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22

일상_20170421

금요일의 칼퇴근에 맞춰 집이 아닌 동탄복합문화센터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넋 나간 사람 마냥 걸었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제법 활기가 넘치는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일렬로 늘어선 꽃들. 손에 있는대로 아이폰을 그대로 활용해서 담은 꽃들이 뮤지컬을 앞둔 배우들의 화려한 드레스 같다. 야외 공연장 뒷편은 잔뜩 찌뿌린 날이라 생각보다 산책 중인 사람들이 적은 대신 공연장 좌석이나 야외 테라스는 언제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여전하다. 나도 모르게 둘레길로 접어든 건 길 따라 걷다 초록의 유혹에 이성이 마비 되었을 터, 골을 따라 늘어선 나무들의 한결 같은 정돈된 모습이 보기 조~타.(일상_20170415)일 주일 정도 지난 사이 초록이 많이도 세상을 보기 위해 솟아 올랐다. 둘레길..

설 연휴, 첫 날_20170127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설날 연휴, 허나 올해는 연휴 3일 중 이틀이 주말 일요일에 끼여 있어 말 그대로 엿 같은 상황이다.직장인들은 휴일 맞이하는 맛에 주중 근무가 아무리 힘들지라도 위안 삼아 견디는데 이런 힘 빠지는 시츄에이션 같으니라구!많으면 5일, 대체 휴일 포함 적어도 4일이라면 꼴랑 하루 차이에 이렇게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 제사 준비를 얼릉 끝내고 자전거를 타며 유유자적하는 사이 하루 해가 지려는데 기록해 놓은 사진은 없고 해서 별 의미 없이 텅빈 공원을 찍어 놓고 잠시 한숨 돌렸다.예년 꾸준히 찍어대던, 하다 못해 폰카로도 자전거 타거나 도보로 틈틈히 찍던 사진이 급 시들해진 느낌이다.귀찮기도 하고 늘 같은 자리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다 보면 사진으로의 신선한 소재가 없어 ..

일상_20170122

혼자 부시시하게 일어나 눈 내린 휴일 아침, 맑은 햇살이 창 넘어 취한 잠을 깨웠다. 조금 내린 눈에도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베란다 창을 열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휴일 여유를 누리며 눈이라는 장난감을 맘껏 즐기고 계신다.채 온전치 않은 졸음을 애써 떨치고 대충 끼니를 챙긴 후 커피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어느새 반석산으로 돌려진 발걸음을 굳이 돌릴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발길이 닿는대로 맡겼다. 이런이런... 정원 초과 하셨구먼.노작마을 노인공원 초입에 도착하자 정원 초과한 썰매가 전복해 버린다.사고와 동시에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에 시선이 갈 수 밖에... 둘레길에 들어서 고스란히 쌓여 있는 눈길에 빛 바랜 낙엽 하나가 꽂혀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벌써 눈이..

일상_20161112

미친 듯이 가을을 털어 내는 찬겨울의 강바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일까?바람이 부는 대로 가냘픈 몸을 흔들어 대지만 절대 꺾이지 않는다.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런 향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면서도 기동력이 어느 정도 따라 주는 고로 한 자리에서의 식상함에 젖을 겨를이 없다.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꺾이거나 뽑히지 않고 조롱하듯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너희들의 부드러움을 난 얼마나 경탄했던가! 부는 바람과 남은 가을 정경에 아이들이 신나서 사진 찍어달라고 보챈다.너른 고수 부지의 잔디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가 보기 좋구먼. 갈대 너머에서 강렬하게 웃어대는 햇살 가을이 만들어 놓은 나무 터널이 작별을 예고하는 추풍낙엽.이 터널이 보기 좋아 자전거를 타..

일상_20161106

바야흐로 만추를 지나 겨울을 맞이해야 될 시기.일상이 바쁜들, 휴식도 있기 마련이고 그 빠듯할 것만 같던 일상도 기실 시간의 이기심은 내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추위와 더불어 자전거 라이딩도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오산을 갔다 올 만큼 내 엔진은 아직 건재하니까 두 세 바퀴 돌 겨를에 한 번 갔다 오는 정도로 급격히 짧아졌음에도 그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더 챙긴다.그래서 짧아진건가?오산천 고수 부지는 가을이 지나 심심찮게 갈대밭의 일렁임을 목격할 수 있다.이 곧게 뻗은 공원길에 사람 구경하기가 더 힘들만큼 여유를 허벌나게 때릴 수 있다지? 자욱한 키다리 갈대숲 너머 맑음터공원 전망대가 '내 키가 더 크거든!' 외치듯 꼬나보고 있는데 늘 보던 인공구조물은 이미 식상해 있던 터에 가을 옷을 입은 갈대는 도..

