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나른한 봄의 평화, 화진포_20200414

사려울 2021. 9. 23. 00:51

파도와 바람은 지치지도 않는다.
허나 그 선율은 치유의 유전자가 있어 더 이상 북으로 갈 수 없음에 대한 위로를 해주며 동시에 왔던 길을 고스란히 바라고 떠날 응원도 빼놓지 않는다.
세상에서 발자취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무수히 많아 언제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시간의 감회를 자근히 씹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여정의 선택과 결단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경험의 스승인지 통감한다.
내가 떠나더라도 자연은 무심하게도 안색 조차 변하지 않지만
또한 다시 만나더라도 태연한 모습으로 대답하며, 언제나 변치 않는 신뢰로 회답한다.
요란한 믿음은 부서지는 파도처럼 한낯 휘영청한 거품일 뿐. 

숙소에서 출발 준비를 모두 끝내고 베란다에 나와 전날 거대한 암흑과도 같던 바다가 전날과 전혀 다른 얼굴을 내밀었다.

원래 통일전망대를 여정에 포함시키고, 고성까지 먼길 달려온 목적이기도 했지만 리조트 직원분이 현재 폐쇄 중이라-아마도 코로나19 영향인 듯싶다- 아쉽게도 여정을 수정해야만 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달려온 건 전적으로 통일전망대가 아니라도 화진포가 있어 그리 아쉬운 건 아니었다.

아름다운 선율과도 같은 바람과 파도소리가 강렬한 미련 마냥 떠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허나 먼길 떠나는 여행자를 위해 안부이기도 하다.

만약 세상에 의심이 없는 존재가 있다면 바로 저 올곧은 수평선이 그중 하나 아닐까?

전날 태백에서 줄곧 따라오던 추위와는 상반되게 20도를 훨씬 웃도는 화창한 날씨를 보여 조금 더운 감은 있었지만 여행은 언제나 자연에 내가 동화되며 괴리감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강원도지만 극단적인 일기를 단숨에 체험했던 특별한 경험은 이번 여행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 언제 이와 같은 경험과 마주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정은 늘 설렌다. 

별 망설임 없이 바로 화진포에 도착, 바다와 그 출발을 함께 하면서도 만날 수 없는 존재, 화진포에 도착했다.

전날 태백에서 줄곧 따라오던 추위와는 상반되게 20도를 웃도는 화창한 날씨를 보여 조금 더운 감은 있었지만 여행은 언제나 자연에 내가 동화되어 괴리감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여행의 참맛을 되씹는 육감의 자극이기도 하다.

같은 강원도지만 극단적인 일기를 단숨에 체험했던 특별한 경험은 이번 여행의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 언제 이와 같은 경험과 마주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여정은 늘 설렌다.

봄이 깃든 화진포의 평화로운 정취는 잊을 수 없을 만큼 여느 시골 정취와 잘 어우러져 있었고, 멀찌감치 차를 주차한 뒤 텅 빈 호숫가를 걸으며 잔잔한 호수의 표면을 미끄러지듯 호숫가를 걷는 동안 피로감을 잊어버렸다.

첫걸음은 이승만 별장에서 시작했고, 이어 그 맞은편에 서서 첫 도착지를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승만 별장에 역사안보전시관?

그냥 웃자.

찻골길 따라 평화로운 걸음을 옮기며, 평온의 유영을 하는 한 무리 오리 떼.

호숫가는 평화롭다 못해 가만 서 있노라니 나른해질 정도.

벚꽃이 질 시기가 지나 아직 남은 꽃잎과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꽃잎, 이미 바닥을 뒹구는 꽃잎이 함께 공존하는 시기다.

걷다 보면 길가에 봄을 알리는 꽃이 꽤 많다.

까마득히 멀어지는 노부부의 뒷모습에서 아름다운 동행이란 형체가 떠오른다.

느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고, 언젠가 도착할 목적지를 일상처럼 디디면 되는 거다.

길 초입에 보호수는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오르다 어느새 많은 가지와 이파리를 촘촘히 맺었다.

얼마나 무수한 책임의 무게에도 더욱 진중한 생명을 위한 결실로 시원한 그늘이 열매를 드리웠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을 훔치려는 나그네에 기꺼이 그늘의 열매를 내민 소나무의 기개에 말없이 존엄한 눈빛으로 응수하며 화진포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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