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습관적으로 동네를 방황하다 어느 순간 이 모든게 귀찮아져 바쁘고 피곤하단 자기 합리화에 많이도 농땡이 부렸었다.
봄이 오는 소식을 듣노라고 카메라만 메고 다니던게 벌써 몇 개월 흘렀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기 보단 멍하니 보내버린 시간이 참 많다란 표현이 맞겠다.
그러던 내가 집안 대청소 중에 어느 순간 등골에서 흐르는 땀을 느끼곤 `옴마~ 벌써 여름이랑가?' 싶어 봄과 얼마나 다른 신록일까 급 땡기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해가 서서히 기울 무렵 밖으로 고고씽!
가는 길에 만난 참새 가족은 첨단 주택 공법으로 만들어진 집에 둥지를 틀었다.
여름이 오니 먹잇감이 넘쳐나 서둘러 포식을 하려는지 연신 들락날락거리며 무언가 일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산천에 철새들이 모여 지내는 너른 곳에 물이끼며 늘상 맨살을 드러낼 것만 같았던 자갈과 모래밭에도 녹색의 신록이 뒤덮혀 있다.
오산천을 따라 가다 인공개울로 방향을 잡으니 첫 번째 맞이하는 이가 지천에 널린 이 이름 모를 꽃이다.
요맘 때면 항상 잊지 않고 찾아와 이곳의 터줏대감인 양 빼곡히 터전을 잡았는데 그 규모가 어찌나 으리으리한지..설사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을 잡기 위해 넘쳐 나는 향기로 뒷덜미를 매혹시킨다.
꽃 향기의 아우성이 있다면 이 작태가 아닐까?
강렬한 햇빛이 부담스러운지 찾는 발길은 많이 뜸해졌다.
인공하천을 신록이 포위하는 형국 같지만 그 위로 그어진 나무 다리를 걷노라면 바람을 머금은 신록이 거대한 물결의 일렁임을 일으켜 국악의 흥겨운 장단에 한바탕 덩실대는 어울림임을 금새 눈치 챌 것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오는 길목에 하늘로 한껏 뻗어나는 신록의 위세는 자유분방함 속에서도 절도를 잃지 않는다.
자연의 오싹한 역습과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세상 만물의 활기를 같이 느끼고자 내게 뻗는 손짓이었으니 그리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적절한 흥겨움에 어찌 등만 돌릴 수 있겠는가!
인공 실개천에 비록 흐르는 물은 말랐지만 온 세상에 비를 퍼붓는 장마를 거치면 여기도 흐르는 물소리를 연주할 수 있을 것이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대규모 제초를 감행한 흔적이 온통 눅눅한 풀내음으로 남아 있다.
살아 남은 신록과 그렇지 못한 신록의 운명이 교차하는 것일까?
허나 쓰러졌다가도 다시 보란 듯 일어날 신록을 보면 강함에 꺾이지 않는 부드러움의 진수를 아주 천천히 가르쳐 주는 인내의 스승과도 같다.
풀내음 그득한 이곳도 다시 그 이상의 신록이 부활할거란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동탄2신도시 택지 개발로 인해 공원 곳곳이 산산조각 나 버렸기에 그 모습은 최대한 담지 않으려 했다.
황페해진 이 넓은 벌판이 조만간 찾아올 장마철에 얼마나 끔찍한 형상으로 돌변하여 원망의 제스쳐를 취할런지.
황폐해진 그 모습에 할 수 있는 거라곤 동정 뿐인게 안타깝다.
허나 이런 평화로운 자태도 잃지 않으려는 당당함이 바로 신록의 가장 진면목이겠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쳐도 이 신록들은 잠시 고개를 숙일 뿐 자포자기하거나 비굴해지지 않으니까.
노작공원에 찾아온 휴일은 대개 이런 모습이다.
언제부턴가 이곳을 밟게 되면 같은 자리에서 이 사진을 찍는 습관이 생겼다.
그게 벌써 수 년 전이니 이 공원의 관록도 점점 불어 난다.
가던 길에서 잠시 벗어나 한숨을 고르는 커피빈의 테라스.
이번에 업어 온 카메라백이 색깔도 그 생김새도 참 마음에 든다.
앉은 자리의 건너편엔 항상 노작 홍사용 문학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인가 보다.
3시간 넘는 동안 해도 서산으로 기울고 휴일의 활기도 점점 사그라 드는데 모든게 퇴색되는 것만은 아닌지 한쪽 하늘이 파란 하늘색을 잠시 밀어 놓고 따스했던 이번 휴일을 조각하려 한다.
해가 서산을 너머 지상에서 자취를 감춘 후 한동안 그들이 잠시 새겨 놓은 휴일의 따스함도 서서히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각각의 집안으로 스며 들어가 다소곳히 안방의 공기를 뽀송하게 다려 놓는다.
자그마한 구름띠의 결을 밝히며 이제 신록의 계절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라고, 그래서 세상의 활기를 즐기고 감상하라고 부축해주는 자연의 한 단상이 바로 휴일, 오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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