병신년 설날 연휴의 둘째 날_20160207

이른 제사 준비와 제수용품 감량(?)으로 올해는 여느해 보다 상당히 프리하다.내일이 설날이라 전날은 오전에 미리 쟁여 놓을 수 없는 생물들-나물과 떡 같은-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자전거를 이용해 배낭을 채우곤 잠시 허용되는 틈에 동네 여행에 여념 없으련만 이번 설날은 어제 미리 준비가 완료되어 부담 없이 싸돌아 다닐 수 있었다.특별하거나 뜻 깊은 여행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물 건너 갔으니까 꿩 대신 알이랍시고 큰 걸 기대하기 보단 소소하게 동네 여행으로 만족해야 겠지만서리 이왕이면 좀 이채롭게 욕구를 채우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낮엔 자전거, 밤엔 반석산 둘레길을 결정, 벌처럼 신속하고 절도 있게 준비해서 가출 단행했다. 앞만 보고 무조건 고고씽 하던 사이 벌써 오산천변 자전거길의 최북단인 기흥동탄IC로 ..

병신년(?) 설날 연휴의 첫 날_20160206

여느 날과 달리 마지막에 필요한 제수용품 몇 가지를 후다닥 구입하고 그냥 퍼질러 쉴까 하다가 늦은 밤에 저녁을 쳐묵하고 반석산 둘레길로 밤 산행을 갔다. 산이라고 해봐야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매끈하면서도 제법 고도를 지그자그로 한 덕에 둘레길 산책이 쉽게 싫증나지 않는 매력이 있더구먼.일순간 적막해진 도시를 한발짝 뒤로 물러서듯 인적이 없는 반석산 둘레길로 돌격! 명절이면 어김없이 동탄은 급 조용해져 도로조차 지나는 차가 거의 없을 만큼 한적하다.반석산으로 걸어가는 길에 썰렁한 도로가 이제는 눈에 익었는지 여유롭게 한 장 찍어봤다. 노작마을에서 둘레길에 진입하여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조악하지만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진행한다.빌라와 카페가 밀집한 노작마을이 둘레길 우측에 빼곡히 펼쳐져 있다. 둘레..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입소문이 덜한 만큼 차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던 중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올 초여름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던 오지 마을, 영양이었다.(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역시나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영주역에 도착, 일행을 만나 밤 늦은 시각에 영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줄곧 잡아 18시15분 청량리역에서 출발->20시 50분 영주역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든채 21시40분에 영양으로 출발->봉화를 거쳐 23시 무렵에 영양 도착...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그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과거 영화를 누리던 탄광마을이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잔해만 남아 언젠가 다시 그 영광을 꿈꾸고 있는 모운동이 새로운 거듭나기로 이쁘게 단장했다.사실 영월은 라디오스타란 영화로 알기 이전, 어릴적 사회 시간에 인구가 감소한 대표적인 도시로만 알고 있었다.8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과부도에 영월시라는 타이틀로 기억하는데 당시 편찬 기준이 70년대였던 걸 보면 산업화 시대 상당히 번창한 도시였던 건 분명하고 가끔 제천에서 정선으로 넘어갈때 38번 국도가 부분 개통 되었던 당시는 연당에서 옆길로 빠져서 가는 길목 정도?그런 영월을 드뎌 9월에 가게 되었다. 역시나 회사 복지프로그램에 의거, 적은 부담에 멋진 전망을 배경에 둔 청풍리조트로 숙소를 마련했다.아직은 가을내음이..

용평 산중에서 정선까지_20150530

5월말임에도 용평 산중 날씨는 꽤나 쌀쌀하고 흐려 비바람이 한바탕 쓸고 갈 기세였다. 이번에 숙소로 잡았던 용평 알펜시아 리조트는 예상한 것 이상으로 깔끔했고 넓직한 공간을 마련한 덕에 주어진 시간보다 훨씬 여유를 누릴 수 있어 그 간의 지친 심신을 충분히 위로 받을 수 있었다.그래서 일정을 용평 도암에서 안반데기를 거쳐 구절리, 정선 일대를 거친 후 평창 두타산 휴양림까지 비교적 긴 구간으로 잡아 지난번 기약만 했던 숙원(?)을 풀 심산이었고 봄이 끝날 무렵이라 비교적 한산해진 덕분에 일정의 지체는 전혀 없었으니 나만의 알찬 기행이 가능했다. 알펜시아에서 나와 작년 봄 이후 처음으로 찾아간 도암호수는 언제봐도 그저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작년 두차례(용평 산중에서, 20140522_용평과 도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