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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을 떨치니 신록이다.

주말마다 습관적으로 동네를 방황하다 어느 순간 이 모든게 귀찮아져 바쁘고 피곤하단 자기 합리화에 많이도 농땡이 부렸었다. 봄이 오는 소식을 듣노라고 카메라만 메고 다니던게 벌써 몇 개월 흘렀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기 보단 멍하니 보내버린 시간이 참 많다란 표현이 맞겠다.그러던 내가 집안 대청소 중에 어느 순간 등골에서 흐르는 땀을 느끼곤 `옴마~ 벌써 여름이랑가?' 싶어 봄과 얼마나 다른 신록일까 급 땡기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밖으로 고고씽! 가는 길에 만난 참새 가족은 첨단 주택 공법으로 만들어진 집에 둥지를 틀었다.여름이 오니 먹잇감이 넘쳐나 서둘러 포식을 하려는지 연신 들락날락거리며 무언가 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산천에 철새들이 모여 지내는 너른 곳에 물이끼며 늘상 맨..

일출, 일몰 그리고 월광

일출이나 일몰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반!드!시 구름이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다른 날이긴 하지만 근래 찍은 일출과 일몰을 같이 올려 볼까? 12일 아침에 구름을 비집고 나오는 일출의 이글거림은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심지어 부시시한 졸음을 떨칠 기세다. 일몰은 비장함보단 장엄한 여유가 느껴진다.철새가 날아가는 일몰의 광경은 그 여유를 배가 시켜 주고 기대감까지 부풀리는 마력이 있다. 그러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린다. 달빛이 유별나게 밝은 야경은 잠시 시간이 멈춰 정체된 빛이 일시에 흩어져 버린다.

간결한 일출

근래 들어 부쩍 티워니로 일출 찍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는 건...그만큼 싸돌아 다니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세상만사가 귀찮아 방 안에서 셔터질만 해 댄 거 아닌가 싶다.그래도 자고 일어나서 부시시한 상태로 보는 일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거~ 일출을 좀 더 주밍해 보면 흑점까지 보이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사진이란 게 순간의 기록이면서도 많은 세상이 담긴, 그 만의 매력이라면 매력포인트겠다.대기 중의 옅은 연무로 인해 이글거리는 태양이 아닌 간결한 태양이라...어릴적 아크릴판으로 보던 개기일식이 생각 난다.

사진과 함께 하는 일상들

시간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는 날이면 틈틈히 카메라를 메고 산책을 한다. 근래 들어 나처럼 중급기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예전에 비아냥대던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서 자동 모드로 사용한다는 말들도 많이 해소된 느낌이며-사실 내가 이랬으니- 막연하게 찍는 모습보단 신중한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는 광경도 종종 접하게 된다.나 또한 여행의 기록이 중요했을 뿐 사진에 대한 신중함은 없었는데 작년 지인 중에서 전공했던 분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그리고 그 지인의 지인으로 인해 사진은 한 장면일 뿐이지만 그 장면에 들어간 넓은 세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고 단정 짓기 힘들며 그 끝도 정의 내릴 수 없는 매력이 있단 걸 안 이후 사진은 내 단조로운 일상의 파문과도 같았다.때론 한 장면에 매료된..

남산의 식구, 백범광장

잽싸게 투표를 하고 찾아간 남산 백범광장은 근무 시간에 가끔 바라보기만 할 뿐 언젠가 한 번 찾아가고픈 위시리스트는 아니었다.게다가 난 자연의 풍경을 찍거나 감상하기 좋아하지 인공적이거나 콘크리트색상이 가득한 건 노력을 들이기 아까워했었다.서울이 텅 빈 것만 같은 선거일의 나른한 오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매끈한 성곽을 바라 보던 중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럼 함 올라가 볼까나'하며 발걸음을 돌려 쉬엄쉬엄 걸어가 보니께로... 먼데서 누군가 자기 얼굴과 색깔이 슷비슷비한 무언가로 째려 보자 악동 까치군도 `무어야?'하는 눈빛으로 째려 보고 있다.그래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 걸 아는지 쨉싸게 도망가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너른 들판 너머에 당당한 김구선생님의 인자한 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