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1047

미려한 동해 해안도로, 새천년 해안도로(이사부길)_20220824

바다 따라 해안길로 미끄러져 가는 사이 그리 집요 하던 잡념도 무뎌진 관심에 어느 순간 하얀 파도처럼 흩어져 버리고, 사유는 하얀 도화지처럼 또 다른 낙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념 깃발을 따라 가더라도 정해진 길은 없고, 다만 그 깃발의 말미암아 펄럭이는 순간의 기억이 이 여정의 백미 아닐까? 무심코 지나치는 찰나도 수많은 여행자들이 익숙한지 보드라운 손길로 자연을 그려 흔한 일상은 접고 추억의 채도를 높였다. 동해의 마지막 여정, 묵호 등대 불빛은 졸고 있지만 매혹의 나침반은 혼돈의 유혹도 뿌리치고 강인한 지남력을 따라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새천년해안도로(이사부길)은 삼척해수욕장과 삼척항을 잇는 4.6km의 해안 길이다. 동해안 최고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나릿골과 바다 사이 너른 쉼터, 이사부광장_20220824

나릿골에서 내려와 주차가 된 이사부광장을 찾았다.나릿골에서의 전망이 좋더라도 그 아래 펼쳐진 바다와 마을을 볼 수 있을 뿐, 매크로한 형태의 나릿골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다행인 건 나릿골 정면, 마을과 바다 사이 너른 광장이 있고, 그 광장도 제법 규모가 큰 데다 도보길이 비교적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나릿골의 온전한 형태를 볼 수 있기 때문. 이사부광장은 삼척항 활어센터 옆에 있다. 항구 옆 해변을 길게 감싸고 있는 정라진 방파제와 연결되어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테마공원이다. 공원에는 각종 공연과 행사가 열리는 잔디마당을 중간에 두고 야외공연무대와 게이트볼장이 양쪽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광장의 핵심시설은 스카이 데크로 데크를 통해 해변 방파제와 연결되어 있다. 데크에서는 삼척항의..

묵혀둔 정감, 나릿골 감성마을_20220824

마을길을 따라 좀 더 오르자 언덕의 너른 지세가 펼쳐졌고, 그제서야 파도치는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좀 전 지나온 길은 마을 중심부를 관통하는 길이 아니라 인가가 비교적 적었고, 언덕에 올라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인가가 밀집한 골짜기 마을로 진입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을 뒤편 가장 높고 너른 고원 같은 곳인데 여기는 완연한 공원의 형태를 띠고 있었고, 산책하기 최적의 길이 뻗어있었다. 마을 가장 높은 곳이라 육각정 전망대와 쉼터가 있었는데 때마침 말벌 몇 마리가 또다시 주변을 윙윙거리는 바람에 오래 있지 못했다. 길과 전경에 몰입해야 되는데 말벌로 인해 연이어 방해받는 기분이라 벩스럽긴 했지만 어차피 가야 될 방향을 조금 서둘러 걷자고 생각해야지. 좀 전 지나친 원주민처럼 보이는 분이 ..

먼 길에 쉼표, 여주 졸음쉼터_20220823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엑셀러레이터를 뿌듯하게 밟으려는데 급하게 밀려오는 졸음. 다행스럽게 졸음쉼터가 있어 동네 한 바퀴 운동으로 떨쳐냈다. 근래 고속도로 휴게소 외에 이런 쉼터가 많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덤으로 여긴 늪지까지 있어 그리 심심하지 않은 데다 고속도로 쉼터라 한적하기까지. 졸음쉼터에 이런 작은 볼거리가 있다니. 거미줄이 많은 건 대수롭지 않지만 좀 지저분해도 이런 테마가 있어 다행이다. 장실은 좀 지저분하고 내음이 심하긴 했다. 한 바퀴를 돌아보면 나름 걷는 재미가 있었다. 가야 될 길이 한참 남아 크게 심호흡하고 다시 출발했다.

