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235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두나_20170410

숙소로 잡아 놓은 휴양림 통나무집으로 돌아와 오마니께서 손주를 데리고 저녁을 준비하는 사이 난 10년 만에 찾은 계명산 휴양림 숲길을 걸으며 해가 지기 전 잽싸게 사진 몇 컷을 찍기로 했다.할머니께 터지기 시작한 말 문에 굳이 찬물 끼얹을 필요도 없고 가끔 가는 여행에 대한 피로도가 일찍 쌓여서 두 분을 두고 혼자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가을 하늘 만큼 높고 청명하던 충주의 하늘은 마치 호수를 마주 보고 펼쳐 놓은 바다인 양 깊고 드넓었다.안타까움이라면 해가 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서둘러 계명산 숲길로 발걸음을 재촉하여 떨어진 콩고물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 거리며 비탈진 산으로 향했다.계명산 휴양림 숲길은 10여년 만에 왔건만 통나무집은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산책로는 완전 달라졌다.(..

봄의 절정에서 호수를 품다, 하나_20170410

입대를 앞둔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2년 동안 세속을 떠나 있는데 아이폰이나 플스를 가져봐야 개밥에 도토리고 그렇다고 생까기엔 삼촌으로써의 밑천이 다 드러나 가슴에 양아치 추억만 남길 거 같았다.근데 유형의 상품만이 선물은 아니잖나?특별한 선물이라면 추억도 괜춘한 방법인데다 가끔 내가 가는 여행에 이 녀석도 싫은 내색 없이 따라 나서는 경우도 있고 가고는 싶으나 또래가 없어 혼자 뻘쭘함을 감당하기 거시기해서 망설이다 포기했던 경우도 있었다.그래!때마침 철 좋은 봄날 세상 구경 같이 하자 싶어 오마니 뫼시고 바다처럼 탁 트인 느낌과 강원도 산간 오지 느낌도 낭창하게 누릴 수 있는, 충주호가 발치에 내려다 보이면서 가파른 첩첩 산들이 모여 있는 충주 계명산 휴양림으로 결정했어. 출발 ..

쑥 뜯으러 가세_20170402

괜한 객기를 부렸나? 쑥국의 향그로운 여운과 비교적 깨끗하게 많이 나는 곳을 이야기 했다가 꼼짝 없이 끌려 가게 되었다.먹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인데 길도 안내해야 되고 덩달아 쑥까지 뜯어야 되다니!평소 자전거 타고 오산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틈틈히 봐 왔던 장지천변에 인적을 피해 자라던 쑥이 워낙 탐스러워 추천했던 건데 같이 가잖다.오마니, 누님 식구와 같이 동탄 산단지구를 관통하는 장지천으로 갔다, 아니 끌려 갔다.(일상_20170325) 장지천 저류지 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건 바로 만발한 산수유꽃과 몸 보신 하느라 여념이 없는 파리다.자전거를 타고 오산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근래 들어 여기에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조용하면서도 주위에 봄의 징표들이 널려 있어 잠깐이지만 충분한..

일상_20170329

봄이 들어차기 시작한 울집 베란다 정원.(일상_20170318)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양각색의 꽃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는데다 그들이 발산하는 향기 또한 여러 종류가 모여 몽롱한 비밀의 정원인 양 세상 하나 뿐인 공간으로 바꿔 놓는다. 첫 타자는 먹는 꽃, 이름은 몰라~나물 무침이나 비빔밥에 몇 개 따 넣어서 먹으면 시각적인 비쥬얼이 끝내줘 얼릉 뱃속으로 감출 수 밖에 없다.향은 그리 강하지 않은데 역시나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공식에 충실해 진다. 요건 한 가지에서 물량 공세하는 꽃인데 쬐깐한 꽃들이 협심하여 파티에서 주인공이길 갈망하는 막내 아이 같다.하나의 꽃망울은 크게 펼쳐지거나 화사하지 않고 광택이 없는 붉은 색인데 이 특징 없는 꽃들이 여러개 모여 금새 눈에 띄인다. 요건 바로 위 꽃과는 ..

