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까마득한 바다 앞 해운대, 그리고 떠나기 전 부산 밀면_20220723

사려울 2023. 10. 28. 01:43

빌딩숲 너머 바다라...
바다가 무한한 행복의 표상이라면 그걸 앞에 두고 숨죽인 사념을 달래는 건 작은 행복이라 할만했다.
비록 어디론가 흩어진 커피 향이 아쉬울지라도 내리는 비에 스민 희곡에 낭만이 서리면 그만 아닌가.
짧은 시간은 마치 단잠의 곡조를 추종하듯 그렇게 여운만 남기고 떠났다.

이튿날 열심히 폭주했음에도 숙취는 그리 무겁지 않았던지 서슴없이 해운대로 달렸다.

19년에 왔던 이른 봄바다와 사뭇 다른 여름 정취였다.

우측 광안대교와 좌측엔 이기대와 오륙도.

오륙도 방향으로 수평선에 걸친 걸친 요트가 이 순간만큼은 시인이 되었다.

어느새 부산의 명물이 된 광안대교와 그 너머엔 아파트숲이 빼곡했다.

카페테라스에 겨우 자리 하나가 생겨 후다닥 찜한 뒤 아이스 한 잔 때렸다.

방파제 위로 이따금 새들이 유영하며 시선을 끌었다.

카페 내부는 규모가 꽤 큰데 빈자리가 많았고, 아무래도 부산 바다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에 사람들이 몰린 것 같았다.

근데 커피 맛은 이따구지!

바다를 향해 몰입한 아이의 뒷모습.

그냥 딱딱한 도시의 바다 전경보다 이 장면으로 인해 따스해졌다.

어느새 보슬비가 소리소문 없이 다가왔고, 그 보슬비는 커피 향처럼 감미로웠다.

집으로 가기 위해 부산역 인근에 도착하여 미리 이른 저녁을 챙겨 먹었다.

밀면이 유명한 집인지 대부분의 자리는 손님들로 가득 찼고, 그래도 드문드문 자리가 생겨 한 자리를 차지한 뒤 주문했다.

밀면 곱빼기가 6천원!

불과 얼마 전 회사 인근 평양식, 함흥식 유명 랭면집을 차례차례 방문했었는데 1만3천원에 양은 에게게!

거기 비하면 여기 곱빼기는 얼추 두 그릇 분량이었다.

행복하게 배 터지는 날이라 만두도 주문했는데 5천원이라니!

물론 이게 부산을 찾은 목적이 아니지만 어쩌다 주객이 전도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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