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영양에서 가을을 만나다_20151024

사려울 2015. 11. 9. 01:10


제대로 된 가을 여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던 중 어디를 가나 넘치는 인파를 어떻게 피하면서 지대로 청승을 떨기엔 적절한 타협이 필요했다.

인파가 많으면 그만큼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요 그렇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입소문이 덜한 만큼 차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던 중 머릿속에 불빛이 번쩍!

올 초여름 반딧불이를 만나러 갔던 오지 마을, 영양이었다.(반딧불이를 만나러 갑니다_20150627)




역시나 금요일 퇴근 후 바로 청량리역에서 열차를 이용하여 영주역에 도착, 일행을 만나 밤 늦은 시각에 영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줄곧 잡아 18시15분 청량리역에서 출발->20시 50분 영주역에 도착하여 허기진 배를 채우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든채 21시40분에 영양으로 출발->봉화를 거쳐 23시 무렵에 영양 도착.

지난번처럼 흥림산 휴양림의 휴양관으로 숙소를 잡았는데 여기는 여전히 시설이 좋고 사람들이 친절하다.

그런 인상이 꽤 깊은 덕에 영양이라면 흥림산 휴양림을 이용한건데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이 흔치 않은지 항상 확인 전화를 주시고 꽤 늦은 시각에 도착한다고 하면 당직자에게 전달해 놓을 테니 조심해서 오라고 하신다.

곧장 가더라도 4시간 이상은 걸려 도착하면 피곤과 피로에 단잠을 자다 일어나 부랴부랴 키를 내어 주시는 모습이 안스러워 빵 몇 개를 드렸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숨길 수 없을 만큼 친절하고, 영양이라서 그런지 순박하신 듯 하다.

늦게 여장을 풀고 간단히 마신 맥주가 평일 동안의 피로 회복제였는지 다음 날은 여느날과 달리 좀 일찍 일어 났다.

맨날 나 혼자 잠꾸러기라 놀랄 만한 빅뉴스여.

전날 밤에 일월산 기슭으로 넘어 올때 봤던 길섶의 단풍들이 세찬 바람에 마구 손짓을 하던 모습을 봤기에 첫번째 목적지는 31번 국도 일월면에서 부터 일월산 영양터널로 낙점.

출발하기 위해 밖을 나와 보니 가을 내음이 물씬하다.




슷비슷비한 장소에서 티워니와 아이뽕으로 찍은 사진인데 얼핏 봐서는 구분이 안 될 만큼 아이뽕 사진은 정말 굿이여!

선예도를 포함한 디테일은 티워니라지만 리사이징된 두 사진을 보면 그마저도 쉽게 구분하기 힘든데 폰카가 이정도면 몇 년 지나도 티워니가 내 싸랑을 받을 수 있을까?

사진을 좋아하는 나로썬 아주 행복한 고민일 수 밖에 없다.




일월산으로 가던 중 예전 31번 국도변에 유별나게 때깔이 좋은 은행나무 몇 그루가 눈에 띄어 가까이 다가가자 가을 마법에 진행 중이시다.

은행잎파리 끝은 노랗고 가지로 갈수록 아직은 여름 신록을 고집하고 있는데 조만간에 가을한테 자리를 양보하겠지?

안에 은행이 열려 있는 게 어마무시하게 빼곡히 달려 있다.

이거 한 번 떨어분지는 날에는 동네 화장실이 쿠데타 일어 난 줄 알겠스.





노랑이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를 뒤로 하고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반변천의 가을도 나한테 마케팅 중이시다.

산 대부분은 소나무가 덮고 있어 가을이라는 계절에 굴복 당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평지에 가까울수록 계절에 민감한 나무들이 많은데 특히나 은행과 벚, 단풍이 많아 가을 빛깔을 누구보다 요란하게 치장하려 한다.

게다가 영양엔 길가에 쉼터겸 작은 공원이 무쟈게 많던데 한적한 도로 만큼이나 그렇게 많은 공원들은 한결 같이 텅비어 있어 자욱하게 떨어져 있는 낙엽을 보노라면 오로지 고독의 단상 같다.

가을은 고독이라고 했거늘 그런 고독을 여실히 보여 주는 영양의 지천이 일 년 한해 중에 찰나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 시간이 월매나 소중한가 싶다.



요 꼬락서니 함 보소!

나즈막한 동산의 언저리엔 단풍이 울그락불그락 치장에 여념이 없다.

다른 나무들도 희안하게 단풍과 섞여 있으면 마치 거기에 맞춰 몸 단장을 한 거 처럼 보인다.

