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만난, 우수에 찬 삼색이가 회사 앞 화단에 볼일을 본 건지 열심히 흙을 훑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츄르 하나 주고 싶은데 처음과 달리 무척 예민해져 경계심 장난 아니다. 요 녀석아, 내 가방엔 늘 츄르 하나 챙겨 둔단다. 널 만나게 되면 주려고 그런 건데 그냥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 주전부리의 유희를 모르잖아. 여전히 표정은 우수 가득했다. 화단에 흙으로 무언가 일을 하다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한다. 가만 쳐다보자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쏜살 같이 도망가다 안전거리 확보되는 지점에서 녀석도 나를 빤히 쳐다봤다. 녀석의 시그니처가 바로 살짝 고개를 숙여 자존감이 저하된 것만 같은 우수에 찬 표정이다. 바로 요런 표정이 내 기억에 각인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