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쑥 뜯으러 가세_20170402

사려울 2017. 7. 9. 02:02

괜한 객기를 부렸나?

쑥국의 향그로운 여운과 비교적 깨끗하게 많이 나는 곳을 이야기 했다가 꼼짝 없이 끌려 가게 되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것 뿐인데 길도 안내해야 되고 덩달아 쑥까지 뜯어야 되다니!

평소 자전거 타고 오산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틈틈히 봐 왔던 장지천변에 인적을 피해 자라던 쑥이 워낙 탐스러워 추천했던 건데 같이 가잖다.

오마니, 누님 식구와 같이 동탄 산단지구를 관통하는 장지천으로 갔다, 아니 끌려 갔다.

(일상_20170325)



장지천 저류지 공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건 바로 만발한 산수유꽃과 몸 보신 하느라 여념이 없는 파리다.

자전거를 타고 오산까지 갔다가 오는 길에 근래 들어 여기에서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조용하면서도 주위에 봄의 징표들이 널려 있어 잠깐이지만 충분한 휴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완전히 만개해서 이렇게 화사히 유혹하는데 아니 넘어갈 거시기가 어디 있다냐?

산수유꽃이 만개했다는 건 이제 벚꽃을 비롯하여 진달래와 개나리 등 다른 봄꽃들도 소식을 삐즘히 전하려 기지개를 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쑥 뜯는데 몰입 중이신 울 가족들.

사진이 별로 없는 건 나 또한 심혈을 기울여 쑥을 뜯었기 때문인데 이번 만큼은 울 오마니 세대 분들께 경의를 표해야 된다.

한참 뜯은 거 같은데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고 쑥 또한 별로 없고 허리만 뽀개질 듯 저리다.

이런 걸 오마니 분들은 가족들을 위해 지천에서 캐셨으니까 월매나 인고와 희생에 순응 하셨겠나.



한껏 쑥을 캔 후 함께 저녁을 하는 사이 해는 서산 넘어 가버렸고 뒤늦게 눈에 들어온 벚꽃이 불을 밝혀 놓은 듯 어둑한 허공에 봄바람을 타고 살랑이며 화사한 손짓을 한다.

일상의 찌든 때가 아무리 두텁게 포위해서 쌓일지라도 봄의 바람과 소식에 오뉴월 눈 녹듯 녹아 내리는 짜릿함은 늘 짜릿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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