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도심의 작은 쉼터, 독산성_20200717

사려울 2022. 12. 16. 19:16

억겁 동안 세속을 향해 굽어 보는 나지막한 산에 둥지를 틀고 앉아 잠시 기댄 문명의 한 자락.
그 담벼락에 서서 흐르는 공기를 뺨으로 더듬어 본다.
마치 하나의 형제처럼 산성과 사찰은 나약한 의지를 위로하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많은 바램들을 몽롱한 목탁 소리로 바람처럼 흩날린다.
많은 시간을 버텨 왔지만 앞으로 맞이해야 할 시간의 파고가 미지의 세계를 가르는 두려움처럼 막연한 시련과 희열을 향해 나아가리라는 의지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또한 자연의 포용이 변치 않기를 기대하는 포석 같다.
석양의 볕이 꺼지며 하나둘 밝혀지는 문명의 오색찬연한 등불이 특히나 아름다운 저녁이다.

도심에 둘러 쌓인 작은 녹지치곤 꽤나 멋지다.

사람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분주한 까치가 알싸한 데이트에 여념 없다.

독산성에 오르면 가까운 풍경과 멀리 떨어져 있는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보적사에 익살스런 동자들.

보적사 앞 산성 너머 동탄 풍경이 나른해 보인다.

산성에 기댄 고목과 사람.

남은 하루의 등불을 낚아채는 건 인간들의 보편적이자 본능적인 열망이고 욕망이다.

한둘 불빛이 꺼지고 길을 따라 산성을 내려온다.

근래 사진에 재미를 붙인 사우가 동탄까지 찾아와 함께 산책 겸 출사를 즐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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