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41

봉화에서 영월을 넘어_20190714

우구치 계곡을 경계로 경북 봉화와 강원 영월이 만나는데 이렇게 결정한 길이 생각보다 길고 험난 했다.가는 길은 멀고 고갯길은 이내 끝나 버릴 것처럼 평탄해지다 다시 급격 해지길 여러번 거듭되자 드디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나오는, 만만한 길이 아니었다.도로의 컨디션을 떠나 원래 다니던 루트인 봉화-영주-제천-충주에 비해 훠얼씬 시간 소요가 많았다. 사진이 짬뽕 되어 버렸는데 여긴 행정 구역상 영월로 우구치를 넘어 급격한 내리막길이 완만해지는 작은 산골 마을 어귀였다.높고 구불구불하 고갯길을 넘자 풀리는 긴장처럼 작지만 멋진 산골 마을이 인상적이었다. 여긴 각화사 한 켠에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의 진원지 중 하나로 깊은 수풀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던 곳이다.비가 내리긴 해도 약간 후덥지근한 날이라 이 소리가..

진중한 시간, 각화사_20190714

춘양에서 출발할 무렵 소강 상태의 호우가 다시 퍼붓다 멈추길 몇 번, 그 사이 춘양을 벗어나 영월 방면으로 미끄러져 갔다.펼쳐진 길을 따라 낯선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자 거대한 장벽 백두대간이 앞을 막아선다.둥지로 가기 위해 결국 넘고 지나게 될 숙명이지만 눈 앞을 가로 막는 호기심에 이끌려 긴 호흡 삼아 찾아간 각화사. 하염 없이 내리던 비가 가늘어질 무렵 겁 없이 초행길을 누비다 도착한 각화사는 여전히 빗물이 하얀 먼지처럼 허공에 흩날린다. 아주 오래된 흔적의 석탑은 작지만 알찬 시간과 정성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절 내부에서 가장 요란한 건 힘차게 솟구쳐 나오는 생수였다.그 소리에 이끌려 극심한 갈증에 시달린 사람 마냥 한아름 떠서 벌컥벌컥 마셨다. 천년 고찰의 시간들이 누더기처럼..

정적 짙은 파사산성_20190524

파사산성은 막국수로 유명한 여주 천서리와 순대가 유명한 양평 개군면 경계에 위치한 작은 산성으로 남한강이 지나는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도 전망이 굿이다.전국 곳곳을 다녀 보면 의외로 찰진 만족을 주는 숨겨진 여행지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만큼 고요한 환경에 힘입어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파사산성 또한 그런 범주의 여행지인데 세마대 독산성과 비슷해서 같은 고장 사람이라면 식상한 동네의 명승지 정도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난 여행자고 생애 처음 밟는 땅이라 알려지지 않은 명승지다.천서리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양평 방면으로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이포보 부근 대신석재가 있는데 거기 텅빈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교적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걷지 않아 쉽게 산성의 성곽이 눈..

일상_20190509

성탄절과 석탄절은 우리 같은 무신론자들에게 뽀나스 같은 날이다.이번엔 일요일에 걸쳐 있어 멀리 떠나기엔 빠듯하고 집에 붙어 있기엔 황금 같은 봄날이 아까워 사찰에 슬쩍 가봤다.물론 인파를 피하기 위해선 엄청시리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되겠지만. 동자와 연등이 유별나게 빛나던 날, 특히나 동자의 삿대질도 눈에 띄인다. 범종이라 해야 되나?교회도, 절도 종을 사용하는 거 보면 이 무거운 주철이 내는 청명하고 오묘한 소리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한 부분이 있나 보다. 사찰 한 쪽에 이렇게 화사하다. 라일락 꽃 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왠지 이 노랫말이 이명처럼 들린다. 텅빈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셔터를 눌렀다. 매혹의 양귀비. 만의사에 다녀온 뒤 또 다시 동탄을 배회..

무주에서 구름처럼_20190430

아침에 무주를 거쳐 끝 없을 것만 같은 오르막길을 따라 적상산으로 향했다.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멋진 절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1천m 이상 고지는 보통 산의 무리들이 뒤섞여 있건만 적상산은 혈혈단신이라 무주 일대와 사방으로 늘어선 첩첩 산능선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한참을 올라 도착한 적상호 옆 적상산휴게소에 다다르자 거대한 물탱크를 살짝 개조한 전망대가 있어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따라 어렵잖게 올라가자 사방으로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늘어선 백두대간이 있다.대호산, 거칠봉 방면으로 보자면 거대한 장벽처럼 시선을 막고 있는 백두대간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구름에 쌓인 덕유산 봉우리는 특히나 우뚝 솟아, 가던 구름조차 걸려 버렸다. 적상산으로 올라온 길이 산 언저리를 타고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숨겨진 아름다움, 영월 만경사 가는 길_20190422

