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병신년(?) 설날 연휴의 첫 날_20160206

사려울 2016. 2. 19. 00:38

여느 날과 달리 마지막에 필요한 제수용품 몇 가지를 후다닥 구입하고 그냥 퍼질러 쉴까 하다가 늦은 밤에 저녁을 쳐묵하고 반석산 둘레길로 밤 산행을 갔다.

산이라고 해봐야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매끈하면서도 제법 고도를 지그자그로 한 덕에 둘레길 산책이 쉽게 싫증나지 않는 매력이 있더구먼.

일순간 적막해진 도시를 한발짝 뒤로 물러서듯 인적이 없는 반석산 둘레길로 돌격!



명절이면 어김없이 동탄은 급 조용해져 도로조차 지나는 차가 거의 없을 만큼 한적하다.

반석산으로 걸어가는 길에 썰렁한 도로가 이제는 눈에 익었는지 여유롭게 한 장 찍어봤다.



노작마을에서 둘레길에 진입하여 시계반대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조악하지만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진행한다.

빌라와 카페가 밀집한 노작마을이 둘레길 우측에 빼곡히 펼쳐져 있다.



둘레길은 끊임 없이 등이 켜져 한밤이라도 한적하게 걷는데 무리가 전혀 없다.

게다가 산이 아담해서 각종 산짐승 걱정은 안해도 된다고 전해라~



귀로에 있는 이정표를 보면 좌측 길은 반석산 정상, 우측은 노작마을, 내가 둘레길에 접어 들었던 곳이 노인공원, 진행 방향은 오산천산책로라고 되어 있다.

일단 둘레길이 깔려 있는 오산천산책로로 계속 진행해 보자구.



숨이 찰 무렵 오산천이 가까워지고 이렇게 나무 다리도 있다.

아마도 둘레길 조성 중 반석산 홍수에 대비한 인공 고랑을 만들어 그 위를 건너는 다리인 듯 싶다.



사진이 아주 어둡게 나왔는데 오산천 철새 휴양지를 바라 보고 있는 전망데스크다.

전망데스크 답게 비탈이 가파른 자리에 테라스 같은 걸 만들어 동탄2신도시와 오산천을 두루두루 둘러 볼 수 있을만큼 전망 좋은 곳이다.

여기서 잠시 턱까지 차 오른 숨도 고르고 땀도 식힌다.



전망데스크는 요따구로 생겼다.

그 밑이 오산천을 끼고 있는 오산천 산책로며 그 길 옆이 바로 오산천이라 비탈이 제법 심한 곳 중 하나다.



데스크에서 바라 보면 정면에 이렇게 동탄2신도시의 시범 단지가 손에 잡힐 듯한 위치에 서 있다.




데스크 아래에 오산천산책로가 있는데 그 날 10시 정도 된 시점이라 산책 중인 사람들이 아주 가끔 눈에 띄인다.

내가 크게 틀어 놓은 음악을 찾느라 사방으로 두리번 거리면서 지나는 사람들이 텅빈 도시와 공원에서는 반갑다.



가던 길로 다시 출발하기 전, 데스크에서 보면 내가 지나온 둘레길이 요렇게 보인다.



이 길은 데스크에서 나와 내가 앞으로 가야될 길이다.

지난번 삼척 수로부인헌화공원(참조:통고산에서 삼척까지_20151105) 갔을때 공원으로 가는 길이 이런 자리가 깔려 있어 밟는 느낌이 좋았다.



반석산 유일의 자연 폭포(그 겨울의 따스함, 반석산, 한가위 연휴 둘째 날의 텅빈 산책로, 한가위 연휴 첫 날_20150926)가 보이는 곳으로 가는 길은 어느 정도의 높이에서 긴 편인 내리막을 가야만 한다.

가는 내내 보이는 건 오산천과 그 옆에 진드기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산책로.



거의 다 내려왔구먼.

좌측으로 크게 굽어 들어간 곳이 폭포가 쏟아지는 자리다.



폭포 위를 지나는 나무 다리가 보인다.

둘레길 중 가장 밑으로 내려온 자리이기도 한데 이만큼 내려왔다는 건 반대로 진행할 경우 많이 올라가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다리가 두 장 찍혔지?

도보 산책 중엔 급한대로 아이뽕으로 찍고 데스크에 올라서 티워니로 찍었는데 삼각대 챙기기 귀찮아 55-200렌즈를 끼워 손떨방을 작동시킨채로 감도를 올렸다.

카메라 답게 밤에 광량이 부족한 사진은 역시 아이뽕으로 도저히 흉내낼 수 없긴 해.



쉴 틈 없이 가던 길을 계속 가면서 틈틈히 이런 형체도, 자리도 알 수 없을 만한 사진도 있어부러.

폭포를 지나서부턴 왔던 그 어떤 길보다 길고(?) 급한 오르막 길이라 까마득할 것만 같은데 그래도 어느 순간 급한 숨을 몰아치는 사이 고점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요 메가붐을 가방 텀블러 포켓에 끼우고 적당한 음량으로 노래를 부르게 했기에 가능했다라고 봐.

이 때 쯤이면 제법 밤도 깊어 가뜩이나 조용한 둘레길이 더 적막했고 볼륨을 반 정도 카랑카랑하게 올려도 지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어차피 야외에선 소리가 멀리 뻗어가지 않아 여러 가수들의 꾀꼬리 소리로 흘린 땀에 비해 힘들 겨를이 없었다.

