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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의 봄_20190314

기상하자마자 주저 없이 출발하여 울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다.창원, 부산으로 향할 때 반갑고 고마운 지인들 만나는 게 첫 번째 의미 였다면 두 번째는 이번 기회를 빌어 동해의 봄을 맞이하는 거다.물론 어디를 지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추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동선을 발견하고 거기에 충실해 지기로 했다.그래서 울진에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7번 국도를 따라 하늘처럼 깊은 바다와 그 바다에 인접한 곳을 접하기로 한다. 덕구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에 잠시 한길을 벗어났다.뒷산엔 학이 살고, 앞 너울은 이랑이 굴절된 햇살이 넘실대고, 마을 어귀엔 화사한 매화가 미소 짓는 곳.일상적인 시골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임에도 봄은 생동과 수줍음을 동시에 불..

7번 국도 울진 도화 공원까지_20190313

부산에서 출발해서 포항까지 오는데 한참을 걸려 17시반 정도로 늦어버렸다.학교 공직 생활을 하는 야무진 동생을 만나 커피 한 잔 나누는 사이 무심한 시간을 지칠 줄 모르고 흘러 이내 헤어졌고, 7번 국도를 따라 오는 사이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 10시 정도가 되어서야 울진 도화공원에 도착했다.가뜩이나 울진하면 오지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공원이라 이 시각도 한밤 중인 시골 시계를 감안 했을 때 공원은 밝혀 놓은 불이 아니라면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텅빈 우주와 같았다.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미세 먼지로 대기가 뿌옇게 흐려 조금은 우려를 했지만 어찌하오리.이따금 텅빈 공원의 주차장에 차가 들어오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 버리면 공원 전체는 아무런 소리도 전달되지 ..

창원과 부산 여정, 남은 건 사진 하나_20190313

전날 창원으로 가게 된 건 작년 학습에 자료를 제공해 준 분께 감사의 표현이자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 위함이었다.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선뜻 자료를 전달해 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 자료를 통해 합격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선행에 너무 감사했다.같이 공부하던 학우들 중에선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고, 필요에 의해 없는 건 제공 받을 지언정 가지고 있던 자료는 꽁꽁 숨겨 혼자, 아니면 가까이 친분을 둔 학우들과 공유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상대 평가도 아닌데 많이 합격하면 심사가 뒤틀린다는 심보려나?그렇게 순수한 선행이 고마워 택배로 자료를 보내기엔 감사의 표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거 같아 직접 찾아 뵙겠다고 미리 밝히고 내려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보은을 지나 속리산 부근으로 지..

대가야 품으로_20190303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우선 오마니 고향을 찾아 보기 위함이었고, 더불어 오랫 동안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지의 소식이 전해져 반가움을 실현해 드리고자 했다.너무 느긋하게 밟았나?5시간 걸려 고령에 도착, 저녁 식사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을 찾느라 30분 동안 헤메는 사이 8시를 훌쩍 넘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치킨 한 마리와 햇반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오마니도 기운 없으신지 대충 해결하자고 하시는데 그래도 배는 불러야지.지도 검색에 치킨집은 많지만 막상 댓글 평이 좋은데가 많지 않아 여기로 선택했는데 불친절에 착한 가격은 아니다.맛이 있다면야 가격이 문제겠냐마는 자극적인 소스에 절여 놓는 수준이라 치킨 특유의 식감과 맛은 찾기 힘들다.배 고픈데 더운 밥, 찬 밥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응대..

칼끝 벼랑에 서다, 하늘벽 구름다리_20190217

전망대에 텐트를 쳐 놓고 크게 음악을 틀어 놓은 채 불륜 행각을 벌이던 사람들의 이기심에 기분이 '드그브자!'였지만 내 아까운 시간을 마냥 희생시킬 수 없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하늘벽 구름다리로 출발한다. 전망대에서 비집고 들어가 겨우 건진 사진을 확대해 보면 구름다리가 어렴풋이 보인다.물론 처음엔 저게 구름다리라고 생각도 못했고, 눈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또한 사진엔 없지만 이정표 상에 전망대 0.1km가 하늘벽 구름다리 0.9km를 조금만 지나 전망대 바로 앞과 구름다리로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 상에는 구름다리가 0.5km 남았단다.실제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리고 이정표 수치를 봐도 안맞다.이 날 구름다리를 가며 사진을 찍는 도중 거기 가겠다고 어느 정도 가야 되는 건지 묻는 분이 계셔 0...

