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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_20180312

봄이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낮이 길어졌다는 거다.낮이 길어졌다는 건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거고, 그래서 하루가 알찬 기분이 든다.반석산 둘레길이 4km 남짓하지만 일반적인 산책로와 달리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고로 1시간 정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이내 땀은 흥건히 차오른다. 오산천 전망 데크를 지나면 작은 여울까지 계속되는 내리막인데 산 너머 해가 지는 석양이 산에 걸려 있다.가던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이내 어두워져 자칫 둘레길에서 트위스트를 출 수 있응께로 앞만 보고 걷는다. 앞만 보며 걷다가도 겨울색이 짙은 땅에 봄의 싹이 솟아나는 걸 보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신기한 듯 쳐다 본다.황막한 땅에 이런 싹은 여전히 왜소하지만 기다린 친구 마냥 한눈에 금..

일상_2010311

화창한 휴일, 봄을 만나러가는 산책인데 요 맘 때 활동하기 너무나 좋은 초봄이면 얼마든지 걸어도 지치지 않을 것만 같다.그러나 실제로 욕심내고 걷다 지치는 건 다반사. 반석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센트럴파크 방면 반석산 에코스쿨 뒤편 계단으로 내려와 테라스에서 잠시 햇살을 받으며 휴식을 취한다. 가끔 이런 구도로 사진을 찍는 곳, 보기엔 멋진데 실제 살아 보면 조망이 빌딩에 가려 호불호가 갈릴 듯.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_20180307

제주에서 3일.허나 실질적인 시간은 이틀 째날인 하루 뿐이고, 첫 날은 해가 진 밤에 도착하여 저녁 끼니 해결한 뒤 피로에 몸을 맡긴 날이 었고, 셋째 날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제주를 떠나는 날로 기분이 울적하기도 했다.그러니 제주를 제대로 마음 편하게 누린 날은 하루 뿐.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수속을 밟을 준비를 하는데 전날 돌아다녔던 여행지는 그리도 한적 했건만 공항은 북새통이었다.의자는 사람들이 점령 했고, 그 의자 마저도 쟁취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냥 바닥에 퍼질러 앉아 쉬고 있는데 수속 절차를 밟을 차례가 되면 어디서 밀려 왔는지 눈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실제 봤던 인파에 비해 제주를 통틀어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게다. 수속을 밟고 나서 비행기 자리에 앉자 무겁던 마음..

남은 제주의 여정_20180306

성산 일출봉에서의 멋진 경관을 뒤로하고 다음 여행지로 선택한 곳은 제주의 큰 어른 한라산인데 촉박한 시간에 한라산 산행은 어렵고 해서 한라산 언저리며 바다도 조망이 가능한 한라생태숲이다.이전 제주 방문 때 주로 서귀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 남쪽이 대부분의 여행지였고, 북제주와 제주시는 거쳐가는 길목 정도로 굵직한 기억이나 인상 깊은 장면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숙소를 제주시로 잡고 여행 코스도 서귀포는 제외했다. 성산 일출봉에서 쉬지 않고 꽤나 달려 도착한 한라 생태숲은 여기가 제주 맞나 싶을 만큼 인적과 방문자가 거의 없었고, 제주 어딜 가나 돈과 관련되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입장권 구입은 필수인데 여긴 무료 였다.허나 하루 일정의 지체와 성산 일출봉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탓에 이미 해는 한라산을 지..

뜨거운 자연이 만든 성산 일출봉_20180306

앞서 제주를 방문했을 때 성산 일출봉을 지나 쳤던 건 제주 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로 급작스런 폭우가 동선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던 만큼 묘하게 떨칠 수 없는 미련이 남아 있었고, 이번 여행에서 그 미련을 실현해 보자는 의도는 다분했다.다행히 초봄의 화창한 날씨가 행여 따라올 변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덕분에 제주 여행 내내 사진은 별로 남기지 못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껏 누릴 수 있었다.비가 오더라도 그 만의 매력이 있긴 하지만서리. 생각보다 긴 시간을 들여 드뎌 성산 일출봉에 도착, 평일임에도 여행객은 제법 많은걸 보면 역시 제주다.제주라고 별 거창한 거 있겠냐는 조롱 섞인 비아냥을 들었을 때 늘 하던 이야기가 거창한 거 보단 다분히 제주만 가진 특징적인 매력이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디펜스 쳤는데..

