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금강산도 식후경, 양은 적지만 내용은 실한 순대국_20191023

사려울 2019. 11. 4. 04:32

 22일 칼퇴 후 바로 영월로 직행, 도착했을 무렵 6시가 조금 넘었음에도 이미 어둑했고, 영월은 주중이라 그런지 한산했다.

이번 여정은 상동을 거쳐 산길을 경유하여 만항재 하늘숲길 가을 정취를 느껴보고, 그 다음날은 영양 생태숲으로 세부적인 계획까지 감안한다면 동선이 꽤 길어 조금 무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뒤따랐다.

그래도 한 달 전부터 벼르던 일이라 첫 여행의 출발점인 영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재래시장으로 가서 든든한 식사로 순대국을 줍줍했다.



아침 최저기온이 줄곧 섭씨 10도를 웃돌다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라 체감 온도는 더욱 춥게 느껴져 몸이 잔뜩 움츠러 들었는지 따끈한 국물이 구미에 당겼고, 더불어 여기까지 왔는데 시장 음식은 필수 아니겠어!

중앙 시장 인근에 주차하느라 동네를 몇 바퀴 돌다 시장 초입 노상에 차들이 가득 주차한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 있어 능숙한 실력으로 끼워 넣고 바로 시장으로 향했지만 식사 후 주차 구역으로 돌아왔을 때 거짓말처럼 모든 차들이 다 빠져 있었고, 주차한 자리 바로 위에 무인 불법 주차 감시 카메라가 땃! 세워져 있었다.

낯선 곳에 오면 항상 이런 루틴적인 부분에서 감을 잡을 수 없어 곤혹일 때도 있다.

무튼, 시장으로 곧장 들어가 주위를 둘러 보다 미리 찾아본 순대국집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어 바로 직행 했고, 이미 식당엔 3 테이블이 들어차 있어 지역 사람들이 애용하는 식당이구나 싶었다.

맛집 정보 중 내가 가장 신뢰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역 사람들의 정보라 아무리 돈을 쳐발라 언론에 출현하고, 블로거들한테 밥을 먹여 포스팅을 해도 그건 맛이 아닌 상업적인 잔꾀라 내가 생각하는 '맛집'의 가장 기본은 꾸준한 시간에 걸쳐 구전에 의한 정보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많이 애용하고 기복도 읽으며 그에 따라 냉철한 비판을 구전으로 전파한다.

이번 순대국도 나름 그런 이유에서 맛집인데 식성은 그리 왕성하지 않아도 남자들의 통상적인 '밥통' 기준으로 여긴 좀 적다.

국이 나올 때 밥이 같이 말아서 나오는데 국그릇 자체가 두 손으로 감싸쥐면 만만하거나 귀엽다고 느낄 사이즈인 만큼 남자 기준으로 양은 많지 않고 다만 같이 나오는 김치와 깍두기 중 김치는 정말 내 입맛에 딱 맞춰 익은데다 순대국에 늘 따라 나오는 비계 덩어리는 없이 살코기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국물도 지나치게 구수하거나 그렇다고 음식의 속맛이 어우러지지 않은 소위 물맛이 나지 않는데 그래서 양이 더 적게 느껴질 수 있겠다.

순대로 따지면 가장 최근에 먹은 용인 백암순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살코기는 충분히 괜찮고, 국물도 같이 나오는 새우 젓갈로 간을 제대로 한다면 꽤 입에 달라 붙는다.

이정도면 긴 여정의 아침 식사로 흡족하여 지체 없이 상동으로 향하는 외곽 도로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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