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다시 찾은 영양의 가을, 흥림산에서 자생화 공원까지_20181026

사려울 2019. 7. 24. 00:44

그 놈의 지독한 아쉬움으로 9일만에 다시 찾은 영양이지만, 아쉬움의 진원지 였던 가을비가 조롱하듯 똑같이 재현 되어 은둔의 방해를 간접적으로 항변하며 완고한 거부처럼 보였다.

차라리 현재의 상황을 즐기자는 의미로 욕심을 내려 놓자 비도 가을의 일부로 재해석 되었다.

비는 잠자고 있던 사물의 소리를, 가을은 움츠리고 있던 감성을 일깨웠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두터운 여독이 어깨의 백팩처럼 묵직할 거라 우려 했지만 기우에 불과할 뿐, 눈을 뜨자 믿기 힘들 만큼 몸이 가볍고 마음은 홀가분했다.

앞으로 가게 될 여정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을에 대한 상상은 거품이 잔뜩 든 기대감이 아니라 담담한 가운데 있는 그래도 받아 들일 심보 였으니까.

흥림산 휴양림의 텅빈 휴양관을 나와 곧장 출발하지 않고, 잠시 윗쪽에 자리 잡고 있는 추억을 상기 시키러 가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망각 했을 거란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 나며 덩달아 여기서 부터 신이 났다.

이런 컬러의 조합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흉내낼 수 있을까?

자연도 많은 시간을 두고 준비한 장면들인데 인간의 조급함은 늘 깊이를 잴 겨를이 없다.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카메라는 쉴새 없이 셔터 소리를 냈을 거다.

허나 그게 최종의 목적이 아닌 그저 일 년을 기다린 계절처럼 조바심 내지 않고 만나고 일부가 되는 게 내겐 더 중요 했던지 길가에서 수 없이 발목을 잡는 유혹을 사뿐히 넘기며 자생화 공원으로 향했다.






앞서 방문했던 공원의 가을과 큰 차이는 없지만 분명 구분은 할 수 있었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빨강이지만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의 차이는 굳이 말로 떠벌일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더 확연한 건 단풍 너머의 가을 풍경은 단번에 알아 차릴 수 있다.




산등성이에 모여 빨간 수다떨기에 여념이 없다.



여전히 가을 빗방울은 그칠 기미는 커녕 점점 더 굵어졌다.

경고를 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제 갈 길에 열심인 나에게 깊은 자연이 경고를 날리는 시그널일 수 있겠지만 이미 비도 자연과 가을의 일부로 받아들인 이상 더욱 세차게 퍼붓는다고 해도 경고가 아닌 싸잡아 매력 덩어리로 환원해 버리는데 아무리 고집센 자연이라도 철면피처럼 냉혹하거나 모질지는 않다.

그래도 다행인 건 흐린 날임에도 어둑하거나 우중충하지 않고, 도리어 화사하게 흐린 날이었으니까.

이 자리에 서서 카메라 렌즈를 개방했을 무렵 갑자기 미스터 션샤인의 한 구절이 생각 났다.

"나는 꽃이 되고 싶소, 불꽃"

가을이 뜨겁게 채색시킨 산은 언저리를 지나 종내엔 길가 인가에 까지 불티를 떨구었다.

쉽게 갈 수 없는 오지는 서울 도심에 비해 맑은 대기로 인해 하늘도, 대지도 태초의 원색을 품었다 결실을 맺는 것일까?

금새 식상해지는 감탄도 있지만 지치지 않는 감탄, 가을이 바로 그런 만 가지 변신의 귀재라 할 만하다.

반응형

'일상에 대한 넋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_2181027  (0) 2019.07.26
고라니의 죽음_20181027  (0) 2019.07.26
영양 일월산_20181025  (0) 2019.07.23
일상_20181025  (0) 2019.07.23
시험 치고 돌아오는 길_20181024  (0) 2019.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