다음 전망데스크가 거의 정상 부근이라 긴 오르막 길을 따라 오르던 중 잠시 벤치에 놓고 고생 많으신 메가붐 독사진도 한 방 찍어줘야긋지.

우리 기특한 녀석!



오르막이 거의 끝날 무렵 이렇게 산에 있는 공터치곤 몇 개의 평상이 있는 꽤 큰 쉼터가 있다.

여긴 왜 등불이 없지?

그래서 으시시한 암흑이 찍혀 버렸다.



드뎌 다음 전망데스크에 도착했다.

앞전 데스크에 비해 더 높은 자리라 더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만큼 동탄2신도시를 비롯해 기흥과 용인까지 보인다.

연휴 시작 전 매서운 한파가 연휴 시작과 동시에 물러갔다곤 하지만 늦은 겨울밤이라 완연히 포근한 겨울은 저얼대 아니었고 아이뽕 배터리 게이지가 또다시 맛탱이 가기 직전이라 자켓의 안 주머니에 넣어 놓고 수시로 꺼내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다행이라면 연휴랍시고 바람도 어디선가 푸근하게 쉬고 있는지 체감 온도는 덜 추웠다.

이 때 기온이 영하6도였다지?



급한 잰걸음으로 오느라 온 몸이 땀범벅이 될 만큼 젖어 있었고 또한 거의 쉬지 않았던 만큼 나도 땀 좀 식히고 계속 노래 부르느라 성대 결절이 우려되어 메가붐도 좀 쉬게 뒀다.

그러곤 2/3정도 음량으로 다시 음악을 틀었는데 온 대지가 음악 소리에 춤을 추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소리를 쭉 뿜어 댄다.



전망데스크에 올랐으므로 이제 티워니 선수를 활용해야지.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 중 우남아파트 쪽이 가장 시야가 트여 있고 도중 사진 우측 녹색 불빛에 둘러 쌓인 공터 같은 자리가 동탄역이 들어서나 보다.

연휴라지만 먼데서 보는 야경은 여전히 화려하고 휘영청 밝기만 하다.



큼지막한 도로들이 서로 실타래처럼 엉켜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다.

환하게 밝은 도로치곤 달리는 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어 상상이나마 쭉 뻗은 저 도로들을 질주하고픈 욕망도 생긴다.



전망데스크는 이렇게 나무로 되어 넉넉한 의자가 있어 쉬기는 좋은데 추위로 인해 오래 머무를 수는 없었다.



둘레길에서 전망데스크로 넘어오는 길조차 온통 나무.



아주 희미한 안개를 제외하곤 하루 죙일 화창한 날씨라 멀리 불빛들도 또렸하게 보일만큼 한 전망하는 자리라 담아간 커피를 마시며 먼 곳을 응시하다 보면 눈도 시원해진다.

싸늘한 날이라 금새 한기를 느껴 짐을 주섬주섬 챙겨 다시 가던 길로 출발해야만 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만만하고 편한 곳이라 다음을 기약해야겠지.



전망데스크가 높은데 있어 한참을 올라온 만큼 이내 한참을 내려가는 내리막 길이 희미하게 지그재그로 뻗어 있다.



이렇게 굽이치며 평탄하게 뻗어있는 길도 많다.



빼곡한 나무들 틈바구니로 노작공원과 그 일대가 보임에도 폰카라 당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아직은 기술이 가야될 길은 멀다.



사진으로 담기를 잠시 멈추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이 센트럴파크와 정상을 잇는 길에 다다랐다.

이 길은 둘레길 훨씬 이전부터 있던 길이라 평탄하고 쭉 뻗어 있어 마치 평지를 걷는 기분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반석산을 내려와 센트럴파크 초입에 다다랐다.

여전히 밝지만 인적이 없는 곳의 불빛은 길 잃고 헤매는 거대한 무리 같다.



센트럴파크에 다다르면 바로 엔제리너스가 있는데 원래 이 커피를 무척 싫어했었다.

아무런 특징도 없는 맹물맛에 가격은 메이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싸가지 바가지 같은 행태가 싫어 제 정신이 아니고선 절대 가지 않는데 작년 성탄절 가족 여행 때 울진 망양휴게소에서 하는 수 없이 마셔야 했던 커피 한 모금이 정말 엔제리너스 맞나 착각 들 만큼 변해 있었다.

과거의 맹물과 달리 이런 풍성한 향기~

한 시간 여 쉬면서 허니브래드에 커피 한 사발 마시며 연휴의 여유를 즐김과 동시에 앞만 보고 걸어왔던 산책에서의 가쁜 숨을 잠시 내려 놓았다.

거창하지만 환골탈태가 바로 이런거려나?

이 진화된 커피 덕에 연휴 이후의 몇 번에 걸친 둘레길 산책 중에 여기에 들러 따스한 커피 한 잔을 두고 잠깐의 휴식을 취했는데 사람도 많지 않아 더불어 위안이 되고 동력이 된다.



다음 연휴의 달콤한 상상을 위해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거의 하지 않는 도보 운동이라 묵직한 다리와는 달리 온 몸은 가벼운 솜털 같은 연휴의 첫 날 밤은 이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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