일상_20170318

베란다 정원에 봄이 열렸다. 먼 곳에서 찾으려 했던 봄이 내가 잠자던 가장 가까운 곳에 이미 있었음을 알고 졸음으로 부시시한 눈을 뜨곤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다른 가족들이 하나씩 가져다 준 화초들을 넘나도 잘 키우신 울 오마니.때가 되면 여지 없이 꽃을 피울 뿐만 아니라 더 활짝, 더 많은 꽃 봉오리를 틔운다. 요건 먹는 꽃이라는데 실제 맛은?향긋함이 진동하는게 아니라 뭔가 살짝 신선한 맛이 가미된 정도?그래도 다양한 색깔들을 뱃속에 넣는 게 어디여~ 선인장 같은 것도 있어 마치 자신의 모두가 꽃처럼 보인다. 며칠 사이 소나무는 이렇게나 많이 자랐다.(일상_20170219)2월26일 소나무 사진은 빠뜨렸고 어차피 2월19일과 별반 차이 없으므로 패스봄 기운을 먹어서 무럭무럭 자라는 가족들을 보고 있노라..

일상_20170219

바야흐로 봄이 오려는 것일까? 얼핏 들여다 보면 대지 곳곳은 여전히 겨울이 웅크리고 앉아 자리를 양보할 내색조차 없는데 엉뚱하게도 집 안 베란다 정원에서 그 봄의 소식을 귀띔 받게 된다. 솔영이와 솔양이는 윗단이 부쩍(?) 자라 이제 어엿한 소나무의 원형을 갖춰 나간다.(일상_20161120, 일상_20161030, 내 동생, 솔영이와 솔양이_20160915)작년의 파릇한 녹색을 벗어 던지고 짙고 채도가 떨어지는 녹색이긴 하지만 키는 확연히 컸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여타 화초들도 베란다 창의 온실 효과로 인해 힘 없던 줄기에 잔챙이 근육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가지에 새순이 돋아 나려 한다.마침 구름에 하늘이 뒤덮여 흐리지만 어둡거나 찌뿌린 날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한다. 오산천을 따라 오산..

일상_20170122

혼자 부시시하게 일어나 눈 내린 휴일 아침, 맑은 햇살이 창 넘어 취한 잠을 깨웠다. 조금 내린 눈에도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베란다 창을 열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일 여유를 누리며 눈이라는 장난감을 맘껏 즐기고 계신다.채 온전치 않은 졸음을 애써 떨치고 대충 끼니를 챙긴 후 커피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새 반석산으로 돌려진 발걸음을 굳이 돌릴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발길이 닿는대로 맡겼다. 이런이런... 정원 초과 하셨구먼.노작마을 노인공원 초입에 도착하자 정원 초과한 썰매가 전복해 버린다.사고와 동시에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에 시선이 갈 수 밖에... 둘레길에 들어서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길에 빛 바랜 낙엽 하나가 꽂혀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벌써 눈이..

작은 동그라미의 꿈, 뱅앤올룹슨 A1

2016년 5월 말에 선택한 베오플레이 A1은 넘사벽 가격과 드자인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B&O, 일명 뱅앤올룹슨의 엔트리-라고는 하지만 가격은 첫 출시 때 한화 40만원에 육박했다-에 해당되는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로 소리도 정평이 나 있던 친구였다.당시 비슷한 용도로 보스 사운드링크 미니와 하만카돈 에스콰이어 미니, UE Boom을 사용 중이라 구입 전 고민이 많았었는데 굳이 이 친구를 선택한 건 휴대성과 출력을 어느 정도 충족했기에 가능했다. 풍채 늠름한 A1은 요따구로 가죽 스트랩이 있어 걸면 걸린다(많이 들어 본 문구?)광고나 블로거들의 포스트를 보면 카라비너로 가방에 걸어서 다니는 사진을 많이 봤는데 실제 그렇게 했다가 줏대 없이 덜렁이면서 요리조리 돌아가 들리는 소리가 균일하지 않았고 은근 음..

반갑다, 첫 눈_20161126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첫 눈?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

일상_20161120

가을에 맞이하는 휴일, 특히나 날은 엄청시리 화사하다. 부시시하게 일어나 가벼운 차림으로 룰루랄라 신나게 가는 심부름 ㅠ 사람 마음 약해지게 가을이 깊어질 수록 붉은 단풍 빛깔은 더 요염하기만 하다.이러니 놓아주고 싶어도 집착만 생기잖아.겨울 준비로 가지에 붙어 있던 잎사귀를 바닥에 자욱히 떨어 뜨려 놓았건만 그 모습이 한층 더 가을답기까지 하구먼. 집 베란다 정원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는 요 쬐깐한 소나무(내 동생, 솔영이와 솔양이_20160915)도 가을 옷을 입은 모습이 마치 아가들이 조막만한 때때 옷을 입은 것 같아 더 귀엽다.화분 한 귀퉁이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소나무를 보며 처음엔 제대로 싹을 틔울까 싶었는데 경이로운 생명은 싶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 가끔 눈 요깃거리가 되어 버렸다.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