그런 가을에 단풍이 없다는 건 앙꼬 없는 찐빵이요 붕어빵에 단팥이 없는 것과 같은 격이다.




닫히지 않는 입에 턱관절 무리가 오는 것도 모르고 어느새 일월산 자생화공원에 도착했다.

2007년에 봉화에서 고갯길을 넘어 오다 이 공원 앞에서 배터리가 방전되어 퍼진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영양의 카센터에서 긴급 출동하여 차를 임시 복구 시킨 후 읍내까지 가서 배터리 교체를 한 경험이 있기 땜시롱 여긴 나에게도 짙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행여 높은 고갯길 중턱에서 차가 배 째라 했다면 워쨌을까잉 싶게 아찔했는데 그런 추억의 장소를 잊을 수 있을꼬나.

때마침 길가에 단풍은 가장 붉은 색이 선명하고 고울때라 지나칠 수 없음이야.




예전에 광산 자리를 이렇게 남겨 두고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일월산 자생화공원은 낮은 산을 배후에 두고 앞뜰은 넓직하며 건너편엔 그 일대에서 가장 높은 일월산이 떡! 버티고 서 있는, 전형적인 첩첩산에 둘러 싸여 있는 지형이라 하겠다.

2005년1월1일 해맞이를 일월산에서 관전했었는데 워낙 전망이 좋은 곳이라 어김 없이 산봉우리엔 군부대가 있어 평소엔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아 놓지만 영양군측의 주체하에 군수까지 참석하는 행사라 새해벽두만큼은 일출이 좋은 곳을 개방해 놓는다.

그 당시에도 날씨가 좋은데다 워낙 청정지역이라 일출의 장관이 선명했지만 산꼭대기, 그것도 남한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봉화 춘양 바로 남단이라 무지막지하게 떨었었다.

오죽했으면 흐르는 눈물의 반은 감동이요 나머지 반은 살을 애는 듯한 추위의 고통인데 남자 체면에 울 수도 없는데 워찌나 자연뽕으로 눈물이 나는지... 감동인지 고통인지 구분도 안가는구먼.




이렇게 옛광산의 흔적을 그대로 둔 채 그 앞을 넓직하게 광장으로 만들어 각종 야생화들을 키워 놓았는데 아기자기한 느낌보단 자유분방하고 들판 같은 느낌이라 편안하게 쉬고 갈 수 있는 장소로는 제격이다.



가을 분위기 틈으로 31번 국도가 보인다.



찾아간 날에 무슨 행사가 있었는지 이런 벽두 오지치곤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따끈하게 한 잔 하면서 사진도 찍고 산행도 하고 있었다.

네임텍을 보니 영양군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석한 공무원 같어.




한모녀의 사진 찍기 놀이가 눈에 들어올만큼 전형적으로 볕 좋은 가을 풍경과 어울린다.

아이들 얼굴은 활동하기 좋은 가을의 행복감에 젖었고 아이들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표정에 행복해 하는 미소로 젖어있다.



가을이면 빠질 수 없는 단골 손님인 코스모스가 나를 보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든다.

`어이, 총각! 내 얼굴 어때?'

꼭 그렇게 말하는 거 같네.



일월산 자생화 공원에서 나와 전날 봤던 영양 터널 부근의 단풍을 잊지 않고 다시 찾아 갔더니 도리어 평지보단 눈부시게 화사하다.

허나 도로에 막무가내로 차를 새울 수 없어 그건 아래 영상으로 대체하자구.

고갯길을 올랐다 다시 내려와 다음 목적지로 잡은 곳은 초여름에 반딧불이 축제로 가봤던 수하계곡의 반딧불이 생태숲이다.

그 자체가 제법 규모가 큰 공원임에도 찾는 이가 없으면서도 지상에 몰래 내려온 가을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활개를 펼칠 거 같은 생각으로 학창 시절에 시험 답안을 찍듯 감으로 걍 찍어 버렸지.

룰루랄라 하면서 가는 길에 넘무넘무 눈부실만큼 화사한 가을 정취가 있더구먼.



단풍만 쫓고 가다가 길을 살짝 잘못 들어 다시 나오던 중 차 안에서 지나칠 수 없는 컬러의 조화로움이 보여 조급한 마음에 아이뽕으로 찍었는데 그 배경이 되는 깊은 하늘조차 이들과 뒤섞여 몰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흥림산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길섶의 풍경부터 줄곧 31번 국도를 따라 틈틈히 찍어 놓은 가을의 만행(?)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이 오지땅에도 형형색색으로 초토화시켜 버렸길래 그 작태를 고발하고자 일일이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이동 중 동영상으로 담아 버렸다.

