은 그래서 가장 아름답고 설렌다.

한 해 전, 조바심을 인내로 숨겨둔 결실을 바라보며 다시 익숙한 작별을 맞이해야 될 차례... 다만, 잊지 않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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