첫 목적지 망경대산으로 가는 길은 곳곳에 도사리는 봄 물결이 발목을 붙들어 가는 길이 쉽지 않다.분명 몇 년 전에 비한다면 도로는 산을 뚫고, 강을 넘어 쉽사리 첩첩한 산골로 이어져 수월해 졌지만, 시선에 미련의 덫을 놓는 봄 운치로 체증이 심한 도로를 힘겹게 전진하는 품세다.이미 다음 봄을 기약하고 떠난 봄의 전령사들이 북녘으로 넘어 가기 전 이 골짜기에서 긴 여정을 위해 한숨을 고르며 쉬고 있나 보다. 영월 시내를 지나 남한강이 흐르는 협곡에서 양 옆 산세에 널려 있는 봄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어느 정도 달리다 고씨동굴 조금 못 간 지점 베리골 교차로 버스정류장에 잠시 차를 세워 놓고 사진 몇 장을 찍는데 햇살이 워찌나 따가운지 홀라당 익는 줄 알았다.전형적인 봄이라고 하기엔 약한 더위를..

격이 다른 평온, 청량사_20190322

혼자 였다면 냉큼 청량산으로 향했을 터, 마침 작년 여름 청량사를 방문 했을 때 급경사길에 대한 부담으로 오마니께선 청량사를 가지 못하신 마음의 앙금으로 이번엔 조용한 틈을 타 차로 청량사까지 곡예 운전을 했다.자식 입장에서 효도는 못할지언정 어떻게 같이 떠난 여정에서 불교 신자이신 오마니를 모시지 못한 후회의 앙금은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봄에 틔우는 싹처럼 아름아름 양심을 찌르는 소리가 귀에 이명처럼 들려 직접 모시기로 했다.주위 가족이나 친지들은 청량사에 대해 아주 좋은 평을 늘어 놓으니 연세 때문에 가지 못하신 심정 자식한테 내색하지 않으시지만 얼마나 안타까우실까?역시나 예상대로 청량사 길은 말이 포장길이지 급경사와 좁은 길은 같이 차에 타고 있는 가족 심장 쫄깃하게 만들기 딱 좋았다.원..

일상_20190209

사람들이 많이 몰려 혼잡할 명절 연휴를 지나 주말에 오마니 뫼시고 만의사를 간다.오마니께선 종교적인 이유로, 나는 도심 일탈을 목적으로 손 쉽게 찾는 만의사는 도심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어 문명에 대한 종속의 흔적이 쉽게 눈에 띈다.내가 길들여진 문명을 탓할 수 없어 아쉬움으로만 남겨 놓을 수 밖에...사찰에 오면 가족들과 달리 산책을 하며 곳곳을 둘러 본다. 오랜 대수술을 거쳐 오솔길이 이렇게 변모 되었다.봄이면 장미를 비롯, 각종 야생화도 소복이 피는 길인데 이제는 그 소담스런 길을 볼 수 없게 되었구먼. 그러곤 이런 불상도 들어섰다. 아마도 절에서 키우는 백구 몇 마리 중 하나 같다.한 쪽에 쌓여 있는 벽돌과 기왓장은 전부 돈이다. 무봉산자락에 기댄 만의사. 불상의 후광.아쉽게도 석양은 늘 성급하게..

한가위 만의사_20180924

한가위 당일, 부시시 늦잠을 자던 중 큰누님이 집으로 들어 오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이번엔 혼자오게 된 이유가 큰 조카는 한창 바쁜 대기업 생활, 둘째 녀석은 상영관 알바로 가장 바쁘면서 일당이 짭짤하단다.큰매형도 물론 급작스런 업무.제사를 끝내고 가족들끼리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기로 했는데 첫번째 코스는 오마니 종교적인 부탁으로 만의사를 방문하기로 한다. 역시나 전형적인 가을이라 하늘도 높고 푸르거니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그 맑은 하늘을 등지고 불상이 세상을 바라본다.오마니는 사찰을 다니며 언제나처럼 절을 하시고, 나는 오마니 핑계로 사찰을 둘러 보며 사진을 찍는다. 사찰 초입부터 반기는 것들이 많다.코스모스 군락지에서 한껏 펼친 꽃잎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와 꽃은 이미 시들어..

가파른 산에 의지한 고찰, 청량사_20180815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자 햇살이 거침 없이 눈 부시다.더불어 집 앞에 있던 개울은 여전히 맑고 폭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얼음장처럼 차갑다.올 여름 폭염과 함께 가뭄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반해 여긴 무심한 듯 일정 수량을 유지하며 밤새 이 공간을 물소리로 가득채우고 지칠 줄도 모른다.아침은 대충 때우고 마음으로만 다짐하고 있던 청량사 가는 다짐을 실행 시킨다. 아침에 일어나 여울에 다리를 담그자 이내 찬 고통이 발끝에서 부터 신경을 따라 심장으로 전달된다.워낙 폭염에 찌든 여름이라 그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이내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발을 빼게 된다.아침은 간편하게 해결하고 모두 집을 나서 청량사로 향한다. 청량사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청량사를 향해 올라 가는데 워낙 길이 가팔라 오마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