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받았으니 한 해가 바뀌기 전에 써먹어야 되겠다 싶어 시험 교과목을 잔뜩 싣고 인덕원에 잠깐 들러 서면 자료만 번개처럼 건네주고 곧장 워커힐로 방향을 잡았다.
초저녁 시간대라 인덕원에서부터 워커힐까지 도로는 거의 주차장 수준이었는데 광장동에 도착할 즈음엔 비교적 시간이 지나 차라리 저녁 식사를 해결하자는 심산에 워커힐에 들르지 않고 곧장 구리로 향했고, 43번 국도는 어느 순간부터 탁 트여 신나게 밟던 차 2016년인가? 지나는 길에 들러 식사했던 기억을 더듬어 찾자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내부에 들어갔을 때는 딱 1 테이블만 손님이 있어 비교적 썰렁했는데 회상하며 왕돈까스를 시켜 급 허기진 속을 채웠다.
90년대에서 밀레니엄으로 넘어오는 시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돈까~스 클럽.
지나는 길에 문득 옛생각으로 들러 왕돈까스 한 사발 뽀개는데 정말 한 시대의 유물일 뿐.
얇은 고기에 흐물흐물한 식감과 느끼함!
그냥 추억으로 남겨둘 걸.
한강 너머 매력적인 서울 야경을 마주하고 급히 내달리는 도심과 달리 강물마저 거울처럼 고요한 정취에 잠시 멈춰 선 시간 사이로 차분한 주말의 충만한 여유를 누리는데 두 과목만 치르면 한 해의 학업이 마무리되고, 숨 가쁘게 켜켜이 쌓이던 일상의 무게도 졸던 겨울에 얼마 남지 않은 21년의 시간도 그리움의 책갈피를 꽂아야 했다.
체크인을 끝내고 앉을 겨를 없이 폰만 들고 외부로 나와 산책 삼아 야경을 즐기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야경을 즐기며 한 번쯤 가던 길을 멈춰 이 모습들을 담아갔다.
좀 더 걸어서 워커힐 진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데 미세 먼지가 자욱한 날이라 가로등 불빛 아래 뿌연 자욱도 함께 드리웠다.
그러다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대리운전기사 맞죠?"
호텔 출입구에 첫 모습은 이 장면인데 여기서 사진 촬영은 줄을 서야 될 만큼 지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담아갔다.
괜한 군중 심리로 나도 슬쩍 줄 서서 찍긴 했다.
룸에 들어서 커튼을 열자 구리암사대교와 너른 한강이 보였다.
룸 내부는 그리 고급스럽거나 특징은 없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구조였고, 생각보다 꽤 커서 갑갑함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에는 미세 먼지로 인해 확연히 뿌옇게 변했고, 이튿날 동이 튼 뒤에는 구리암사대교조차 선예도가 흐렸을 정도였다.
서울에서는 한강 조망에 대한 가치가 워낙 막강해서 그런지 나 같은 샐러리맨은 만만히 즐길 수 있는 단가는 아니라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다면 흔치 않은 경험에 충분히 만족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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