바다를 향한 꿈, 흰여울 문화마을_20220816

바다를 향한 꿈, 오랜 세월 삶의 무게와 맞물려 장독에 묵힌 구수한 장맛처럼 진면목을 드러내고 비상하는 바닷새가 되어 수평선을 출렁이는 아리랑이 된다. 지칠 줄 모르는 바다 바람이 세 평 쉴 틈 없이 몰아넣어도 태초에 솟은 산에 업혀 엄마 품에서 처럼 곤히 졸고 있는 아가처럼 이따금 근원 모를 함박웃음에 기나긴 설움 터널은 지워지고 어느새 갈망의 견고한 돌탑이 머나먼 걸음 마다한 나그네를 동심의 울타리로 안도시켜 준다. 지인과 만나 영도로 넘어갔고, 비가 내릴 듯 말 듯 애매한 날씨긴 해도 그리 덥지 않은 날이라 도보 여행을 곁들이기로 했다. 우선 태종대 초입까지 또 다른 지인이 데려다준 덕에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버스로 중리방파제에 도착했다. 정박 중인 선박들이 수평선에 사이좋게 걸쳐져 있었다. 걸..

또 다시 부산행_20220815

서 있는 자리에서 한길의 끝을 보노라면 동경의 안개가 자욱했지만, 그 끝을 밟노라면 어렴풋한 안개가 걷히며 부서지는 파도의 하얀 유희로 매캐했다. 빌딩숲과 바다가 만나 문명의 화려한 유혹이 넘실대며 바다가 춤사위를 들썩이는 그 자리에 각별한 시간이 일제히 불 밝혀 어우러지는 자리, 부산은 함께 협주하는 음악이 멈추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정도 가는 부산인데 이번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싣고 질주하던 중 대전을 지날 무렵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고, 뒤늦게 대전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구름의 무게감이 부쩍 늘었다. 계속 자야지. 어느새 부산에 도착했다. 광안리 해변에 도착할 무렵엔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는..

작은 오지 쉼터, 봉화_20220731

깨진 평온에 심술이 난 물안개 사이로 금세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여울틈 사이로 숨어 있던 생명들이 신기한 구경거리를 만난 양 다가와 툭툭 입을 맞혔다. 하늘이 떨구는 비는 여유의 향미가 곁들여지면 잠자던 자연의 협주곡이 되며, 수줍어 숨어 있던 안개를 춤추게 하며, 침묵하던 바람의 세상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래서 살짝 찍는 쉼표는 견줄 수 없이 감미로웠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차가운 여울에 살짝 발만 담근 채 잠잠해진 비를 피했다. 멀찍이 어딘가 숨어 있던 안개가 여울 위로 만개했다. 근래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물이끼가 제법 끼어 있었고, 그걸 먹이 삼아 다슬기도 빼곡하게 있었다. 굵은 빗방울 하나 여울에 튕겨 수정 구슬이 생겼다. 비가 내려 그나마 수량이 늘었고, 물은 원래의 그 청정함을 되찾았다..

굽이굽이 아름다운 낙동강과 역사의 예던길, 봉화_20220730

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어떤 혼탁한 푸념에도 거울빛 드리운 모습 너머 속삭임에 위안을 낚아 가슴 고이 두더라도 사무친 질곡이 스스럼없이 열린다. 자연은 그저 방치했을 뿐인데 방종이 깨뜨릴 수 없는 포용의 온기는 그 어느 성벽보다 견고하고, 심연은 가늠할 수 없다. 출렁이는 다리를 걸으며 불안의 씨앗은 메말라 싸늘한 잡념의 죽어가는 잡초가 되고, 집요 하던 추회는 기름진 돌뿌리가 되어 절벽에 새겨진 미소의 청사진이 된다. 잠시 이 자연을 만나는 동안 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예던길은 봉화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 국도 35번 주위의 강변길로 퇴계 이황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이다. 은퇴 후 노년에도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며 그가 세상을 뜬 후에도 많은..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

부산에 도착_20220722

요즘 다른 가족들이 각개전투처럼 뿔뿔이 부산행 열차를 탔다. 나 또한 퇴근과 동시에 스텔스모드를 켜고 서울역에서 부산행 열차에 올라 잠시 정신의 스위치를 끈 사이 어느새 부산 도착. 돼지국밥, 회, 밀면과 더불어 부산을 실감했다. 밀면 곱빼기가 6천원! 회사 부근에 모인 평양식과 함흥식 랭면이 1만3천원인 걸 감안한다면 눈물이 멈추지 않는 감동이었다. 게다가 만두 5천원까지 곁들인다면 설사 배가 터지더라도 얼굴엔 미소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부산에 도착하여 광장에서 바로 한 컷 담았다. 여름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18시반 조금 넘었음에도 여전히 대낮 같았다. 특히나 청명한 대기는 선물이나 마찬가지. 지인을 만나 범일동 돼지국밥집에서 저녁을 해결했는데 소면 무한 리필이면서 가격은 8천원. 근래 폭등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