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반갑다, 첫 눈_20161126

사려울 2017. 5. 12. 09:19

일상 시계와 인생의 시계는 영원히 만나지 않고 평행선을 그리며 가끔 좁아지거나 멀어질 뿐이다.

아마도 그 시계가 겹쳐지면 인생의 허무함에 사로잡혀 지나치게 센치해지는 본능으로 인해 일상을 등안시 하기 때문에 조물주가 두 시계를 각기 다른 주머니에 두게 하여 혼란스럽지 않게 하기 위함이겠지?

가을에 대한 감상에 젖어 있는 동안 어느새 겨울 예고를 귀띔하듯 쌓이기도 전에 보란 듯이 증발해 버리는 눈발을 뿌리며 단잠을 깨우곤 퍼뜩 정신을 차리게 된다.

첫 눈?

첫 번째가 가진 설렘은 첫 눈처럼 짧고 아쉬워 오래 동안 가슴에 두란 건가?

그 첫 눈이 고맙게도 휴일에 여유와 함께 동행하란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올리는 사진인데 어디서 찍은 거지?

나름 매뉴얼 포커싱의 진가가 발휘되는, 허공에 하염 없이 날리는 눈발이 첫 눈치곤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만큼 제법 많다.

동영상도 있던데 손떨방이 그대로 표현된 영상이라 패쑤!

이하 사진들은 아이폰으로만 담은 사진들인데 알흠다운 보케 보소.



첫 눈은 그리 춥지 않은 날로 인해 세상의 사물에 닿자 마자 바로 녹아 방울로 맺혀 버렸다.



아직은 가을 잔해, 특히나 단풍이 한창 곱게 피어 있는데 첫 눈이라니!

눈이 이른 건지 아니면 단풍이 늑장을 부리는 건지...

묘한 대조가 마치 가을의 정겨움과 겨울의 냉혹함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들이 대기의 빛을 굴절시켜 반짝이며 시선을 잡아 끄는 통에 걷는 속도가 더디다.

그래도 금새 사라지는 이 흔적들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인적이 뜸한 노작마을 노인공원엔 그나마 내린 눈이 쌓여 늘 고독에 허덕이는 공원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날카로운 낙엽 끝에도 이렇게 물방울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여기서 부터 시작하는 둘레길 산행(?)은 마치 마법에 걸려 나도 모르게 산길로 걸어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에 통제할 수 없는 발걸음이 시작되는 첫 걸음이었다.



첫 걸음을 설레게 하는 이 첫 눈의 흔적과 나처럼 기묘한 마법에 걸려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뭇가지처럼 지표에 넙쭉 달라 붙어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는 잡초와 떨어진 가을 흔적 위에도 첫 눈은 물방울이 되어 남아 마지막 영롱한 불꽃을 퍼뜨리고 있다.



둘레길을 걸어서 도착한 오산천 전망 데크에 도착, 가방 속에 잠자고 있던 음악을 끄집어 내어 갑갑했던 마음을 풀어줌과 동시에 여기서 부터 같이 동행하기로 한다.

해 질 무렵이라 점점 어둑해지려 하자 반석산 둘레길에도 사람들이 떠나가 버려 시종일관 만나는 사람이 없을 만큼 한적해서 내 세상이라 착각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구석진 곳은 가을을 지낸 낙엽들이 자욱하게 쌓여 서로 조잘거리며 아둥바둥 떠들어 대는 것 같다.



연리목 쉼터까지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내달았던 만큼 여전히 지나쳤던 사람이 없었고 이 쉼터에서 조차 남아 있던 흔적이 없었다.

하긴 이렇게 물기로 반질한 평상에 앉았다간 엉덩이에 직방으로 낙인이 찍히겠지.



낙엽무늬 전망데크에 도착, 뻥 뚫리는 듯한 가슴에 주체할 수 없는 방정을 억누르고 잠시 한숨도 돌릴 겸 음악과 커피를 마셔 본다.

집에서 봤던 눈발에 비해 많이 잠잠해진 상태라 아쉽긴 한데 첫 눈을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는 것도 내겐 행운이나 다름 없음이여.

벽과 창을 사이에 두고 갑갑한 공간에서 첫 눈을 본다면 이런 감흥은 없었을테고 같은 눈임에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도 차라리 이해할 수 없었겠지?



전망 데크의 초입을 벗어나면 여전히 첫 눈의 흔적들이 모여 조잘거리며 여기까지 오느라 땀에 젖은 사람들을 응원해 준다.



겨울의 짧은 해 답게 금새 낮 동안의 빛은 꺼져 버리고 둘레길을 따라 놓여진 등불이 밝혀졌다.

불빛을 반사시키는 눈 녹은 물기들은 비와 달리 과하게 젖어 있지 않으면서 훨씬 경쾌해 보인다.



땅에서 뻗어 나온 빈약한 가지에 꼴랑? 나뭇잎 하나가 버티고 있는데 거기를 의지한 눈 녹은 물이 고독과 얼마 남지 않은 운명을 나약해지지 않게 응원하고 토닥여 준다.



종종 들러 앉아 커피를 마시며 사색에 잠기는 아담한 쉼터.



반석산에서 센트럴파크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 서서 빛이 꺼져 가는 동탄의 모습을 바라 보던 중 가지에 초롱히 밝혀진 물방울의 영롱함에 잠시 가던 걸음을 멈췄다.

세상에 뿌려졌던 빛이 저녁의 시간에 밀려 이 작은 보석 안으로 모여 들었나 보다.



복합문화센터의 잠자던 불빛은 저녁이 되자 하나둘 총총히 밝혀지며 열공에 시간을 잊은 아이들을 응원해 주러 간결한 이채로움을 뿜어 댄다.

또한 다가올 겨울의 첫 눈이 이식시켜 준 설렘을 좀 더 증폭시키기 위해 강렬한 컬러까지 포장시켜 주는 그 노력이 참으로 감사한 휴일을 살포시 접어 간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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