카메라로 찍으면 수전증이 작렬할터인데 의외로 아이뽕 동영상은 수전증 방지 기능이 강력해서 음성을 쫓아내 버리자 아주 평화로운 길섶의 가을이 나른함을 이기지 못하고 졸고 있다.

음성은 별의 별 잡것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제거해 버리길 잘 했다.




가깝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수하계곡의 반딧불이 생태숲에 서서 지상을 내려다 본 전경은 적막하고 오롯한 가을 들판의 한 폭 수채화 같다.

티스토리가 이미지 파일 한 장당 용량이 10메가바이트라는 질곡을 묶어 놓아 리사이징 한답시고 줄여 놓았더니 이게 아닌데 싶지만 그렇다고 이걸 빼 놓으면 영양 자연이 편애한다고 아우성칠까 두려워 이렇게라도 올려 놔야지.

아이뽕 파노라마를 많이도 찍어 봤지만 역시 품질도 품질이지만 `어떤 풍경을 어떤 구도로 찍는가' 이 부분이 젤로 중요한 거시여. 내 자랑은 아니고--;;



정면 발치에 보이는 거시기는 반딧불이 생태학교 천문대란다.

워낙 청정지역이고 오염원이 되는 문명의 생산 공장이 별로 없는 덕분에 밤이 되면 하늘엔 허벌나게 많은 별들이 총총히 째려 보는데 그런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볼 수 없는 환경이라 고개를 드는 순간 닭살도 이런 닭살이 없을 만큼 피부가 먼저 반응한다.

어릴 적 대청 마루에 앉아 수박을 쳐묵할때 막연히도 봤던 그 하늘과 기억들이 순식간에 되살아나는 게 놀라서 입에 개거품 물어도 누구하나 원망할 처사는 아닐 정도.



온전히 거대한 언덕 자체가 모두 연결된 공원이라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틈틈히 발견되는 요따구 계단을 이용해서 이동해야 될 때가 많은데 바닥에 솔잎이 자욱하게 텃새 부리고 있는 걸 보면 훼방을 놓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거겠지?

사람이 이동하기 편하기 위해 만든 계단이 아니라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다소곳하게 정해진 길만 쏘다녀라 이런 뜻으로 만들어 놓은 길이자 배려의 첫걸음과도 같은 곳이다.




왠지 지도를 첨부해 가며 주절거려야 기억에 도움이 될 거 같다.




반딧불이 생태숲의 숲속광장이 바로 이런 노천강당처럼 꾸며져 있는데 수하계곡에 들어서는 순간 아무도 발을 들여 놓지 않고 있을거란 짐작이 확신으로 바뀌었고 일련에 등장할 사진들에서 처럼 증말로 우리들만의 천국-드라마 제목 같은디-이 되어 버렸다.

나중엔 다시 숲속광장에 모여 미리 담아온 커피를 마시며 내 세상을 맘껏 누렸다는 전설이...




숲속광장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으로 가을이 자리를 잡고 앉아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세상으로 바꿔 놓았다.

온전히 곱게 물든 나무들 뿐만 아니라 바닥에 몰래 내려 놓은 낙엽조차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했더라면 이렇게 짜임새 있도록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려 놓을 수 있을까?

근데 다른 사진은 업로더에서 `사진 올리기가 정상적으로 완료되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나오며 뭘 어떻게 해도 올라가질 않는 이유가 뭐임?

왠지 이빨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거 때문에 계속 못 올릴 수도 없고... 걍 패스 해보자구.



숲속광장에서 바로 옆 아주 귀여운 골짜기가 하나 있어서 내려 가는 계단에도 예측할 수 없는 컬러가 꿈틀대고 있었다.

이 계단을 내려가 조그맣게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귀여운 골짜기는 수생식물 관찰장이란다.











가장 아래에 내려 와서 위를 보니 귀여운 골짜기에 여러가지 수풀이 우거져 있다.

수생식물 관찰장이라는데 각종 식물이 있는지에는 문외한이라 육안으로 구분키 어려워도 양쪽에 작은 언덕들이 감싸 안고 있는 지세라 어떤 식물이더라도, 하물며 반딧불이가 이사를 오더라도 자연 재해 걱정 없이 포근한 라이프가 가능할 것만 같다.

