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서 눈에 띄게 달라진 건 낮이 길어졌다는 거다.
낮이 길어졌다는 건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거고, 그래서 하루가 알찬 기분이 든다.
반석산 둘레길이 4km 남짓하지만 일반적인 산책로와 달리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고로 1시간 정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이내 땀은 흥건히 차오른다.
오산천 전망 데크를 지나면 작은 여울까지 계속되는 내리막인데 산 너머 해가 지는 석양이 산에 걸려 있다.
가던 길을 재촉하지 않으면 이내 어두워져 자칫 둘레길에서 트위스트를 출 수 있응께로 앞만 보고 걷는다.
앞만 보며 걷다가도 겨울색이 짙은 땅에 봄의 싹이 솟아나는 걸 보곤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신기한 듯 쳐다 본다.
황막한 땅에 이런 싹은 여전히 왜소하지만 기다린 친구 마냥 한눈에 금새 알아챈다.
반석산 작은 여울은 어디서 발원하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흐르는 물이 드문드문 눈에 띄이다 산책로와 가까울 즈음 형체가 더욱 또렷해지고 제법 물소리도 쉽게 포착 된다.
작은 여울이 산책로와 만나는 지점은 심한 가뭄을 제외한다면 이렇게 늘 촉촉하고 육안으로도 물이 흐르는 걸 관찰할 수 있다.
신기한 자연의 이치고, 이런 여울의 발원지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다.
야자매트가 깔린 둘레길은 어느 곳은 벌써 해지기 시작해서 매트 아래 맨 땅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렇게 평탄한 길은 걷는 사람들과 마찰이 거의 없어 아직 건재하다.
길 중간중간 이렇게 벤치가 있어 걷는 사람들이 힘들면 잠시 쉬고 가란다.
벤치이자 추상적인 표현을 쓰자면 배려라 하겠다.
여기서 부터 낙엽 전망 데크까지는 반석산 통틀어 가장 긴 오르막길이자 난 코스로 지그재그로 지속되는 오르막이라 산 규모에 비해 그 길이는 긴 편이다.
여기서 가장 많은 땀을 흘리고, 더불어 가장 가쁜 숨을 몰아 쉬게 된다.
오르막길이 완만해질 무렵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한 쪽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된 오르막길로 그렇게 조금 더 오르다 보면 반석산 정상의 팔각정이 나오고, 다른 한 쪽은 오르막이 꺾이며 낙엽 전망 데크로 이어지는데 갈림길에서 전망 데크로 틀면 바로 이렇게 작은 골을 중심으로 나무가 가지런히 서서 서로 대칭으로 마주보고 있다.
마치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하객들 사이로 걷는 구도 같다.
낙엽 전망 데크는 반석산 정상과 가까워 더 먼 곳까지 조망할 수 있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동탄2 신도시를 볼 수 있는데 겨울색이 짙어 주변을 여과 없이 생생하게 볼 수 있다.
다만 해가 거듭될수록 미세먼지의 습격이 복병이긴 하지만 요즘은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에 홍역을 치르니 나무가 앙상한 겨울이 여전히 둘러 보기엔 수월하다.
낙엽 무늬 전망 데크 가는 길이 뿌듯한 오르막이라면 나머지 한 쪽은 반대로 뿌듯한 내리막이고, 그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동탄복합문화센터와 동탄 북편으로 갈 수 있는데 둘레길 한 바퀴 돌겠다는 의지라면 복합문화센터로 가면 된다.
가는 길에 좀 전과 비슷한 반석산 골을 중심으로 나무들이 정갈히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오는 사이 해는 서산으로 더욱 기울어 고층 빌딩 숲으로 가라 앉기 직전이고, 그만큼 하루의 끝이 가까워져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임박했다는 거다.
야외 음악당은 공연이 있는 날을 제외한다면 편하게 앉아 쉬면서 홀로 음악 감상하기 좋은데 해가 지면 아직은 늦겨울의 서늘함이 있는데다 땀까지 흘려 한기를 쉽게 느낄 수 있어 아쉬운 하루를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 곳곳에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은 이렇게 봄나물도 시나브로 태동하며 곧 다가올 완연한 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내 움츠렀던 습성들도 훌훌 털어 낼 수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활동하고 즐기기 좋은 계절 봄은 이렇게 매년 같은 방법의 다른 모습으로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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