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옛 정취를 찾았다. 때마침 초저녁 빗방울이 기습적으로 떨어지던 때가 성곽을 따라 산책로마저 텅 비어 버린 날, 가까이 있을 땐 불편하던 것들이 이제는 그리움과 정겨움으로 재포장되어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 새로운 생명이 꿈틀대는 건 현재를 지탱하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 아닐까? 원래 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면서 주민들이 다시 지웠단다. 이렇게 좁고 가파른 계단길이 어느새 추억을 회상시켜 주는 유물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