더군다나 둘레길처럼 사람들이 밟을 수 있는 길을 한정지어 놓고 쉼터에 벤치를 마련해 놓아 그 자리에 있는 나 조차도 편안히 앉아 휴식에 몰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나무 다리의 아주 작은 틈에 잎사귀가 끼어 부렀어.



수생식물 관찰장에 있는 광장 조차도 이렇게 귀여운데 틈틈히 잊지 않고 마련해 둔 많은 벤치들을 보면 여유와 배려가 이 공간에 넘쳐 범람하고 있다.

북적대는 가을보단 조용하고 고스란히 잠자고 있는 가을이 그립고 간절하다면 이런 가을은 어떨까?

유명한 가을도 아주 좋지만 관심에서 소외 받는다고 해서 가을은 소외한다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게 아니라 어디나 적절하고 조화롭게 물들인다.

가을이 소홀한 것은 사람이 가공하기 때문에 그 설자리를 잃어버려서, 그래서 볼 품 없지만 자연이 뿌리를 틀고 태동하여 자라나면 다시 가을은 그 자연이 뿌리 내린 양 만큼 머물고 조용히 떠날 거다.

자연은 편애라는 단어를 모르니까.




수생식물 관찰장을 살펴 보고 곧장 넘어간 곳은 생태숲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하늘공원인데 여기를 가기 위해선 아주 멋진 소나무숲을 관통해야만 한다.

이 숲 또한 앞서 있던 길처럼 나무로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틈틈히 마련된 쉼터와 흔들 의자며 벤치들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간 치곤 많다 못해 사치스럽기 까지 했다.

그 사치는 훼손하고 이기적인게 아니라 원래 있던 길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놓고 올려 놓은 배려에 가깝다.



이 공원이 완공된게 2011년으로 아직은 나이 어린 공원이라 나무들이 묘목 수준인데 잘 가꾸고 보전한다면 이 허허로운 공간이 점점 풍성해지겠다.

원래 이 자리를 지키던 나무들이 무척이나 아쉬울만큼 넓직함에 비해 빈약해 보이는데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가장 어렵고 지루한 건 관리의 몫이듯 살며시 와서 넘칠만큼 편하게 이용한 객으로써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응원을 해 보려한다.






다시 생태숲의 숲속광장으로 돌아와 언젠가 부터 우리를 기다린 솔방울이 반가워 그 옆에 작은 자리를 깔고 남은 커피를 비우며 살포시 뺨에 와닿는 바람의 향기에 취해 봤다.



가져간 UE 메가붐(UE Megaboom 더블업)을 이렇게 멀찌감치 대칭이 되도록 놓고 더블업으로 음악을 듣는데 아무런 화이트 노이즈가 없는 열린 공간에서 듣는 음악이란게 마치 야외 라이브콘서트에 심취해서 같이 즐기고 공감하는 음악 같았다.

부쩍 짧아진 낮이 꼬리를 감추도록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땅거미마저 서산으로 자취를 감춘 뒤에야 감사했던 영양에 보답하고자 우리의 모든 흔적과 자취를 없앤 후 아주 천천히 영양읍으로 돌아가 풍성한 저녁으로 하루의 숨가빴던 가을의 기억을 추스렸다.




저녁 식사를 위해 영양읍으로 돌아왔더니 시골 낮은 참 짧긴 하다.

엥간하면 다 불꺼지고 문닫는 통에 식사를 숙소에서 해결할까 살짝 고민했지만 마침 식육식당 한 곳이 지역에선 꽤 유명인사인지 손님이 끊이질 않는 틈을 타 배가 남산 만큼 불러 오도록 흡입(?)을 한 후 원래 출발지이자 숙소인 흥림산 휴양림으로 돌아왔다.

휴일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가을을 기다린다.

그 휴일은 마치 찰나의 낮잠처럼 달콤한 여운과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가 버리듯 가을 또한 찰나의 단잠 같다.

그래서 휴일을 기다리게 되고 가을을 기다리듯 일 년의 시간 동안 가을은 찰나지만 짙은 향그로움과 다른 긴 계절을 압도할 만큼 강렬한 매력적이며 머물러 있지 않고 늘 바삐 움직이기에 익숙할 겨를 없이 언제나 새롭기만 할 뿐이다.

느낄 수 있고 품을 수 있는 자에게 관대한 가을이기에 자연은, 가을은 다음을 위해 잠시 움츠리며 한 없이 겸손하여 다음 해에도 자연의 태동을 일상처럼 편안하게 소품처럼 느끼면 그만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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