카페에서 쉼표_20180306

산굼부리 부근에서 차를 돌려 성읍민속마을을 거쳐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곳은 종달리 해변의 전망 좋은 카페.때마침 한적한 카페는 조용한 내부를 대변하듯 잔잔한 발라드 음악이 흘렀고, 내륙에 비해 한 보 앞선 제주의 포근한 봄이 극도의 갈증을 불러 도착하자 마자 스모키한 커피를 한껏 들이켰다.정신이 번쩍드는 청량감과 달리 분위기는 점점 나른한 오후로 접어 들어 발걸음이 무거워 질까 싶어 자리를 일어나 외부 테라스로 나와 주위를 둘러 봤다. 카페 내부에서 통유리 너머 밖을 내다 보면 해변과 성산일출봉, 우도가 생생하게 보여 전망 하나는 끝장난다.그런 자리에서 마시는 커피는 같은 원두를 갈아서 내리더라도 더욱 여운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건 기분 문제일까? 날은 흐린 듯 하지만 구름 새로 내비치는 햇살은 아주 강..

제주의 한적한 평원_20180306

그리 일찍 일어나지 않고 느긋하게 준비를 한 뒤 공항 가는 길목에 위치한 렌트카 회사에 들러 차량을 렌트했다.항공료, 차량 렌트 비용, 신라스테이 숙박비는 회사 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한 덕에 왕복 항공료는 4만원 정도, 정확히 말하자면 아시아나항공 39,600원에 숙박은 하루 2만원.근데 렌트는 1만원 안되는 비용이었지만 흔히 렌트 전 가입하게 되는 보험이 6만원 정도 였다.배보다 배꼽이 더 크구만.역시 제주는 평일임에도 렌트 인원이 상당히 많아 실제 차량을 인도 받아 출발하기 까지 1시간 넘게 소요가 되었다.제주 공항에서 셔틀을 타고 렌트카 회사, 거기서 접수 순번대로 기다렸다 각종 설명을 듣고 차량을 확인한 후 출발하는 건 말로 따지면 간단할 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았으니까.미리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숙..

제주로 가는 첫 걸음, 김포공항_20180305

제주 여행이 얼마만 이었던가?동탄에서 이른 시간에 공항 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에 오는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아 공항에서 한참을 멍 때리다 이제 미리 예약한 아시아나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석양과 황혼이 깃들 무렵 출발하는 항공기 내 설렘은 묘하다.왕복 항공값이 39,600원인 만큼 지나치게 저렴한 삯에 비해 좌석과 승차감이 편한 행운은 덤이라면 허공을 유영하며 감상하는 땅거미와 야경은 과분한 선물 같다. 아이폰 카메라 어플로 담아 놓은 사진은 화사한 기분과 달리 왜 이리 우중충할까?

태백에서의 셋째 날, 떠나기_20170529

전날 열심히 다녔던 여파는 잠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엥간하면 자로 잰 듯 일찍 기침하시는 분인데 이날 만큼은 늦게-내 기준에는 여전히 이르다-까지 누워 계셨다.체크 아웃 해야 되는 시각이 있어서 일어나자 마자 전날 미리 마련해 놓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떠나기 전 베란다로 나가 주위를 둘러 봤다. 멀리 함백산 봉우리의 송신탑이 보인다.사진으로만 봐도 목이 탈 정도의 뙤약볕은 모든걸 홀라당 태울 정도로 강렬한데 여전히 그늘 아래는 시원하다. 정면 골프장은 텅 비어 있는게 아마도 누군가 필드에 나왔다 강한 햇볕에 도망 쳤겠지?이런 탁 트인 전망을 뒤로 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 오는 길은 증산을 지나 국도 바로 옆, 곤드레 밥집을 택했다.2015년 초겨울 함백산을 다녀 오는 길(눈꽃..

태백에서의 둘째 날, 정선아리랑과 바람의 나라_20170528

막상 출발은 했지만 생각보다 오마니께서 피곤한 기색이 있으셔서 마음이 무거웠다.젊은 시절 여행은 사치라고 여기실 만큼 평생을 자식에게 헌신한 분이라 익숙지 않은 먼 길 이었던데다 오시기 전 컨디션도 그리 좋지 못하셨다.가급적이면 가시고 싶으신대로 모셔 드리려고 했음에도 정선 장터만 알고 계신 터라 증산에서 화암약수와 소금강을 지나는 산길을 통해 정선 장터로 방향을 잡았다. 원래 들릴 예정은 아니었지만 지나는 길에 늦봄의 뜨거운 햇살이 가져다 준 갈증으로 인해 화암약수를 들리기로 했다.조용했던 초입과 달리 약수터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약수를 뜰 만큼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이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서 순간 조용해졌다.뒤이어 관광버스와 몇몇 커플들이 오자 다시 떠들썩해 졌지만 오래 머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