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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실습_20180706

5일 중 마지막 날, 금요일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서 가던 중 이렇게 시야가 확 트인 맑은 대기와 다르게 하루 종일 찌는 더위의 위세가 막강하다. 그렇더라도 마지막의 숙연함.사람들과 친해지려는 시기에 이내 작별을 고한다는 건 단순한 사람의 감정 문제이긴 하지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쉬움으로 가슴 아리다.그래서 집을 나서 가던 길이 가볍고 경쾌했나 보다.

영동_20180705

오후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영동행.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푸짐한 점심을 때우고, 대전으로 가는 길이다. 여느 시골 노인처럼 순박하고 착한 어르신.마을에 여러 가족, 친지들이 모여 오손도손 살아가던 중 건강종합검진을 받다 충남대병원에서 더 큰 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췌장을 정밀 검진 받아 보라는 권유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고 췌장암 말기에 이르렀음을 아셨단다.모든 검진이 끝나고 충남대병원으로 다시 하행 하셔야 되는데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 지금 입원하시면 더 이상 내 집과 마을 친지들을 뵙지 못하실 거 같아 입원 전에 집에 가서 모든 가족들과 점심 식사 함께 나누고 가자고 하신다.이웃 사촌과도 같은 가족, 친지들은 미리 시간을 내고 삼삼오오 영동의 자택으로 오셨고, 먼저 이야기를 맞춘..

이 시절의 마지막 캠퍼스_20180626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순간은 늘 시작과 다른 두려움과 아쉬움을 남긴다.일상의 타성에 젖어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 그냥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는 습성으로 하루늘 넋 놓고 기다리다 괜한 미련이 자극되어 캠퍼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 머리가 느슨해 진 틈을 타고 쏜살같이 줄달음치곤 어느새 장마전선을 끌고 와서 감당할 수 없이 잔혹한 시련의 씨앗을 퍼트리고 달아나 버렸다.한 걸음 더듬고 소화 시키기도 전에 한달음 성큼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까마득한 꼬리의 자취만 아득히 보인다.캠퍼스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위태롭던 초봄에 학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한 내 기억의 창고 안에 머무르는 비는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린 꽃 만..

자귀나무_20180624

치열했던 일상에서 희미하게 찍는 쉼표처럼 일요일은 그렇게 부지불식간에 흘러 갔다.그렇다고 집에 멍하니 있으면서 휴일을 그냥 보낼소냐 잠깐 산책 중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주위의 화사함에 시선이 묶이며 그런 여유를 인지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초여름 따갑고 쨍한 햇살의 예봉이 꺾이길 기다렸다 자연으로 나오자 세상이 이렇게도 달라 보인다.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는 맑은 하늘을 머리에 올려 놓고 걷는 이 시간들이 활짝 열어젖힌 꽃망울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공중부양한 채 떠다니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지 않고 구름처럼 흘러 다닌 휴일 시간이 반갑고 아득하기만 하다.근래 알게 된 자귀나무의 부채살 같은 도도함이 겹겹이 모이면 우아하게 바뀐다.

언젠가 끝나는 시간들_20180620

학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대구역 광장 위에 펼쳐진 거대한 규모의 노을이 아름답다. 첫 강의 참석 때 동대구역 하늘의 석양과 비교해 보면 어차피 같은 하늘에 같은 석양으로 구름이 타오르겠지만,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하늘이 알고 더욱 붉게 타들어간다. 겨울색 짙던 캠퍼스의 앙상한 나무들은 어느새 녹색 울창한 신록을 만개시켜 빼곡한 숲을 만들고, 더위에 쉬어 갈 수 있도록 햇살을 완전히 차단시켜 가뜩이나 살인적인 대구 더위를 잊으라며 편안한 휴식을 도와줬다.교육기간 동안 복잡하고 심란한 일들이 참 많았고, 업무와 학업 병행의 어려움을 어찌 다른 사람들한테 실토할 수 없어 이 나무숲 그늘 아래에서 위안 삼곤 했는데 이제는 정든 작별을 준비해야 될 시기가 가까워졌다.모든 선택한 일들이 어찌 나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