칠족령 설화가 남긴 절경_20190217

칠족령에 대한 설화. 백운산 자락 근교 제장마을의 한 선비가 옻칠을 하는 옻칠쟁이었는데 그 선비 집에 누렁이란 개가 살고 있었다. 그 누렁이가 저녁 때만 되면 마실 나갔다가 항상 새벽 이슬을 맞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상히 여긴 옻칠쟁이가 도대체 누렁이가 어디를 갔다 오나 하고 궁금하여 하루는 누렁이 집 앞에 옻칠통을 잔뜩 갔다 놨다. 그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는 옻칠통을 밟고 마실을 나갔다. 누렁이가 나간 사이, 옻칠쟁이는 누렁이가 밟고 나간 옻칠을 따라 찾아 나섰다. 옻칠을 따라 가다보니, 백운산 자락에 험하고 가파르다는 무늬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었다. 누렁이는 매일 이 험하고 가파른 산을 넘어 밤새도록 걸어서 건너편 무늬마을에 무늬라는 암케를 만나고 또 밤새도록 걸어서 새벽에 집에 도착한것이었다...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

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러갔다.토 요일 저녁이라 차가 많을 법도 하지만 진부를 벗어나 매끈하게 뻗어있는 59번 국도를 따라 밤길을 달리는 동안 지나는 차가 거의 없어 진행하는 속도를 낮추고 천천히 정선 푯말을 따라 나아갔다.정선이 멀고 험한 길을 거쳐야 한다는 편견과 달리 어두운 밤길을 가는 내내 도로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고, 과거 2015년 늦봄 무렵 정선에서 반대 방향으로 갔던 때가 있었는데 당시 정선을 벗어나 두타산으로 향하던 중 한창 공사 중이었던 곳이 바로 파크로쉬 였다.(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지극히 일상적이어야만 하는 여유가 기근 현상으로 점점 메말라 가는게 정말 시간이 없..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 하얼빈역_20190125

문학마을을 한 바퀴 둘러 본 뒤 곧장 하얼빈역으로 걸어 갔다.하얼빈역 광장은 제법 널찍하게 트여 있고, 역사 내부도 당시 경관을 충실하게 꾸미기 보단 역사적 사실을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하얼빈역으로 걸어가는 길은 매끈하게 뻗어 도중에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문학마을과 조금 거리가 있는 건 한반도와 만주의 거리감을 표현한 걸까? 하얼빈역에 도착. 역사 내부와 당시 분위기를 재현해 놓았다. 이번 관람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 이런 걸 명장면이라고 하지. 하얼빈역사 내 2층의 텅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잠시 쉰다.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을 재현해 놓았고, 조정래 작가의 작품들도 있다.또한 소설 아리랑 집필을 위해 만주 기행도 있어 정독해 봄직 하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위인들 누구 하나 잊을 수..

김제 아리랑 문학마을_20190125

김제 지인집을 나서자 기분 좋은 햇살이 눈부시게 퍼붓는다.어느 국밥 집에 들러 늦은 아침 겸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텀블러에 커피 한 잔을 담아 지도를 보며 미리 계획했던 아리랑 문학마을로 향하는데 우리 나라 최대 곡창지대라고 배웠던 평야를 바라 보자 실감이 날 만큼 끝도 없이 펼쳐진 김제 평야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다독인다.처음에 문학마을이라는 텍스트만 봤을 때 마치 아리랑류의 고전 문학 박물관 같은 느낌이 강했으나 막상 도착하여 찬찬히 둘러 보자 일제 침략기의 치욕적인 역사가 문학에 베어 있는 사실들을 중심으로 집대성 시켜 놓았다.침략과 그에 대한 저항이 작은 마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고, 작품과 작가의 연대도 놓치지 않았다. 일제 침략기 당시 재현된 건물들이 초입에 들어서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오래된 정겨움, 여수_20190116

여수란 도시는 제법 넓다.왜 그런고 하니 파편화 때문인데 과거 여천과 합쳐져 사이즈는 꽤 큰데 적재적소에 위치한 산이 도시를 파편화 시키면서 이동시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편하면서 헤메는 수고로움을 덜어 낼 수 있다.게장 동네에서 조금 늦었지만 점심을 해결하고, 처음으로 버스를 이용해 다음 목적지로 잡은 해양공원과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동해 보기로 했다.곧장 한 번에 가는 차편이 없어 서시장에서 내려 반대편으로 건너가 환승을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시장에 내려 북적대는 도로와 사람들 사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큰 봇짐을 지어 매고 같은 버스를 타는 어르신 물품을 대신 들고 차에 오르는데 빈 소쿠리 더미라 양에 비해 무게는 홀가분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목적지인 해양공원, 특히 밤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