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438

일상_20180606

현충일 저녁, 연 이틀 동안 마신 술과 이른 더위로 기진맥진이다.가족들은 여행 중으로 마지 못해 회사에서 먹는 가장 집 입맛과 유사한 국수로 저녁 해장을 했는데 주구장창 이 국수를 찾는 거 보면 꽤나 내 입맛에 맞나 보다. 다른 자극적인 토핑이 전혀 없는 국수라 단번에 끄는 맛은 아닌데 전날 먹은 평양 랭면처럼 오묘한 맛의 매력을 알아 차려 버린 거다.이거 그리 적은 양이 아닌데도 술술 잘 넘어간다.게다가 이틀 동안 뭔가 홀린 사람처럼 넋을 어따 떼놓고 다니는지.사람이 때론 가장 사람을 힘들게 한다.그래, 잊어여 할 때 잊자.

얼마 만인지 모를 서점 나들이_20180605

몇 년만의 서점 행차 신지 기억에도 까마득하다.전날 인천에서 술 한 잔에 밤을 꼴딱 세우고 부시시 출근하며 광화문 교보 문고에 들렀다.하필 광화문, 그것도 교보 문고에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우 중에 한 명이 시집을 냈단다. 두려우면 하지 말고, 하면 두려워 마라.몽골의 격언이라는데 그럼에도 거부감이 전혀 없는 건 인간의 모든 주저함은 두려움의 근원이기 때문이고, 그걸 정확하게 꼬집어 놓은 문구이기 때문이다. 몇 군데 전화를 해서 검색해 본 결과 대형 서점에서 구매가 가능하단 걸 알았기 때문이었고, 생각난 김에 서점에 들러 바로 구매를 해 버렸다. 회사원이며 주짓수 선수에다 시집까지 낸 실력자이자 도전에 지극히도 무뎌져 신중하게 판단하고 마음 먹었다면 과감하게 파고 드는 똑 부러지는 인간적인 사람이..

분주한 무당벌레_20180530

학업으로 영진전문대학에서 강의 이틀째 되던 날, 각종 피곤과 심란한 머릿속 잡념으로 사진은 전혀 남겨 두지 않고 있던 때, 앉아 있던 벤치에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든다. 어차피 친숙한 녀석이라 가만히 뒀는데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수차례 반복하다 한참 있다 날아가 버린다.이왕이면 사진 찍을 때 좀 가만히 있기나 하지.개인적인 심란한 일들과 날이 더워지면서 몸도 마음도 지치던 시기라 사진이고 뭐고 마냥 귀찮다.그나마 생활에 작은 파문과도 같이 무당벌레를 보며 잠시나마 뜬금 없는 활력을 찾았다.

만의사 가는 날_20180527

지나친 석가탄신일이 못내 아쉬웠는지 오마니 명령(?)으로 만의사로 향했다.이미 석가탄신일이 지나고 휴일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터라 절은 마냥 고요하고 적막했다. 이거 꽃이 아닌데 꽃만큼 이쁘다. 만의사 초입에 차를 세워 놓으면 가장 먼저 작은 연못과 배가 볼록한 석상이 활짝 웃으며 객을 맞이한다. 절은 제법 규모가 큰 데 중간중간 이런 기와장과 조형물들이 많다. 아이폰 인물 모드로 벽화의 인물도 인식하는게 마냥 신기하지만 앞서 세종대왕 동상과 달리 주변 배경을 완전 날리지 못한다.차이가 없는 원근감 때문인가봐.그래도 얼굴 일대는 환하고, 나머지 주변은 약간 어둡게 나오는 걸 보면 그나마 신기하다. 들국화가 빼곡히 무리지어 있는 곳. 가장 높이 있는 대웅전(?)에 오르자 이런 큼지막하고 화사한 꽃이 눈에 ..

일상_20180527

주말 저녁에 불타는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아침에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흐린 하늘 아래 마지막 남은 봄의 정취를 목격한다. 고층빌딩이 한 무리를 이루고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 같다.월매나 하늘이 무거웠으면 그렇게 보였을까? 메타폴리스 광장에 임시 꽃밭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을 유혹하자 어느 누구 하나 없이 그 유혹에 빠져 지나던 길에 다리가 붙잡힌다.때 마침 부는 살랑이는 바람에서 미비하지만 여름 내음도 섞여 있다.

산진 라디오_20180524

티볼리 라디오 이후 아날로그 라디오가 점점 확산되기 시작해서 가끔 카페나 인테리어 관련 업체를 방문하게 되면 허전한 공간을 훌륭히 커버 하는 용도로도 라디오가 전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아날로그 라디오는 정확한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 대충 언저리만 접근해도 잉잉대는 방송이 송출된다.물론 잡음과 함께.디지털 라디오도 어차피 혼선 난청 지역이나 주파수 혜택을 못 받는 지역, 심저어 안테나 방향이나 길이에 따라서도 잡음을 피해 가기 힘든다.그래서 라디오를 들을 땐 그걸 감안하기 때문에 도리어 잡음 없는 맑은 소리가 라디오 답지 않게 어색하다.때문에 스마트폰 어플로 라디오를 들을 때면 지나치게 매끈한 소리로 인해 얼마 가지 않아 금새 꺼버리고, 차라리 아이폰 음악 어플을 이용하게 된다.정확한 주파수와 부근 ..

일상_20180523

사우의 초대로 한 집을 습격(?)했던 날, 초대의 이유는 집들이 겸 아이를 보기 위함이었다. 걷기 위해 조금씩 무모한 시도를 하던 애기가 드뎌 아무런 의지 없이, 비록 찰나긴 하지만 일어섰다.우리가 가서 같이 떠들고 대화도 나눠서 아무래도 기분이 잔뜩 고무 되었는지 흥겨워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기세를 몰아 본능적인 용기가 발휘 되었나 보다. 그러다 우리 함성에 조금은 쑥스러웠는지 엄마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다.가까운 미래에 주역이 될 아이인 만큼 쑥쑥 건강하고 밝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