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남산의 식구, 백범광장

사려울 2014. 6. 8. 17:02

잽싸게 투표를 하고 찾아간 남산 백범광장은 근무 시간에 가끔 바라보기만 할 뿐 언젠가 한 번 찾아가고픈 위시리스트는 아니었다.

게다가 난 자연의 풍경을 찍거나 감상하기 좋아하지 인공적이거나 콘크리트색상이 가득한 건 노력을 들이기 아까워했었다.

서울이 텅 빈 것만 같은 선거일의 나른한 오후,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카메라를 메고 매끈한 성곽을 바라 보던 중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럼 함 올라가 볼까나'하며 발걸음을 돌려 쉬엄쉬엄 걸어가 보니께로...



먼데서 누군가 자기 얼굴과 색깔이 슷비슷비한 무언가로 째려 보자 악동 까치군도 `무어야?'하는 눈빛으로 째려 보고 있다.

그래도 자기를 해치려 하지 않는 걸 아는지 쨉싸게 도망가지 않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쭉 올라가면 너른 들판 너머에 당당한 김구선생님의 인자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산타워의 자태에 가려진 전망대 내부는 꽤 많은 사람들이 창 너머 서울 구경 중이시다.



김구선생상이 넓직한 광장 한 켠에 자리 잡은채 지나는 이들을 살펴 보고 계신다.

그 날의 흐린 하늘과 달리 대기는 무척이나 맑은 편이라 산책하기 안성맞춤이고 덕분에 비교적 많은 시민들이 들러 두루두루 둘러 보더라.



남산타워 위로 두터운 구름이 끼어 있는 덕분에 강렬한 햇살을 피해 느긋한 산책이 가능하시다.

타워는 오랫 동안 서울을 한눈에 들여다 보며 말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야를 돌려 빌딩 사이로 서울역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 채 쳐다보고 있다.



성곽을 따라 뻗은 둘레길에 한 쌍의 연인이 다정한 뒷태를 보인다.



가거라 삼각산아, 다시 봅세 한강수야~

갑자기 생각 난, 유일하게 아는 싯구절이라 주절주절해 봤지만 그 날만큼은 산자락의 경관이 빼어나다.



사실 한 쌍의 연인이 거닐 때 마침 이 사람들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래 세상을 한 동안 구경했었고 그 충분한 시간이 지나 삼삼오오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끊임 없이 줄지어 내려 가게 되었다.

성곽의 빛깔을 보면 근래 들어 재건된 흔적이 강하다.



남산케이블카도 쉼 없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데 케이블카 내부엔 사람들이 빼곡하다.

가만 보고 있으려니 무서버~



시간의 때와 흔적이 거의 없는 성곽의 돌을 보며 근래 들어 재건된, 아주 젊은 나이의 구조물이구나 싶더라.

그리 이채롭거나 숙연하지 않는 매끈한 광장을 잠시 둘러 보며 내가 생활하는 주위 삶의 흔적들을 잠시 읽어 봤다.

그 날은 그저 결결히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의 행렬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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