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순간은 늘 시작과 다른 두려움과 아쉬움을 남긴다.
일상의 타성에 젖어 사진도 남기지 않은 채 그냥 강의가 끝나길 기다리는 습성으로 하루늘 넋 놓고 기다리다 괜한 미련이 자극되어 캠퍼스를 벗어나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렇게 시간은 정신 머리가 느슨해 진 틈을 타고 쏜살같이 줄달음치곤 어느새 장마전선을 끌고 와서 감당할 수 없이 잔혹한 시련의 씨앗을 퍼트리고 달아나 버렸다.
한 걸음 더듬고 소화 시키기도 전에 한달음 성큼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까마득한 꼬리의 자취만 아득히 보인다.
캠퍼스의 나무들도 앙상한 가지만 위태롭던 초봄에 학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샌가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 입고 태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소한 내 기억의 창고 안에 머무르는 비는 화사하게 망울을 터트린 꽃 만큼이나 운치와 관련된 온갖 형용할 수 있는 언어들로 꾸며져 있지만, 시간에 떠밀려 내리는 비는 회상의 설렘과는 상반된 참았던 서러움이 복받쳐 쏟아내는 눈물인 양 슬픈 비극 소설 같다.
올해도 반이 지나고 이제 남은 반.
빠듯한 여가와 여유.
부족하고 잃고 멀어지면 소중함을 알게 된다던, 마치 수학의 통속적인 공식 같은 말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낀다.
소설 속에서 보잘 것 없이 보이던 쉼표가 얼마나 중요한 삶의 촉매 였고, 약방의 감초 였던가.
대구에서의 시작은 동대구역이 었던 만큼 그 끝도 동대구역이라 캠퍼스 기간 동안 마지막 상행열차로 낮의 빛이 문명의 불빛에게 양보하는 시기인 만큼 실내외 풍경이 열차창에 교차 되더니 금새 굵직한 장대비가 열차창에 달라 붙어 옹알거린다.
잘가라는, 그 동안 허투루했던 시간에 반성하라는 신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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